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완료시 최대주주는 수옹·일두투자조합...“경영권 인수실체 불확실”
대규모 자금 수혈로 자본잠식, 부채비율 100% 초과 등 재무리스크 일소

제주맥주 CI.
제주맥주 CI.

제주맥주가 500억원 규모의 외부자금 수혈과 더불어 지배구조의 대격변을 맞게 됐다. 당장은 주식양수도방식으로 구주를 인수한 더블에이치엠이 새 주인 후보로 두각을 드러냈지만, 이후 추가 자금조달을 통해 다수의 벤처캐피탈(VC)이 지배적 지분을 차지하게 될 예정이어서 경영권 관련 인수 실체는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투자업계에서는 제주맥주 측에 우호적인 자금조달 계약조건에 주목하고 있다. 메자닌 사채의 경우 리픽싱 조항이 없는 데다, 금리 역시 적정 수준이어서 기존 주주들 입장에서도 반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무구조 역시 개선돼 지난해 불거진 재무리스크를 상당히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제주맥주는 지난 19일 최대주주변경 관련 주식양수도계약을 포함해 유상증자,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자금조달 관련 사실을 공시했다. 또한 경영권 이전에 관한 임시 주주총회를 5월 8일 개최한다고 밝혔다.

먼저 주식양수도계약에는 기존 최대주주인 엠비에이치홀딩스 및 문혁기 대표이사가 양도인으로, 자동차 수리업체인 더블에이치엠이 양수인으로 등장했다. 총 양도 주식수는 기존 최대주주 측의 보유지분 전량(864만3480주, 14.79%)이다. 1주당 양도가액은 1175원, 총 양도가액은 약 101억원으로 책정됐다. 잔금 납입 기한은 5월 임시주총 하루 전까지다.

유상증자는 100억원 규모로 결정됐다. 신주발행가액 1059원을 기준으로 총 944만2871주가 지와이투자조합에 단독배정된다. 납입일은 임시주총 이후인 5월 30일로 예정됐다.

CB와 BW의 경우 각각 200억원 규모로 발행된다. 전환 및 행사가액은 1295원이며, 전량 주식전환 및 신주인수권 행사시 각각 1544만4015주씩 신주가 발생한다. CB 인수자는 수옹투자조합이며, BW 인수자는 일두투자조합이다. 납입일은 CB가 5월 30일, BW가 7월 30일로 예정됐다.

제주맥주는 총 500억원에 달하는 투자대금을 ▲운영자금 300억원 ▲타법인증권취득자금 100억원 ▲채무상환자금 100억원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든 투자대금이 납입된 상황에서 메자닌 사채의 주식 상장을 가정해 회사의 실질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수옹투자조합 1544만4015주(15.63%) ▲일두투자조합 1544만4015주(15.63%) ▲지와이투자조합 944만2871주(9.56%) ▲더블에이치엠 864만3480주(8.75%)를 확보하게 된다.

투자업계에서는 M&A에 따른 지배구조 변동과 무관하게, 막대한 규모의 외부자금이 수혈되는 것은 회사측에 호재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자닌 사채의 계약 조건이 회사 측에 우호적인 데다, 지난해 악화된 재무구조를 상당히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CB, BW의 경우 리픽싱(시가변동에 따른 전환·행사가액 조정) 조항이 없다. 향후 회사의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투자자들의 전환·행사 주식수가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기존 주주들과 손익을 함께 보는 구조다. 만기금리 역시 연 3%로 현 시장금리 대비 적정한 수준에 해당한다.

또한 지난해 적자 누적으로 발생한 자본잠식, 부채비율 100% 초과 등의 재무적 문제가 해결되기도 한다. 보유 유동성 역시 백억원대 수준에서 크게 늘어나 사업적으로 운신의 폭이 넓어질 전망이다.

제주맥주 관계자는 “이번 딜에는 여러 투자조합과 더블에이치엠이 그룹으로 함께 참여하는 형태지만 누가 M&A 구조를 설계했는지, 경영권을 누가 가져갈 것인지 등의 실체에 대해서는 회사 측에서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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