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딛고 화려한 성적표…정반대 청사진 ‘눈길’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두 ‘거인’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변 사정이 좋지 않았던 탓에 요 몇 년 간 몸을 웅크리기에 바빴지만 한번 켠 기지개에 주변의 시선이 한 번에 모아졌다. 남은 관전 포인트는 두 거인이 걸어갈 방향이다. 흥미로운 점은 몸을 일으키자마자 서로 정 반대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기나긴 불황에서 벗어나 빛나는 성적표를 받아들고도 상반되는 을미년 청사진을 내놓은 제철업계의 두 강자,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이야기다.

< 포스코 >
2년 만에 영업익 3조원대 ‘복귀’…7.3%↑
몸집 보다 내실…투자 1000억원 줄일 것

포스코가 철강업계 장기 불황의 그늘에서 벗어나며 성적 끌어올리기에 성공했다. 더욱이 지난해 권오준 회장 부임 이후 처음으로 받아든 연간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 권 회장의 내실 다지기가 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포스코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조2135억원으로 전년 대비 7.3% 증가했다. 이로서 포스코는 2012년 이후 2년 만에 영업이익 3조원 대에 복귀했다.

매출 역시 65조984억원으로 같은기간 대비 5.2% 늘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도 4.84%에서 4.94%로 0.10%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세무조사 추징과 투자주식 감액 등으로 당기순이익은 556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54.5% 감소했다.

이를 두고 권 회장의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더욱이 철광석 등 원재료 가격이 떨어진 데다 환율도 상승해 외부환경도 좋았다.

포스코 측은 지난해 권 회장이 취임한 뒤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에 주력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권오준 회장은 지난해 취임하면서 철강 본원경쟁력 강화를 내세우면서 구조조정을 실시해 왔다. 지난해 외형 확장보다 내실을 다지는데 주력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들은 업황부진과 현대자동차그룹 물량이 현대제철로 이탈한 상황에서 포스코가 나름 선방했다고 보고 있다.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늘리고 해외시장으로 판로확대에 나선 것이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도 나온다.

◆ 재무구조 다소 악화

재무건전성은 다소 악화되는 흐름을 보였다. 유동성은 떨어지고 부채비중은 상승했다. 하지만 큰 변화는 아니었고 모두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당장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포스코의 지난해 3분기 말(9월 30일) 기준 유동비율은 150.4%로 전년동기(153.7%) 대비 3.3%포인트 하락했다.

유동자산이 31조6859억원으로 같은기간(30조9762억원) 대비 2.3% 늘기는 했지만 유동부채 역시 20조1513억원에서 21조29억원으로 4.2% 늘면서 전체적으로 유동성이 다소 떨어졌다.

부채규모도 다소 커졌다. 포스코의 지난해 3분기 말 부채비율은 87.3%로 전년동기(82.7%) 대비 4.6%포인트 상승했다.

부채는 37조7364억원에서 39조5484억원으로 4.8% 증가한 반면, 자본은 45조6040억원에서 45조2982억원으로 0.7% 감소하면서 부채 비중이 커졌다.

◆ 선택과 집중

포스코는 올해 투자는 크게 줄이고 내실 다지기에 전념한다는 전력을 세웠다. 포스코의 이같은 ‘수성전략’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권오준 회장의 ‘재무구조 개선’ 최우선 원칙에 따라 올해 투자규모를 축소할 방침이다. 본원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에만 집중하고 부수적인 부분에서는 투자규모를 대폭 줄이기로 방침을 수립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포스코는 투자규모를 2조9000억원으로 확정지었다. 이는 전년 투자규모 3조원에 비해 1000억원 가량 줄어든 규모다.

지난해에도 포스코는 투자규모를 전년에 비해 크게 줄인바 있어 권오준 포스코 회장 취임이후 2년 연속으로 투자는 줄고 있다. 포스코는 2013년 4조3000억원을 연구개발(R&D) 및 설비확장에 투자했다. 포스코는 그룹차원에서도 올해 총 투자비를 전년 5조4000억원에 비해 1조2000억원 줄어든 4조2000억원으로 책정한 바 있다.

올해 목표 실적도 연결기준 매출 67조4000억원과 단독기준 매출 29조3000억원을 제시하며 지난해 거둔 실적과 비교해 보수적인 수치를 잡았다.

포스코가 투자비를 줄이는 것은 불필요한 계열사 지원을 줄이고 본원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포스코가 올해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차량용강판 사업이다.

권오준 회장은 “자동차와 관련해서 포스코가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차량용강판 사업을 계속해서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권 회장은 비핵심자산 매각과 그룹사 지분 매각, 기업공개(IPO) 등 기업가치 극대화를 위한 전략적 개편을 이어가기로 했다.

포스코는 지난달부터 러시아 기업과 미국 USP강관공장 매각협상을 벌이는 등 올해 초부터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권 회장은 포스코에너지와 포스코건설의 기업공개(IPO)에 대해 “포스코에너지의 경우 현재 시장상황이 좋지 않아 당분간 기다릴 것”이라며 “포스코건설은 현재 사우디 국부펀드와 협의 중이기 때문에 구체적 협상안이 나오면 밝히겠다”고 전했다.

< 현대제철 >
영업익 2배로 ‘껑충’…만년 2위 벗어날까
자동차강판에 ‘도전장’…그룹 지원 ‘든든’

현대제철이 눈부신 성적표를 받아들며 공격적인 행보를 예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제철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4911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95.5% 급증했다.

매출 역시 16조7624억원으로 같은기간 대비 23.9%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5.64%에서 3.26%포인트 상승한 8.90%를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도 7094억원에서 7823억원으로 같은기간 대비 10.3% 증가했다.

현대제철 측은 “2013년 말 3기의 고로 생산체제를 구축한 뒤 풀가동에 들어간 첫 해인데다가 현대하이스코의 냉연사업부문을 합병하면서 고부가가치 제품의 판매가 늘어 이같은 실적을 거둘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현대제철의 제품생산량은 전년 대비 20.1% 증가한 1910만t이고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량도 29.7% 늘어난 822만t을 기록했다. 또 냉연부문 합병에 따른 생산 및 품질 통합관리로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1609억원의 합병시너지 효과도 이뤄냈다.

하지만 현대제철은 올해 철강업계를 둘러싼 경영환경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세계 철강수요 둔화와 지속적인 중국산 저가 철강재의 유입 증가로 국내 철강업계가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지속되는 철강시황 부진을 극복하고자 고부가 제품 중심의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제품 경쟁력 및 고객 맞춤 솔루션 마케팅을 강화해 올해에는 판매량 1972만t을 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재무상태 ‘청신호’

재무상태도 일제히 개선세를 보여 향후 행보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의 지난해 3분기 말(9월 30일) 기준 유동비율은 114.3%로 전년동기(101.0%) 대비 13.3%포인트 상승했다.

같은기간 유동부채가 5조4681억원에서 5조5777억원으로 2.0% 늘기는 했지만, 유동자산이 6조3744억원으로 전년동기(5조5235억원)에 비해 15.4% 급증하면서 유동성이 커졌다.

부채 수준도 긍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현대제철의 지난해 3분기 말 부채비율은 112.0%로 같은기간(135.7%) 대비 23.7%포인트 떨어졌다.

부채가 14조4494억원에서 15조3826억원으로 6.5% 증가하긴 했지만 자본이 10조3500억원에서 13조7299억원으로 32.7%나 증가하면서 부채비율이 떨어졌다.

◆ 포스코 잡겠다

철강업이 세계적으로 불황을 맞이했지만 현대제철은 오히려 투자를 강화하며 덩치를 더욱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의 든든한 지원도 힘이 되고 있다. 이에 국내 철강업계에서는 포스코의 독주체제가 끝나고 양강체제로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포스코와 달리 현대제철은 올해도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올해 특수강 공장 건설에만 4968억원을 투자한다. 이는 전년 투자규모 3474억원에 비해 1500억원 가량 많은 수준이다. 특수강 공장이 올해 완공되면 현대제철은 연간 100만t 규모의 특수강 공급체계 구축은 물론 자동차 철강소재 전문 제철소를 완성하게 된다.

또 당진2냉연 생산능력 확대에 931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해엔 투자한 364억원의 두 배가 넘는 액수다.

더욱이 현대차그룹은 2018년까지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등 철강사업부문에 대해 6조7000억원을 쏟아 붇기로 결정한 상태다. 앞으로 4년간 매년 1조7000억원 이상을 미래를 위해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현대제철은 기존 포스코가 독식하던 자동차강판시장에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자동차강판은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 세계적 철강업황 불황 속에서도 수요가 꺾이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자동차 수요가 늘어난 데다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의 연비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2013년부터 자동차강판을 현대차와 기아차에 공급하고 있다. 최근까지 100여 종의 자동차강판을 개발했다. 덕분에 현재 생산되는 완성차 강판 수요의 99% 이상을 대응할 수 있게 됐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현대기아차에 공급을 늘리면서 전년보다 38% 가량 늘어난 480만t의 자동차강판을 판매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는 현대차를 중심으로 자동차강판 판매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은 늘어나는 자동차강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당진 2냉연공장에 연간 생산량 50만t 규모의 용융아연도금강판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올해 당진 기술연구소를 중심으로 자동차강판 연구개발도 확대한다. 현대제철은 이르면 올해 안에 연구동을 증설하고 뒤이어 연구인력을 늘릴 계획이다. 새로 짓는 연구동은 2016년 완공될 예정이며 투자 규모는 800억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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