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매출 통해 성장…오너 일가 지분 4조원 육박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IT서비스는 아직 일반 대중들에게는 낯선 분야다. 하지만 기업 내 온라인 시스템과 보안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이를 관리하는 IT서비스 업체는 대기업들에게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이에 굴지의 그룹들은 저마다 자신들만의 IT서비스 업체를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고 이런 상황 때문에 해당 업체들은 ‘일감 몰아주기’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국내 최대 그룹인 삼성의 전산을 담당하는 삼성SDS 내부거래 비중이 업계 1위를 기록하는 것은 당연지사. 더욱이 지난해 말 삼성SDS가 주식시장에 입성하면서 이재용·이부진·이서현 삼남매의 지분 가치는 천문학적으로 치솟았다. 삼성SDS의 내부거래에 대한 시선이 더욱 곱지 않은 이유다.

재계에 비상이 걸렸다. 1년 간 유예기간을 거친 ‘일감 몰아주기 규제법’이 지난달부터 본격 가동됐기 때문이다. 당장 그룹 의존도가 높은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든지 오너 일가 지분율을 낮춰야 한다. 1년의 시간이 주어졌지만 아직 구조 개선이 시급한 계열사들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이에 그룹 오너 일가에는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개정된 법을 위반할 경우 총수 일가는 최대 3년의 징역형까지 각오해야 한다. 이에 <파이낸셜투데이>는 일감 몰아주기 구조 개선이 시급한 대표 기업들을 차례로 짚어보는 기획 시리즈를 준비했다.<편집자 주>

삼성SDS가 최근 5년 동안 그룹 계열사 간 내부거래로만 14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대규모기업집단현황공시를 분석한 결과, 삼성SDS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최근 5년 간 별도기준으로 총 19조129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이 중 73.4%인 14조475억원은 삼성그룹 계열사를 통해 벌어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즉, 삼성SDS는 지난 5년 동안 올린 수익 1000원 중 무려 734원을 그룹 내 계열사에서 벌어들였다는 의미다.

더욱이 삼성SDS의 그룹 내부거래 비중은 해마다 증가해 왔다.

연도별로 보면 삼성SDS의 2009년 매출은 2조4940억원이었고 이 중 계열사 매출은 1조5725억원으로 내부거래 비중은 63.1%였다. 2010년 역시 전체 매출 3조6266억원 가운데 63.1%인 2조2888억원의 매출을 계열사를 통해 기록했다.

이같은 내부거래 비중은 2011년부터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한다. 2011년의 경우 연매출 3조9525억원 중 2조9152억원을 계열사 간 거래로 기록해 내부거래 비중이 70%를 넘기 시작한다. 2012년에는 매출 4조4237억원 가운데 3조4384억원이 내부거래로, 비율은 77.7%를 기록했다.

가장 최근 집계인 2013년에는 4조6329억원의 매출 중 무려 82.7%인 3조8326억원을 계열사를 통해 벌어들이며 내부거래 비중이 80%대 마저 돌파했다.

◇ 내부거래 뺐더니…‘역성장’

삼성SDS의 전체 매출은 이처럼 해마다 늘어왔지만 이 중 내부거래 부분을 빼면 2010년을 기점으로 오히려 감소세를 보인다. 결국 삼성SDS는 삼성그룹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바탕으로 해마다 성장세를 이어올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삼성SDS의 연매출 가운데 계열사를 통해 벌어들인 매출을 빼 보면 ▲2009년 9215억원 ▲2010년 1조3378억원 ▲2011년 1조373억원 ▲2012년 9853억원 ▲2013년 8003억원 등이다.

삼성SDS의 내부거래 의존도가 이처럼 높은 것은 계열사 물량을 받아 영업활동을 하는 시스템통합(SI) 계열사로 주고객이 그룹 계열사들이기 때문이다.

삼성SDS는 1985년 설립한 삼성데이타시스템을 전신으로 성장해왔다.

삼성데이타시스템은 1997년 삼성SDS로 사명을 바꾼 뒤 2000년 3월 정보통신부문을 삼성네트웍스(유니텔)로 분리했다.

삼성SDS는 2010년 1월 삼성네트웍스에 이어 지난해 말 삼성SNS(옛 서울통신기술)를 차례로 합병한 바 있다.

◇ 오너 일가 실탄 만들기?

삼성SDS의 내부거래가 더욱 논란이 되는 이유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세 자녀이자 향후 삼성그룹을 이끌어 갈 이재용과 이부진, 이서현 남매의 보유지분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삼성SDS가 지난해 말 ‘기업공개(IPO) 대어’로 주목받으며 코스피 시장에 상장되면서 이들이 보유한 지분 가치는 천문학적 액수의 실탄을 확보하게 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최대주주등소유주식변동신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1일 기준으로 이부진·이부진·이서현 남매가 보유한 삼성SDS의 주식 수는 1474만2030주이며 지분율은 19.05%다.

지난 23일 삼성SDS의 종가인 25만7000원을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이들이 보유한 주식가치는 3조7886억원에 달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우 삼성SDS의 주식 870만4312주를 보유 중이며 지분율은 11.25%다. 이에 따른 보유 주식 가치는 2조2370억원에 이른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은 똑같이 301만8859주를 보유 중이며 지분율은 3.90%다. 해당 주식 가치는 각각 7758억원이다.

결국 삼성SDS가 그룹의 지원으로 성장을 거듭할수록 이들의 주식 가치는 더욱 올라가게 된다.

더욱이 삼성그룹의 후계구도 재편 과정에서 이들 세 남매는 차후 상당한 현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SDS의 경우 삼성그룹 출자 구조의 꼬리에 위치한 기업이다. 삼성그룹의 지배 구조에서 삼성SDS의 지분이 갖는 의미가 크지 않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11월 14일 삼성SDS의 주식시장 상장이 이뤄질 당시 3세 경영을 위한 실탄 확보라는 의견이 분분했다. 즉, 이들 세 남매가 삼성SDS의 상장을 통해 보유 지분가치를 끌어올린 뒤 매각해 삼성그룹의 지배 구조 개편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공수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실제로 삼성SDS 상장 후 채 보름이 지나지 않아 이재용 부회장의 주식 매각 가능성에 대한 얘기가 흘러 나왔다.

삼성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25일 “의무보호예수 기간(상장 후 6개월)이 끝나면 주식을 일부 매각할 수 있다”며 이재용 부회장의 주식 매각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2013년 내부거래 4조원 육박…비중 80% 넘겨
계열사 빼면 매출 감소세…그룹에 의존한 성장
이재용·이부진·이서현 3남매 지분 ‘4조원’ 육박
합병으로 일치감치 ‘발 빼’…공정위 해석 ‘주목’

◇ 법망 피한 ‘꼼수 경영’

이같은 삼성SDS의 내부거래로 해당 기업의 지분을 보유한 오너 일가가 당장 처벌을 받게 되는 상황은 아니다. 일치감치 합병이라는 발 빠른 대처를 통해 처벌 기준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오너 일가의 처벌을 피하기 위한 ‘꼼수 경영’이라는 의문부호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달 14일부터 본격 시행된 ‘일감 몰아주기 규제법’은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 총수 일가 지분이 30%(비상장사는 20%) 이상인 계열사에 대해 일감을 몰아주는 행위를 규제한다.

해당 계열사에 연간 200억원 이상 일감을 몰아주거나 다른 계열사가 국내 매출액의 12% 이상을 몰아주면 규제를 받는다. 이를 어길 경우 총수 일가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이에 삼성그룹은 2013년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SNS를 삼성SDS로 합병시켰다. 이를 통해 45%를 상회하던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은 10%대로 낮아졌고 일감 몰아주기 제재 조건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완전히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공정위의 해석에 따라 언제든 상황이 바뀔 수 있는 규정 때문이다.

공정위는 총수 일가를 위해 ‘정상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한 경우 규제 심사의 대상으로 하되 ‘정상가격과 7% 이상의 차이’라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 즉, 7%보다 비싸거나 싸면 특혜를 준 것으로 보는 것이다. 사례 별로 공정위의 유권해석이 들어갈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규제 대상 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현황을 들여다볼 것”이라며 “사안별로 판단해 구체적인 지침을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 시나브로 늘어온 지분

이건희 회장 일가족이 삼성SDS의 지분을 갖게 된 것은 합병 이외에도 증자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 등을 통해서다.

애초 액면가 500원에 증자를 받은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SDS 보유 지분은 2001년 말만 해도 6.5%(295만5560주)에 불과했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도 당시만 해도 2.2%(98만5180주)씩만 갖고 있었다.

이재용 부회장 등 특수관계인들이 보유 지분을 대폭 늘리게 된 것은 1999년 삼성SDS가 발행한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하면서다.

당시 발행된 BW는 주당 7150원에 신주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부회장 등 3명의 자녀들은 당시 3자배정 방식으로 이 BW로 삼성SDS 주식을 추가로 인수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SDS 주식 219만140주를 늘렸고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은 각각 158만5080주를 추가로 확보했다.

이로써 이재용 부회장의 보유 지분은 9.1%(514만5700주)로 확대됐고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의 보유 지분도 4.6%씩으로 올라갔다.

이후 삼남매의 삼성SDS 보유 지분은 삼성네트웍스와 삼성SNS의 합병을 통해 더 늘어났다.

이재용 부회장의 보유 주식(지분)은 두 차례 합병을 거쳐 추가로 233만9855주(2.15%포인트) 증가해 현재와 같은 수준이 됐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도 마찬가지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