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신뢰·소통’으로 무장한 전기안전 전도사

▲ 이상권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파이낸셜투데이=이혜현 기자] 이상권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의 행보가 남다르다. 그는 지난달 17일 ‘한국을 빛낸 창조경영인’ 지속가능경영 부문에서 대상을 받은데 이어 지난 3일 ‘2015 대한민국 창조경제 대상’ 행사에서 안전경영 부문 대상까지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 사장은 지난해 2월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에 취임한 후 한결같이 혁신과 신뢰, 소통을 바탕으로 한 ‘본(本) 경영’을 강조했다.

이상권 사장의 경영 철학이 전기화재율의 감축에 기여하고 조직문화를 혁신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이 사장은 전기화재 점유율 감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공사의 지역 사업소를 한주에 무려 1.5회 넘게 방문하는 대장정을 계속 이어오고 있다. 본지는 지난 3일 오후 ‘현장형 CEO’라는 수식어가 빛나는 이상권 사장을 직접 만나 진솔한 그의 얘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취임 1주년을 되돌아볼 때 가장 아쉬웠던 점과 만족할 만한 성과를 꼽는다면?

지난해 2월, 안팎으로 다사다난 했다.

특히 공사 창립 40주년을 맞아 본사가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하면서 ‘본(本) 경영’을 공사 발전을 위한 새 경영방침으로 마련하고 기틀을 잡기위해 고심했다.

먼저 조직개편을 통해 현장 중심으로 인력을 재배치했다.

이는 전기설비의 점검과 검사, 진단이라는 공사 본연의 업무에 더욱 충실을 기하기 위한 취지에서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수년 동안 20%대를 웃돌던 전기화재 점유율이 지난해 처음으로 19%선으로 낮아졌다.

물론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공공기관인 만큼 조직문화가 민간기업에 비해 보수적인 편이다. 조직 문화를 혁신하고자 지난 3월 본사 내에 조직문화 진단 TF팀을 출범시켰다.

외부에 용역 주면 금방 끝나겠지만 조직 문화에 대해 스스로 묻고 답하며 분석하고 평가함으로써 ‘혁신은 우리 스스로 해낸다’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취임 후 1년 동안 전국 60개 사업소를 일일이 직접 현장 방문한 인상적인 행보를 보였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지난해 취임하자마자 일선 사업소 현장부터 달려갔다.

전국의 60개 지방 사업소와 해외 사업소를 다 돈다는 각오로 발품을 팔았다.

1년 내에 모든 사업소를 돌았다. 수시로 현장을 찾은 이유는 책상머리에서 결재하고 보고받고 토론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듣는 귀가 곧 나의 스승’이라는 마음으로 직원들과 직접 만나 소통하려 애썼다. 그런데 정말 현장에 답이 있었다.

엔지니어링 사업 한다고 하면 플랜트 발전기 송전 배전 검사 하나만 한다.

또 점검부는 일반 주택이나 일반용 전기설비 점검만 하지 다른 걸 모른다.

직접 다녀 보니까 공사의 전체적인 현황과 문제점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

-취임 후 직접 사업소 현장 방문을 많이 다녔는데 그 중 특별히 인상적인 기억이 있다면?

지난해 강원지역본부를 방문했을 때 직원들과 무릎 간담회를 하면서 재밌는 일이 있었다.

신입사원이 한명 있었는데, 사번이 나와 비슷했다.

다행히 내가 그 직원보다 사번이 약간 빨라 선배였다. 장난기가 발동한 그 직원은 나한테 선배라고 불러보고 싶었는지 잠깐 멈칫하다 결국 ‘사장님’으로 불러줬다.

그 직원은 내 자서전을 직접 읽어 봤다며, 자신도 과거 내 아내와 나처럼 초등학교 동창생을 좋아하는데 아무런 진전이 없다며 연애상담을 하는 것이었다.

무릎 간담회를 하면 주로 업무상담을 많이 하지만, 그 신입사원처럼 직원들이 내게 격의 없이 다가와 소소한 연애상담, 육아고민, 자녀 교육문제 등 개인의 일상생활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눈 것들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조직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으로 흔히 ‘소통’을 꼽는데 직원들과 소통을 위해 특별히 노력하는 점이 있다면?

사업소 현장을 방문할 때 사업소장이나 본부장으로부터 현황 보고만 받는 것이 아니라 전체 직원들과 의자 하나씩만 가져다 놓고 무릎을 맞대고 대화하는 소위 ‘무릎간담회’를 갖는다.

처음에는 직원들도 ‘영 아니올시다’ 하는 반응이었지만 이젠 서로들 자연스러워 하고 있다.

올 초에는 ‘식객을 찾아서’라는 사내 이벤트도 펼쳐나가고 있다. 공사 업무의 특성상 지방에 파견 나가 일하는 직원들이 많다.

전주로 본사가 이전하며 타향살이를 하는 직원들도 크게 늘었다.

저마다 갖고 있는 요리 솜씨를 통해 객지생활의 어려움을 나누고 공사 가족 간의 친목과 유대감을 도모하기 위한 취지에서 시작했다.

앞으로도 매달 한 명씩 숨은 식객을 발굴해 연말에는 요리 경연대회도 마련할 계획이다.

매주 사업장 직접 돌며 ‘대화의 장’ 만들어
해외사업 초석다지기 주력…관련법 재정비

-기본을 지키는 것과 혁신을 중요한 경영 철학으로 꼽았는데, 이 둘을 조화시키는 과제가 말처럼 쉬워보이진 않는다. 구체적인 방안이 있는지?

기본을 지키는 것이 곧 혁신이다.

‘본(本) 경영’을 통해 가장 강조하는 것도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모두가 다 혁신을 말하고 있지만 지금 이 시대의 혁신은 바로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으로 가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성장은 불가능하다.

또 인류 문명이 생긴 이래로 ‘혁신’없이는 발전이 없었다. 혁신의 정의에 대해 ‘역수행주부진즉퇴(逆水行舟不陳卽退)’라는 논어의 문구가 잘 설명하고 있다.

즉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배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라오스, 베트남과 ‘전기안전 기술협약’을 체결했는데 본격적으로 공사의 해외진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건가?

본격적인 해외 진출이라기 보단 초석을 다지는 의미로 봐야 할 것 같다.

특히 중동과 활발히 교류하고 있는데 왜냐면 중동의 경우 전기안전관리 제도 자체가 선진화 돼있다.

반면 동남아의 경우 그 나라의 안전관련 제도를 우리식으로 바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이 작업이 중요한 이유는 차후 그 나라의 전기 관련 사업을 우리 기업과 공사들이 수주하고 진출하기가 훨씬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이번에 베트남과 체결한 MOU는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에 따른 기술지원뿐 아니라 해외 기업의 해외 플랜트 사업도 우리가 수주해 사업 영역을 넓혀가는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전기안전기술 설비진들이 베트남에서 전기 안전공사 점검 관련 업무를 할 때 베트남 정부기관인 산업검사센터와 같이 작업하게 된다.

이때 베트남 현지법에 따라 안전성에 관한 합격을 결정하는데 이때 우리 전기안전 기술 노화우가 적용된다.

이것이 정착되면 앞으로 우리나라 전기관련 기업들이 베트남에서 활동하기가 쉬워질 것이다.

-하지만 현행법에는 공사의 ‘해외진출 관련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은데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현제 법령을 정비하기 위해서 한국법제연구원에 용역을 줬다.

이와 별도로 법률전문가들과 우리 공사가 해외진출 관련법을 제정하기 위해 전기 안전 업무에 대해 세밀히 파악하고 있다.

나도 법률전문가 출신이라 직접 법안을 내는데 적극 참여했다.

특히 현재 공사의 업무로 빠져있는 ‘전기안전기술 해외 용역수출’을 공사의 업무로 포함시키기 위해 이를 법에 명시할 예정이다.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다.

내년 전기화재 점유율, ‘15%대’ 진입할 것
“충실한 기본이 바로 혁신”…‘本’경영 주창

-공기업 정상화, 방만 경영에 대한 말이 많은데, 신뢰받는 공기업으로서 노력하고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공공기관 정상화를 위한 1단계 과제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부채 감축과 방만 경영 해소였다.

우리 공사의 경우, 이미 지난해 8월 노사 합의로 관련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또 ‘손톱 밑 가시’와 같은 규제개혁에도 앞장섰다.

올해 초 정부가 내놓은 공공기관 2단계 정상화 종합대책은 기관 내 기능조정, 또는 기관 간의 구조조정이 핵심 내용이다.

우리 공사의 실례를 들자면 일반용 전기설비의 경우 사용 전 점검을 받아야 한다.

현재는 전기안전공사를 한국전력공사도 할 수 있어 업무가 중첩돼 있다.

안전과 관련된 부분이기 때문에 우리가 하는 게 옳다고 본다. 이런 부분을 조정, 조율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이른바 ‘안전사회 건설’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최근까지 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안전사고들이 잇따라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는지?

사고의 원인은 무엇보다도 안전불감증이 가장 큰 요인이다.

큰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각종 대책이 나오고 매뉴얼과 법령이 넘쳐나지만 그 자체가 안전을 담보해주지 않는다.

이를 구현해나가는 당사자들의 실천과 책임의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는 얘기다.

머리가 아닌, 우리 몸이 기억할 때까지 반복해 훈련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믿을 수 있는 최고의 대책이다.

-과거 장애인협회 고문 변호사 경력이 이색적이다. 장애인 문제에 남다른 관심이 있어 보이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집안에 장애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촌들이 있어 그 문제가 늘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마침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고 얼마 안 됐을 때 장애인협회에서 법률지원요청을 해왔다.

그래서 선뜻 승낙했고 그 이후에 자주 장애인 관련 법률상담이 들어와 이를 해결했는데 어느새 나도 모르게 고문 변호사가 돼 있었다.

-향후 목표는?

임기 내 최우선 목표는 전기화재와 감전사고 등 전기재해를 감축하는 일이다.

무엇보다 이 일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또 내년에는 전기화재사고 점유율을 15.7%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지난해는 2% 가량 줄였는데 올해와 내년에도 지속적으로 2% 가량 줄이면 선진국 수준인 15%대로 진입이 가능하다.

좀 전에 잠깐 언급했는데, 취임 후 조직개편을 통해 본사 근무 인원 20% 가량을 일선 현장으로 내려 보내고 전기재해감축부와 신전기안전서비스기획부로 구성된 안전기획단을 본사에 신설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현재는 안전기획단을 중심으로 전기재해 감축을 위한 4대 전략과 30개 추진과제를 마련해 실행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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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권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프로필>

▲ 충남 홍성 출생

▲ 홍성고·건국대 법학과 졸업

▲ 사법고시 24회 합격

▲ 1999년~2000년 청주지방검찰청 부장검사

▲ 2000년~2001년 인천지방검찰청 부장검사

▲ 2010년~2012년 제18대 국회의원

▲ 現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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