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플라스틱 컵 불량으로 판매 중단
‘국민 아기 욕조’를 비롯해 연이은 불량품으로 소비자 불안
알리·테무의 공습을 이기려면 ‘품질’이 중요

박정부 아성다이소 회장
박정부 아성다이소 회장

다이소에서 판매한 제품에서 또 기준치를 초과하는 유해물질이 검출됐다. 알리와 테무 등 중국발 이커머스 공습에도 가장 꿋꿋이 시장을 지키고 있는 다이소이기에 작은 물컵 하나의 불량도 더욱 크게 느껴진다.

◆ 식약처, 다이소 판매 PP 컵 불량으로 판매 중단 명령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2일 다이소가 수입해 판매한 플라스틱 컵 제품이 부적합 판정을 받아 판매를 중단하고 회수 조치한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제품은 폴리프로필렌(PP) 재질의 ‘PASTEL 컵’이다. 중국산 제품이다. 컵에 액체 등 음식물을 담았을 때 제품의 폴리프로필렌이 74mg 녹아 나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치가 30mg이니까 2.5배를 웃도는 유해물질이 용출된다는 얘기다.

다이소는 해당 제품에 대해 25일부터 회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매 시점이나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또 영수증이 없더라도 제품을 가져오면 전국 다이소 매장에서 환불해 준다고 밝혔다.

다이소의 불량품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작년만 하더라도 10만개가 넘게 팔린 욕실 슬리퍼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납과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검출돼 리콜이 실시됐다. 또 중국산 ‘디즈니 종이 빨대’에서는 기준치의 16배가 넘는 비휘발성 물질이 검출돼 다이소의 계열사 아성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작년 말에는 다이소에서 5000원에 판매한 화장 놀이 장난감 ‘리나의 메이커업 놀이’에서 기준치의 6배가 넘는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검출돼 회수 및 환불명령이 내려졌다.

그 가운데서 소비자들의 기억에 가장 깊이 박혀 있는 제품이 2019년 판매된 ‘물 빠짐 아기 욕조’라는 제품이다. 5천 원이라는 싼 가격이 소비자를 끌어들여 다이소에서만 7만개 넘게 팔리면서 ‘국민 아기 욕조’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그런데 2020년 산업통상자원부의 안전성 검사 결과 환경호르몬(프탈레이트 가소제)이 허용 기준치보다 무려 612.5배 검출됐다. 판매 중단 및 회수 조치가 내려졌지만, 소비자들이 받은 충격은 작지 않았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자조 섞인 후회가 커지면서 2020년에는 다이소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줄어드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 박정부 다이소 회장, 자서전에서 불량품 근절 강조

다이소는 3만 가지가 넘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고 매월 수백 개가 넘는 상품을 새로 내놓는다. ‘더 싸고 좋은 상품’을 위해 세계 35개국에서 3600개가 넘는 납품업체를 발굴했고 국내에서도 700개가 넘는 업체에서 물건을 받는다. 그러다 보니 한두 개 불량제품이 나오는 것도 어쩔 수 없을 것이라는 동정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이소 부산허브센터. 사진=다이소
다이소 부산허브센터. 사진=다이소

그런데 박정부 회장은 2022년 출간한 자서전 ‘천 원을 경영하라’에서 다이소의 경영을 거품과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핵심에만 몰두하는 ‘본질 경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상품 1개의 불량은 고객에게 100% 불량이라고 강조했다. 3만개가 넘는 상품을 취급해도 1개의 불량품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소신으로 읽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끊이지 않는 불량품을 보면 ‘본질 경영’에 더해 품질 경영이 필요한 시점에 왔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 다이소, 이커머스 급성장에도 오프라인 강자로 매출 3조 달성

다이소는 1997년 천호동에서 시작했다. 4년만인 2001년 100호 점을 돌파했고 200년 500호점, 2015년 1000호점을 넘어섰다. 이커머스가 급성장한 작년에도 매장이 70개가 넘게 늘어 1519개에 달한다. 직영점이 70%에 이르지만, 가맹점도 500개에 육박하고 있다. 매출도 2021년 2조6000억원에서 2022년 2조9000억원으로 늘었고 작년에는 3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발 이커머스의 공세가 격화면서 유통업계 전반에서 위기 경보가 울리고 있다. 그러나 유독 다이소는 올해에도 50개 이상의 신규 매장을 오픈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발 이커머스의 공습으로 미국의 1달러 숍 달러트리가 대거 문을 닫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값싸고 좋은 물건을 찾으려는 다이소의 노력을 폄훼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이제 매출 3조의 거대기업으로 성장한 만큼 품질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그것만이 다이소가 중국발 이커머스의 공습을 막아내는 핵심일 것이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기성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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