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45조원 증가…삼성그룹 200조원, 압도적 1위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국내 10대 그룹 곳간에 쌓인 현금이 지난 1년 사이에만 45조원 넘게 불어나며 500조원을 돌파했다. 삼성그룹이 200조원이 넘는 압도적 이익잉여금을 기록해 10대 그룹 사이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정부가 올해부터 기업들의 사내유보금 쌓기에 ‘전면전’을 선포한 상태에서 이처럼 이익잉여금이 불어난 것으로 나타나 향후 기업과 정부 사이의 팽팽한 줄다리기를 예고하고 있다.

국내 10대 그룹의 이익잉여금이 500조원을 넘어섰다. 1년 전과 비교해 45조원이 넘는 돈을 ‘추가 비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3분기 말(9월 30일) 기준 국내 10대 그룹(삼성·현대자동차·SK·LG·포스코·롯데·현대중공업·GS·한화·한진) 소속 상장사 94곳의 이익잉여금은 총 507조255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461조7238억원이었던 전년동기 보다도 9.9%(45조5314억원) 증가한 규모다. 10대 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1년 새 45조원이 넘는 돈을 추가로 비축한 셈이다.

◆ 삼성그룹 비축액만 전체의 40%

가장 많은 현금을 쌓은 그룹은 역시 삼성그룹이었다. 200조원이 넘는 현금을 비축하며 다른 그룹들을 압도했다. 삼성그룹이 보유한 이익잉여금만 10대 그룹 전체의 40%를 넘었다.

반면 한진그룹은 1000억원에도 한참 못 미치는 이익잉여금으로 다른 그룹들과 큰 차이를 보였다. 이익잉여금 순위 바로 위에 자리한 한화그룹의 이익잉여금이 9조원에 가까운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한진그룹이 쌓아둔 현금은 ‘제로’에 가까운 셈이다.

삼성그룹 상장사 18곳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이익잉여금은 208조7152억원으로 유일하게 200조원을 넘겼다. 삼성그룹의 이같은 이익잉여금 규모는 10대 그룹 전체의 41.1%에 달한다. 10대 그룹이 쌓은 현금의 절반 가까이가 삼성그룹에 있는 셈이다.

2위는 현대차그룹으로, 계열 상장사 11곳의 이익잉여금은 112조3940억원이었다. 삼성그룹을 제외하면 100조원을 넘긴 유일한 사례였지만 삼성그룹과 비교하면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어 ▲SK그룹 45조450억원 ▲포스코그룹 42조6854억원 ▲LG그룹 40조5808억원 ▲롯데그룹 23조1258억원 ▲현대중공업그룹 15조9656억원 ▲GS그룹 9조8024억원 ▲한화그룹 8조8717억원 ▲한진그룹 693억원 등 순으로 이익잉여금이 많았다.

◆ 현대차그룹 증가폭 가장 커

1년 전과 비교해 이익잉여금이 가장 많이 늘어난 그룹은 현대차그룹이었다. 이어 삼성그룹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반면 한진그룹은 1년 새 1/10도 안 되는 수준으로 쪼그라들며 불안감이 감지된다.

또 증가한 그룹이 7곳, 감소한 그룹이 3곳으로 전체적으로 현금을 비축하는 흐름을 보였다.

현대차그룹의 지난해 3분기 말 이익잉여금은 97조2915억원이었던 전년동기 대비 15.5% 늘어나며 100조원을 넘겼다. 삼성그룹의 이익잉여금 역시 182조7401억원에서 1년 새 14.2% 증가하며 200조원을 넘어 섰다.

이어 ▲SK그룹 9.2% ▲LG그룹 7.2% ▲롯데그룹 5.0% ▲한화그룹 2.3% ▲포스코그룹 0.8% 등의 이익잉여금이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한진그룹의 이익잉여금은 같은기간(8685억원) 대비 92.0% 급감했다. 현대중공업그룹도 전년동기(18조5879억원)와 비교해 14.1% 줄었고, GS그룹의 이익잉여금이 10조683억원에서 2.6% 감소하며 10조원 대 아래로 내려왔다.

◆ 대표 계열사들 ‘현금 쌓기’ 열중

계열사별로 보면 삼성그룹의 ‘캐시카우’인 삼성전자의 이익잉여금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특히 이익잉여금 상위 10개 기업 중 지난해 최악의 적자에 허덕인 현대중공업을 제외하면 모두 이익잉여금이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각 그룹 대표 기업들은 ‘현금 쌓기’에 열중한 셈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3분기 말 이익잉여금은 164조2449억원으로 전년동기(141조3805억원) 대비 16.2% 증가했다.

2위인 현대자동차는 53조3487억원으로 같은기간(45조9599억원) 대비 16.1% 늘었고, 3위 포스코의 이익익여금도 40조8046억원에서 41조1503억원으로 0.8% 증가했다.

이어 이익잉여금 ‘탑10’에 오른 10대 그룹 계열 상장사는 ▲현대모비스 21조3040억원(전년동기 17조9537억원·증감률 18.7%) ▲기아자동차 18조4137억원(15조2978억원·20.4%) ▲현대중공업 14조4614억원(16조3916억원·-11.8%) ▲SK텔레콤 13조7164억원(12조7851억원·7.3%) ▲롯데쇼핑 12조4350억원(11조7657억원·5.7%) ▲LG화학 10조6096억원(9조9994억원·6.1%) ▲삼성생명 10조5476억원(9조3786억원·12.5%)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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