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영업에 1500억 날리나

[파이낸셜투데이=배효주 기자] 소셜커머스 업체 쿠팡이 ‘총알 배송’ 마케팅을 위해 법 규정을 무시하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고객 서비스 강화를 목적으로 운영한다는 자체 배달 서비스가 문제의 핵심이다. 화물 차량이 아닌 일반 차량으로 배송 시스템을 운영 중인 것을 두고 관련 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 편법을 동원한 무리한 영업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도 존재한다.

한국통합물류협회는 지난 1월 주무관청인 국토교통부에 쿠팡이 제공하는 배송 서비스에 영업용 차량을 이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이의를 제기했다. 쿠팡 측이 판매중인 제품 중 몇 가지 품목에 한해 직접 배달 기사를 고용,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사실상 택배 사업에 속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운송업” 

쿠팡은 서울과 인천, 경기, 부산, 대구, 청주, 경북, 경산, 구미, 광주, 대전, 울산 등에서 당일 또는 익일 배송을 제공하는 ‘로켓배송’ 서비스를 실시 중이다. ‘출산·유아동’ ‘식품’ ‘가구’ 등 별도의 로켓배송 카테고리를 두고 9800원 이상의 상품에 대해 무료배송을 제공한다. 물건은 전용 배송 기사인 ‘쿠팡맨’ 1000여명이 각각 1톤 차량을 이용해 배송한다.

물류협회가 문제를 제기한 부분은 쿠팡이 배송에 사용하는 차량이 화물 운송용이 아닌 쿠팡 이 소유한 차량이라는 점이다. 이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을 위반한다는 입장이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제56조는 자가용 화물자동차의 소유자 또는 사용자는 자가용 화물자동차를 유상으로 화물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쿠팡이 영업 중인 개인용 차량은 택배 배송업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물류협회의 주장이다.

현재 택배 업체들은 화물운송업용인 ‘노란색 번호판’을 달고 영업 중이다. 하지만 쿠팡은 흰색인 일반 번호판을 사용한다.

▲ 쿠팡의 로켓배송 광고 캡쳐 화면.

정부는 2004년 화물차 증차 반대를 요구하는 화물연대의 파업과 영업용 화물차량의 공급 과잉을 이유로 화물운송업을 기존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변경, 신규 허가 신청을 받고 있지 않다. 택배업은 화물운송업에 속해 택배 차량 역시 신규로 증차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국토부가 택배 차량 증차를 위해 영업용 차량을 2013년 1만1200대, 지난해 1만2000대 추가로 허가했음에도 영업용 번호판의 품귀 현상은 해결되지 않아 번호판 하나당 1500만원이 넘는 프리미엄이 붙는다는 것이 운송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쿠팡 측은 고객에게 배송비를 부과하지 않으므로 유상 운송 금지 규정에 위반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또 고객 만족 차원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뿐이라는 점을 들어 위법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물류협회, “일반 차량으로 꼼수 택배 사업”
국토부, “구두로 시정 권고 했다”…소극적

로켓배송이 불법으로 규정되면 쿠팡은 막대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쿠팡이 로켓배송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쏟은 자금은 지금까지 1500억원이 넘는다. 게다가 쿠팡 측은 올 상반기 생필품을 2시간 내 배송하는 서비스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1500억~2000억원을 들여 전국 단위의 물류 센터와 배송 인프라를 확대할 방침이다. 또 현재 짓고 있는 인천센터를 포함해 2016년까지 2~3곳의 물류센터를 늘릴 예정이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지난달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쿠팡이 2013년 42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고 밝혔다. 쿠팡 측은 물류센터 건설과 쿠팡맨 고용 등 지난해 실적 역시 적자폭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고객 서비스 ‘꼼수’

물류협회의 문제제기에 국토부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지난달 30일 국토부가 법률 검토 끝에 로켓배송이 위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는 보도가 나가자 쿠팡 관계자는 국토부로부터 구두로 시정 권고를 받았지만 서면 통지 등 공식적인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국토부 역시 물류협회와 쿠팡 측에 의견을 전달한 것은 맞지만 위법성을 확정 지은 것은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법률적인 판단은 하겠지만 결정은 사법기관인 법원에서 판단할 문제라며 한 발 물러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배명순 한국통합물류협회 택배위원회 사무국장은 “주무관청이 사법기관을 통해 판단하겠다는 것은 직무유기이자 직무태만”이라며 “법망에 저촉되는 부분이 발생한 것에 대해 명확하게 유권해석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 사무국장은 쿠팡측이 ‘고객 서비스 차원’으로 무상으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유통업체가 판매를 하면서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장난”이라며 “무상으로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상품 가액에 이미 배송비가 포함됐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쿠팡을 상대로 회원사들과 업계의 논의를 거쳐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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