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만에 회장·부회장 직제 신설
트럭시위에 주총 반대 목소리까지
조욱제 “인재 영입위해 직재 확대 필요”
유한양행이 1996년 이후 28년 만에 회장·부회장 직제를 신설했다. 직제 설립을 앞두고 기업 사유화 가능성에 따른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왔으나 직급체계 확대에 대한 합의가 주주총회에서 이뤄졌다.
유한양행은 15일 서울 동작구 본사에서 열린 ‘제10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을 통과시켰다.
유한양행은 회장·부회장 직제 신설에 더해 ‘이사 중에서’ 사장, 부사장 등을 선임할 수 있다는 조항에서 ‘이사 중에서’ 부분을 삭제하고 ‘대표이사 사장’으로 표기된 것은 표준 정관에 맞게 ‘대표이사’로 변경하는 주주총회 안건을 상정했다.
유한양행의 역대 회장은 창업주인 고(故) 유일한 박사와 최측근인 연만희 고문 2명뿐이었다. 사측은 직제 신설의 이유에 대해 “회사가 질적·양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임원이 많아지면서 직급 체계를 더 넓혀야 한다는 필요성이 생겼다”며 “회사의 양적‧질적 성장에 따라 향후 회사 규모에 맞는 직제 유연화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외부 인재 영입 시에 현 직급 대비 차상위 직급을 요구할 시 글로벌 연구개발(R&D) 중심 제약사로 도약하고 있는 시점에서 향후 우수한 외부 인재 영입을 위해서 필요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한양행의 일부 직원 등은 특정인이 회장직에 오르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며 반발했다. 실제로 지난 11일부터 유한양행 본사 앞에서는 회장·부회장 직제 신설에 반대하는 트럭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직제 신설로 인해 ‘소유·경영 분리’라는 창업주 정신이 위배될 수 있다는 이유다.
이날 주총에서도 회장·부회장 직제가 신설돼야 하는 이유를 두고 주주들의 질문이 여럿 나오기도 했다.
이에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는 “반대 의견은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변화에 대해서는 저항이 있을 수 있으나 (직원 등과 함께)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회사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정인의 사심이나 목적이 있어 직제 신설에 나서는 것이 아니다”라며 “유한양행은 개인 대주주가 없으며 주요 결정사항은 이사회에서 결의하도록 짜여져 있다. 회사의 모든 안건은 ‘유일한 정신’에 어긋나지 않도록 논의하고 실행할 것이다”라며 주주들을 설득했다.
주주들도 조 대표의 연이은 설득을 받아들여 직제 신설에 찬성했다.
창업주의 손녀인 유일링 유한학원 이사도 이날 주총에 참석해 “할아버지의 정신이 제일 중요하다(My grandfather’s spirit is the most important)”고 수차례 말했다. 유일링 이사는 유일한 박사의 유일한 직계후손으로 경영에 어떠한 관여도 하지 않고 있다.
유한양행은 1969년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를 선택해 이사회를 중심으로 주요 의사결정을 진행해오고 있다. 이사회 구성원은 사외이사 수가 사내이사보다 많으며 감사위원회제도 등을 두고 있다.
한편 유한양행은 직제 신설 외에 ▲2023년 재무제표‧연결 재무제표 승인의 건 ▲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 일부 변경의 건 등의 안건을 통과시켰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