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솔로몬] 최근 보험업계는 미지급 자살보험금을 놓고 금융당국과 보험사간 법정 다툼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자살보험금과 관련해 보험회사와 보험가입자간의 분쟁이 민사소송으로 확대되는 경우는 많이 있었지만, 민간 보험회사가 금융당국을 낸 소송은 이번이 처음이라 그 결과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현재 생명보험회사(생보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주시하고 있는 자살보험금 지급여부와 관련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김홍석 RMS 손해사정 대표

자살보험금 논쟁은 지난해 생보사들이 ‘가입 후 2년이 지난 뒤 자살할 경우 일반사망보험금 보다 2~3배 많은 재해사망보험금을 준다’고 약관에 명시해 놓고도 일반사망보험금만 지급한 사실이 금융당국에 적발되면서부터 시작됐습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은 미지급 자살보험금이 무려 2180억원에 달하자 자살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12개의 생보사들에게 이를 지급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금감원의 권고안을 따른 곳은 비교적 다른 생보사보다 취급액이 적었던 현대라이프와 에이스생명 단 2곳에 불과했습니다.

또 지난 2월에는 법원이 삼성생명에게 “약관대로 보험가입자가 자살 시에도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했지만 삼성생명은 이에 불복하고 항소를 제기한 상태입니다.

우선 자살보험금의 세부적인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2003년에 만들어진 재해사망특별약관에 따르면 “보험계약 체결 후 2년이 경과한 경우에는 자살로 인해 사망한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이 약관대로 보험 상품이 2010년 3월까지 무려 282만건이 판매됐지만 그해 4월부터 돌연 동 조항이 삭제됐습니다.

생보사들이 위 약관의 내용이 본인들한테 불리하다는 것을 알고, 2010년 4월 이후 판매되는 상품은 재해사망금 대신 일반사망금만 지급하도록 약관을 고쳐버렸기 때문입니다.

생명보험의 구조를 쉽게 설명하면 주계약인 일반사망보험금과 특약사항인 재해사망보험금으로 구분됩니다.

일반사망보험금은 재해여부와는 관련 없이 피보험자가 사망하면 보험회사가 지급해야 합니다.

재해사망보험금은 약관에서 규정한 재해로 인해 보험가입자가 사망한 경우, 일반사망보험금과 함께 추가로 지급을 하기로 보험계약 당시 보험회사와 보험가입자 쌍방이 약정했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재해사망보험금은 일반사망보험금의 2~3배에 달하는 고액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생보사들은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습니다.

생보사들은 보험계약자가 가입 2년 후 자살할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문구는 약관 작성 시에 실수로 기재가 된 것이기 때문에 일반사망보험금만 지급을 하고 있었다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2013년 8월 ING 생명에 대한 금감원의 종합감사에서 ING 생명이 보험가입자에게 90여건에 이르는 200억원 가량의 보험금을 미지급한 것이 드러나 생보사의 자살보험금 미지급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습니다.

이후 금감원은 동일한 약관을 사용하는 12곳(ING·삼성·교보·한화·동양·동부·알리안츠·농협·메트라이프·신한생명·현대라이프·에이스생명)의 생보사에게 미지급보험금을 정상 지급할 것을 권고하는 행정처분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ING생명은 이에 반발해 민사소송과는 별개로 금감원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다음달 8일 1차 공판을 앞두고 있습니다.

심지어 현대라이프·에이스생명을 제외한 나머지 10개사는 오히려 ‘보험가입자에게 미지급보험금을 줄 수 없다’며 채무부존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현재 금감원이 파악한 생보사의 미지급 보험금은 2180억원 가량이며 향후 지급해야 할 금액은 무려 1조원을 넘습니다.

약관은 보험계약의 주된 내용으로써 보험회사가 특약사항 등을 고려해 작성하고 이를 토대로 보험료가 책정됩니다.

보험가입자는 보험회사가 교부한 약관의 내용을 신뢰하고 보험료를 납부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막상 보험금을 지급하여야 할 사유가 발생하였음에도 생보사들은 “약관의 작성 시에 잘못 기재됐다. 자살보험금은 공서약속에 반하고 자살을 조장하게 된다”는 등의 어처구니없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마땅히 지급해야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소송을 남발하고 있는 적반하장식의 생보사의 행태는 보험가입자가 보험가입 당시 기대했던 보험회사의 모습은 단연코 아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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