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욘’ 프레스콜…4월 21일까지 세종문화회관서
고선웅 단장 “전문가 허락하에 자유롭게 각색”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 연극 ‘욘’ 프레스콜에서 배우 이남희가 열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 연극 ‘욘’ 프레스콜에서 배우 이남희가 열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체호프는 옛날 걸 회상하기 좋아하는 한국인 심상에 잘 맞고, 입센은 머리 아픈 사람이죠. 관객에 질문을 던지고 ‘대답은 너희가 해’ 하는 식이니까요.”

김미혜 한양대학교 명예 교수는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 연극 ‘욘’ 프레스콜에서 “국내에는 그 이름이 완전히 잊혔는데,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에 입센 연구를 15년간 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희곡 ‘욘 가브리엘 보르크만’이 원작인 ‘욘’이 무대에 오른다. 입센이 쓴 희곡 총 23편을 번역하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노르웨이 왕실 공로 훈장까지 받은 김 교수가 드라마투르그로 극에 참여했다. 

그는 “체호프는 지주 계급의 노스탤지어를 그렸고, 입센은 냉철한 눈으로 당대를 비판했다”며 “그렇지만 비판을 위한 비판은 아니었다. 그런 비판으로 더 나은 미래를 꿈꾼 사상가였다”고 설명했다.

이 연극은 젊은 시절 누렸던 부와 명예를 한순간 잃고 집에만 칩거한 주인공 욘과 그를 둘러싼 인물 간의 충돌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고독을 그린 작품이다.

처음 발표된 때와 비교하면 약 130년이 흘렀지만, 김 교수는 인공지능AI 시대인 지금에도 시의성이 있다고 입센과 ‘욘’을 감쌌다. “연출가분께서 각색을 참 잘하셨어요. 부디 관객분들도 그렇게 느끼셨으면 하는데, 제 경우는 인생을 은유한 대사마다 눈물이 나곤 했죠.”

각색 및 연출을 맡은 고선웅 서울시극단장은 창작의 빗장을 푼 김 교수에게 무한한 감사를 전했다. 입센을 ‘리얼리즘의 대가’로 표현한 김 교수 역시 길고 서사도 촘촘한 원작을 관객에게 그대로 선보이는 일을 ‘지양’했다고 강조했다.

고 단장은 “교수님께서 동시대 사람과 만나려면 쳐내야 할 게 많다며 창작 여하를 많이 열어 주셨다”며 “배우마다 장기가 다 달라 거기에 맞게 넣고 빼고 어레인지하며 정신없이 공연을 만들었다”고 했다.

주인공 욘 역의 배우 이남희는 본 공연을 앞두고 과업을 해냈다며 본인과 출연진을 격려했다. 고 단장이 ‘형님은 명배우입니다’ 같은 말로 그를 곤란하게 했다고도 밝혔다.

“인생에 파노라마가 있는 이 인물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했어요. 결국 편견을 파괴하고 모든 역량과 감정을 투영했죠. 사랑, 배신, 눈물, 허무⋯. 관객분들께 가닿길 바라는 것들입니다.” 또 이남희는 “연극은 아직 위대하고 위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시대 연극이 어렵고 힘들지만, 그래도 위대할 수 있고 앞으로도 위대하면 좋겠다”고 바랐다. 

연극은 오는 4월 21일까지 공연된다. 100분.

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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