“적발 이후에도 불공정거래 있었다”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코스닥 시장 상장사이자 연 매출 5000억원 대의 중견 IT부품 제조업체 KH바텍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연속 철퇴’를 맞을 위기에 처했다.

하청업체에 부당한 단가인하를 요구하다 올해 초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이후 비슷한 사례가 더 있다는 신고장이 접수된 것.

KH바텍 측은 하청업체의 일방적인 ‘흠집내기’에 불과하다는 주장이지만 더 이상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하청업체는 공식적으로 신고서를 접수해, 두 업체 간 ‘부당거래’ 여부는 결국 공정위에서 가려지게 될 전망이다.

2일 <파이낸셜투데이>가 입수한 제보에 따르면 KH바텍에 휴대전화 부품을 납품해 온 M업체는 KH바텍으로부터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를 당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장을 제출했다.

M업체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KH바텍에 스마트폰 관련 부품을 납품했다. M업체는 이 기간 동안 KH바텍의 일방적인 단가인하와 품질공제로 총 1억8049만원의 손해를 봤다는 주장이다.

◆단가인하 “억울”

두 업체에 따르면 M업체가 KH바텍에 납품했던 한 스마트폰 케이스의 부품 단가는 지난해 11월 1200원에서 올해 1월 1104원으로 떨어졌고, 한 달 뒤인 2월 994원으로 다시 내려갔다. M업체 측은 이같은 단가인하로 총 7928만원의 예상치 못한 손실을 봤다는 입장이다.

M업체는 하청업체로서 거래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KH바텍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M업체 사장은 “해당 스마트폰 제조사의 요구라며 일방적으로 단가할인을 받아들이라는 요구를 받았다”며 “KH바텍 측은 이같은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을 텐데 이미 제품을 다 만들고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려는 시점에 갑자기 단가인하를 통보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청업체 입장에서 납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를 받아들여야만 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KH바텍 측은 절차에 따라 진행된 사항이라고 반박했다.

KH바텍 관계자는 “단가인하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인하를 실행하는 경우는 없다”며 “합의 이후 단가합의서를 받고 그 합의서에 근거해 단가 인하를 실행했다”고 맞섰다.

단가인하 통보 시점이 제품 제조 이후였다는 M업체의 주장에 대해서는 “협의는 적정 시점에 시작됐지만 진행 과정에서 일정이 미뤄졌던 것”이라며 “인하된 가격도 정상적인 경영을 하면 적정한 이윤이 보장되는 수준이라고 판단된다. M업체와 경쟁관계에 있는 비슷한 규모의 타 회사의 경우 인하된 가격으로도 지속적으로 생산을 하고 있어 이익실현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불량책임까지 ‘이중고’

M업체는 KH바텍의 부당한 요구가 단가인하에서 그치지 않았다고 전했다. 자신들의 잘못이 아닌 불량에 대한 품질공제까지 일방적으로 떠넘겼다는 주장이다.

KH바텍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M업체의 제품에 불량이 있다며 해당 업체의 품질공제액으로 1억121만원을 책정했다.

M업체 측은 단가인하로도 모자라 제품 품질까지 트집 잡는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더욱이 제품의 불량에는 KH바텍도 공동 책임이 있는 상황인데 이처럼 하청업체에 부담을 지우는 건 횡포라는 입장이다.

M업체 사장은 “제품의 원 소재를 KH바텍으로부터 받아 공정에 들어가는데 원 소재 자체에 불량이 있었다”며 “이에 대해 누구 책임의 불량인지 알 수 없으니 공동책임으로 돈을 물어내라는 KH바텍의 행태 때문에 단가인하와 더불어 이중고를 겪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같은 주장에 KH바텍은 ‘뒷북’이라며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KH바텍 관계자는 “원 소재부터 불량이 있었다면 공정에 들어가기 전에 M업체가 자체 수입검사 과정에서 걸러냈으면 되는 일이다. 공정을 끝내 놓고 원 소재 불량이라고 해 버리면 어떻게 하냐”며 “매월 협력사와 협의해 정리된 비용을 해당 업체와 합의해 비용을 정리했으며 일방적으로 품질 비용을 공제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M업체가 우리 회사로부터 올린 매출이 12~13억원 정도인데 그 중 1억원 정도의 품질공제 비율은 일반적인 수준”이라며 “더욱이 우리도 공동 책임으로 함께 비용을 물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감정싸움까지 벌어지는 모습이다.

M업체 사장은 “오래전부터 KH바텍에 제품을 납품하는 사장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정말 심하다’는 고충이 끊임없이 니왔다”며 “해도 해도 너무한 것”이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KH바텍 관계자는 “M업체 사장이 경영을 잘 하지 못해 적자를 내자 이제 와서 예전 거래를 트집 잡는 것”이라며 “공정위로부터 신고 내용을 공식적으로 통보받으면 우리도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연속 철퇴?

KH바텍은 이미 지난 3월 부당한 단가 인하 행위가 적발돼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바 있다. 2011년 2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3개 수급사업자들에게 휴대폰 케이스 등 5개 부품 제조를 위탁하면서 종류와 규격, 제조원가 등의 차이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단가를 인하했다는 내용이다.

이번 M업체의 주장에 따르면 KH바텍은 기존 적발 사항 이후에도 계속해서 하청업체에 부당행위를 해온 것으로 밝혀지게 되는 것이다. KH바텍은 2002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경북 구미 소재의 휴대용 IT기기 부품 제조업체로 지난해 매출 5900억원, 영업이익 350억원의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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