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려도 문제, 동결해도 문제 ‘진퇴양난’

[파이낸셜투데이=이신영 기자] 1만원과 5580원. 오는 29일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법정 시한을 앞두고 최저임금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는 노동계의 주장과 기업의 지불능력과 생산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재계의 주장이 맞붙고 있다.

◆첨예한 대립

내년 최저임금이 3일 뒤인 29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위원 9명과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으로 구성됐다.

현재 최저임금은 시급 기준으로 작년보다 7.1% 오른 5580원이다. 월급으로는 116만6220원(주 40시간 근무 기준)이다. 지난 18일 열린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재계는 동결을, 노동계는 시급 1만원(월급 209만원)을 제시했다. 노동계는 현재 최저임금 수준이 최저생계비에 훨씬 못 미쳐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자료에 따르면 월급 116만6220원인 올해 최저임금은 미혼·단신 노동자 생계비(155만3000원)의 70%, 2인 가구 생계비(274만4000원)의 39%, 3인 가구 생계비(336만3000원)의 32%에 불과하다. 또 5인 이상 사업장의 시간당 임금 평균은 1만8700원으로 최저임금 비중은 30%에도 못 미친다.

국내 전체노동자의 시간당 평균임금에 비교해도 시급 5580원은 35% 수준이다. 다른 나라와 최저임금 수준을 비교하기 위해 최저임금으로 살 수 있는 빅맥 지수를 비교한 결과 한국은 1.36으로 호주(3.18) 네덜란드(2.52) 일본(2.40)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에 비해 크게 낮았다.

노동계는 최저임금을 올리면 내수소비가 늘어난다고 주장한다. 통계청이 작성한 ‘2014년 4분기 및 연간 가계동향’의 ‘소득계층별 소비성향’에 따르면 소득이 가장 적은 계층인 ‘소득 1분위’의 소비성향은 104.1이고 소득이 가장 많은 계층인 ‘소득 5분위’는 61.6이다. 소득이 적은 계층일수록 소비성향이 높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성향이 높으면 곧바로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져 경제적 파급효과가 커진다. 반대로 고소득층은 이미 충분한 소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소득이 더 늘어도 저축이나 자산투자에 쓰인다.

올해 첫 번째로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독일의 사례와 비교할만하다. 독일의 시장조사 업체 GfK에 따르면 독일 소비자들의 가계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8%늘었고 구매욕구는 무려 26.6%가 늘었다. 소비성향이 2001년 이후 최고치를 갱신했다.

노동계 “먹고 살려면 1만원은 돼야”
재계 “영세·중소기업 임금부담 심각”

재계는 최저임금 수준을 크게 높여도 노동생산성은 높아지지 않았다는 점을 내세운다. 최저임금의 절대 수준보다 과거대비 상승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4년간 최저임금 상승률이 계속 6∼7%대를 기록하면서 이미 경영상 부담이 커질 대로 커진 반면, 그에 걸맞은 생산성 상승은 없었다는 것이다.

김영배 한국경영자협회 부회장은 “최저임금이 과도하게 인상되면 단순기능을 보유하면서 보조적, 주변적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학생과 주부, 노년층 등 최저임금 근로자의 고용불안을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며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선, 직종·지역별 차등 적용 등 합리적 제도 개선방안을 모색해야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자료에 따르면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최저임금 상승률은 연평균 8.8%다. 연평균 4.8%인 노동생산성(국민경제생산성) 증가율의 2배, 2.9%인 소비자물가상승률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또 주로 중소기업이나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소·영세업체의 경영난이 심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 자영업자는 약 560만명이다. 이 가운데 1인 자영업자가 약 410만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반대로 1명 이상 고용한 자영업자는 150만명으로 집계됐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150만명에 해당하는 영세 자영업자의 경우 당장 인건비 부담이 발생하는 것이 사실이다.

김 부회장은 “노동계는 저임금 단신근로자 보호라는 최저임금 본연의 목표를 무시한 채 가구 생계비의 보장을 주장하며 시급 1만원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최저임금 근로자의 98%를 고용하고 있는 영세·중소기업은 생존을 걱정할 정도로 심각한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알바연대는 영세 자영업자 대부분은 어쩔 수 없이 자영업에 종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임금 수준이 낮아지고 일자리가 불안정해지면서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어 알바연대는 편의점과 커피전문점, 패스트푸드와 같은 프랜차이즈 본사의 수익을 줄이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대표적인 편의점 브랜드(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가 한 해 벌어들인 순이익만 무려 2300억 원이다. 매년 본사의 수익은 늘어나지만 편의점 사장들의 호주머니는 작아지는 모양새다.

◆구조개선 필요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은 “안정적 일자리를 늘리는 것과 함께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것이 이 나라의 경제가 사는 지름길”이라며 “최저임금이 이 상태로 가다가는 현 정권과 현재 경영계는 끓어오르는 청년노동자의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