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진보연합 용혜인·개혁신당 양정숙, 비례 재선 노린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불출마 번복하고 비례 출마
국민의힘 김예지·김은희, 비례대표 위성정당 국민의미래 간다

직능별 대표성을 담보하기 위해 도입된 비례대표제 취지에 맞지 않게 22대 총선 여야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로 현직 의원들이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용혜인 새진보연합 상임대표(왼쪽)과 양정숙 개혁신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용혜인 새진보연합 상임대표(왼쪽)과 양정숙 개혁신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비례대표 재선’을 노리는 용혜인 새진보연합 의원이 가장 논란이 되고 있다. 용 의원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비례대표 후보 5번으로 국회에 입성했는데 이번 총선에서 또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의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노동당 비례 1번으로 출마했던 것을 고려하면 도합 3번이나 비례대표로 출마해 용 의원은 ‘비례만 도전하는 정치인’인 셈이다. 게다가 용 의원은 새진보연합의 대표를 맡고 있기 때문에 ‘셀프공천’ 논란도 있다.

개혁신당에서도 용 의원처럼 비례 재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21대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양정숙 의원은 지난달 개혁신당에 입당해 비례대표 후보에 최종 선정됐다. 앞서 양 의원은 재산 축소 신고 의혹으로 민주당에서 제명돼 무소속으로 활동해왔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현역 국민의힘 비례대표이자 비상대책위원인 김예지 의원과 지난 1월 허은아 전 의원의 비례대표 의원직을 승계받아 원내에 입성한 김은희 의원은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에 입당할 예정이다. 김은희 의원은 국민의미래에 이미 공천을 신청한 바 있다. 김예지 의원의 경우, 지난 11일 기준으로 아직 국민의힘 제명 절차를 거치지 못해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공천 신청을 못 했는데, 국민의미래가 추가로 공천 신청이 가능하도록 열어놨기 때문에 이후 공천 신청을 할 것으로 보인다. 두명의 현역 비례의원이 비례 재선을 노리는 셈이다. 다만 아직 비례대표 후보로 최종 선정되진 않았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대전 중구에서 당선된 황운하 의원의 경우는 불출마를 선언하고 민주당을 탈당했다. 그는 최근 조국혁신당에 입당해 비례대표를 신청했다. 황 의원의 경우 불출마를 선언했는데 비례를 신청했기 때문에 ‘불출마 입장 번복’이라는 논란도 일었다. 이에 대해 황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 대선 중구에서 재선을 도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지역구에서 불출마할 뿐 총선 불출마는 아니었다는 뜻이다. 황 의원은 지난해 11월 ‘청와대 하명 수사 및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같은 현역 의원들의 비례대표 출마는 비례대표제 무용론에 무게를 싣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례대표제는 정당 총득표 수에 비례해 당선자수를 결정하는 선거제도로, 공약을 보고 특정정당을 지지하면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이 배분된다. 각계각층의 국민의 뜻을 최대한 반영하고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이 제도로 전문가들은 지역기반이 없어도, 막대한 선거자금을 쓰지 않아도 전문성을 인정받아 당선권에 배치되면 국회에 입성할 수 있다. 그런데 21대 국회에서 활동한 현역 의원들이 이러한 이점을 노리고 비례대표로 출마하는 것은 비례대표의 원래 취지에 벗어난 것이기 때문에 비례대표 제도 자체가 국민들로부터 지적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지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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