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김남홍 기자] 올해 대형 건설사들은 해외공사 수주에 공을 들이면서 주택사업을 예년보다 강화할 계획이다.  

저유가로 해외건설 공사 수주에 먹구름이 끼면서 최근 회복 기미를 보이는 주택사업을 확대해 리스크를 분산시키려는 것이다.  

올해 대형 건설사 중에는 매출 비중이 높은 해외사업에 중점을 두면서도 이와 별개로 국내 주택사업 부문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지난해 보기 드문 청약열기와 분양성공으로 골칫덩어리던 미분양 주택을 털어낸 것은 물론 사업성이 없어 애물단지 취급받던 장기 미착공 토지에서도 아파트 분양에 성공하면서 주택사업이 회사의 확실한 '캐시카우'로 급부상한 때문이다.

대우건설은 올해 해외 플랜트 수주와 국내 주택사업을 양대 축으로 하면서 주택사업부문을 작년보다 강화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주택사업본부내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담당하는 도시정비사업팀과 일반 택지내 주택공급을 담당하는 주택사업팀을 각각 1개에서 2개 팀으로 늘리고 인원도 보강했다.

특히 민간택지 확보가 어려워 지면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확대하기로 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다소 부진했던 해외실적을 주택사업에서 만회했다"며 "서울시내 재개발·재건축 시장 규모만 25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도시정비사업 수주 영업인력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분양한 아파트마다 청약에 성공한 대림산업은 올해 전무급이던 건축사업본부장을 사장으로 승진 발령하고 주택사업 확대에 나섰다.

재개발·재건축 수주를 강화하고, 아파트 분양물량도 지난해 1만2천800가구에서 올해는 대형 건설사중 최대 규모인 2만2천300여가구로 1만가구가량 확대할 방침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종전에 별도 분리돼 있던 주택·건축부문의 시공·설계·영업 조직을 '건축주택사업본부'로 모두 통합하고 수주 경쟁력과 원가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아파트 등 분양물량도 지난해 8천가구에서 올해는 1만2천가구로 33% 늘린다.

해외사업 부실로 2013년에 대규모 적자를 냈던 GS건설은 지난해 주택사업 호조를 밑거름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올해는 지난해(1만3천961가구) 보다 4천가구 정도 많은 1만7천889가구를 공급하고, 수익성 있는 재건축·재개발 사업 수주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수익성이 있는 사업만 선별 수주하되 사업성이 보장되는 도시정비사업은 전사적으로 수주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들이 이처럼 주택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해외 플랜트 수주 감소에 대비하려는 측면도 있다.  

저유가가 장기화하면 중동 산유국들이 신규 공사 발주를 연기할 가능성이 크고, 결국 중동 의존도가 높은 우리 건설사들의 수주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과거와 같은 국내 대형 공공사업 발주가 줄어든데다 담합 처벌에 대한 후유증으로 건설사들 사이에 공공공사 수주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 담합에 대한 지나친 처벌로 가능한 한 공공수주는 줄인다는 방침이어어서 현재 수익이 없는 공공공사에는 유찰이 속출하고 있다"며 "대형 건설사의 공공수주 물량이 예년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해 그 인력을 주택 수주분야로 돌리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공공택지를 분양받아 아파트 사업을 해온 중소 건설사는 대형 건설사의 전유물이던 재개발·재건축 수주전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정부가 앞으로 신도시 지정을 중단하고 당분간 신규 공공택지도 지정하지 않기로 하면서 '원재료'인 택지 확보가 어려워진 때문이다. 

우미건설은 이달 인력 채용에서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부문의 경력직을 채용해 수주팀을 보강하기로 했다. 

우미건설 관계자는 "기 확보된 공공택지에서 9천가구 공급이 가능하지만 올해 이후에는 택지확보를 장담할 수 없다"며 "재개발·재건축에서 새로운 일감을 확보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수주 경쟁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서울 등촌동과 부산 연산3구역 등 재건축 수주에 성과한 반도건설은 올해부터 도시정비 수주를 더욱 확대하기 위해 인력 보강을 계획중이다.

공공택지내 아파트 분양에 주력해온 호반건설도 올해부터 도시정비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우기로 하고 조직 정비에 나섰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기 확보한 토지가 있어 당장 올해 사업은 문제가 없지만 앞으로 1∼2년 이후가 문제"라며 "우량 공공택지 감소에 대비해 도시정비 등 수주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양 역시 주력이던 공공(토목)·LNG 플랜트 발주 물량이 줄어든 만큼 주택사업을 지난해보다 늘린다는 방침이다.  

건축·주택사업본부의 영업과 시공 부문을 분리해 각각 전문성을 키우면서 수주역량을 확대한다. 

대형 건설사들은 올해 저유가에 따른 정유 플랜트 수주 차질에 대비해 발전 플랜트나 철도·도로 등 인프라 공사 수주에 역량을 집중하는 등 신수종 사업 발굴에도 적극 나선다.

대림산업은 국내·외 민자 발전(IPP)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속적인 전력 수요가 예상되는 동남아·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앞으로 대규모 발주가 이어질 것"이라며 "국내 포천복합화력발전소 상업운전과 호주 퀸즐랜드 밀머랜 석탄화력발전소 지분 인수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외 민자 발전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현재 진행중인 호주 로이힐 광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사우디 리야드 메트로와 카타르 도하 메트로 등 대형공사를 중심으로 매출을 확대해갈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도 발전플랜트 등을 중심으로 양질의 프로젝트를 선별 수주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 1위를 차지한 현대건설은 민자발전(IPP) 및 LNG 관련사업·자원개발 연계 사업·해외부동산 개발 사업에 적극 진출할 계획이다.

당장 원자력발전소 시공능력이 있는 대형 건설사들은 지난해 말 한국수력원자력이 발주한 신고리 5, 6호기 수주에 사활을 건다는 각오다. 주관사 자격이 있는 대우건설과 삼성물산을 주축으로 대형 건설사들 간에 경쟁구도가 형성될 전망이다.

'글로벌 디벨로퍼'로의 변신도 꾀한다. 디벨로퍼란 종전 설계·구매·시공(EPC)의 단순 도급공사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발굴부터 기획·지분 투자·금융 조달·건설·운영·관리까지 전 프로세스를 책임지는 토털 솔루션(Total Solution) 사업자를 뜻한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말 종전 국내 영업본부와 해외 영업본부를 '글로벌마케팅 본부'로 통합하고 본부내에서 인프라 투자개발·부동산 투자개발을 망라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단순 시공을 뛰어 넘어 개발형, 제안형, 투자형 개발사업을 확대해 진정한 디벨로퍼로 발돋움하자는 의미가 있다"며 "선제 마케팅으로 시장을 선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SK건설도 종전 플랜트 시장처럼 출혈 경쟁이 심한 '레드오션'보다는 사업제안부터 금융·지분투자·시공·운영을 총 망라한 '블루오션' 창출에 주력하기로 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유가 하락, 러시아·유럽 등 경기침체 등의 변수로 실제 올해 해외공사 수주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며 "건설사들이 국내 주택사업 비중을 확대하면서 국내 민간 공사 수주에서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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