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예비역, 채상병 특검법 입장 묻다 제지당해

8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성남 방문에서 확성기를 통해 채상병 특검을 요구하는 빨간 모자를 쓴 남성이 끌려나가는 모습. 사진=유튜브 채널 ‘오마이TV’ 캡처
8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성남 방문에서 확성기를 통해 채상병 특검을 요구하는 빨간 모자를 쓴 남성이 끌려나가는 모습. 사진=유튜브 채널 ‘오마이TV’ 캡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경기도 성남 방문 일정 중 해병대 예비역이 채 상병 특검법(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사건과 수사 외압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관련 입장을 묻다가 경호 관계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에게 강제로 끌려나가는 일이 발생했다.

8일 유튜브 채널 ‘오마이TV’영상에서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은 한 위원장의 경기 성남시 일정 중 다소 떨어진 곳에서 확성기를 이용해 “한동훈 위원장님 채 상병 특검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며 “한동훈 위원장님, 순직한 채 상병을 잊지 말아주시라. 함께 가달라”고 외쳤다.

이에 경호 관계자로 추정되는 검은 옷을 입은 3~4명의 사람들은 정 회장을 둘러싸고 한 위원장과 멀리 떨어진 곳으로 끌어냈다. 정 회장은 “1인 시위를 하는데 왜 그러세요”라고 항의했지만 그들은 대답없이 정 회장을 끌어냈을 뿐이었다.

정 회장은 이후 ‘오마이TV’의 거리 인터뷰에서 “저는 한동훈 위원장님 들어오시기 전부터 국민의힘 당원이다”며 “채상병 관련해서 이렇게 처리하는게 맞는가, 너무나 잘못되었다. 이건 진보,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공정한 상식이 무너진 것이라고 생각해 정부·여당 대표에게 물은 것”이라고 밝혔다.

정 회장은 “현충원에서도 물었고 서울역에서도 물었다. 그러나 (한 위원장은) 다 외면하고 피하셨다”며 “그런데 아무런 답도 안한다. 셀카만 열심히 찍죠. 그게 과연 올곧은 자세인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호원에게 끌려나온 심정에 대해선 “끌려나올 줄 몰랐다”면서 “1인 시위하는 것은 법상 권리니까, 왜 그러는지 의아했다. 이건 법의 권리를 오히려 방해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한 위원장은 이날 성남 금호행복시장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특검은 수사가 잘못되거나 부족한 점이 드러날 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한 위원장이 처음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이다.

그는 채상병 사망수사 외압 사건의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출국금지 상태에서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것에 대해서도 “인사에 대해 평가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출국금지라는 것은 형사, 사법적 행정절차이기 때문에 대통령실에서 미리 알거나 그러진 못했을 것”이라고 두둔했다.

김수영 정의당 선임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민주사회에서 정치인에게 입장을 묻는 국민의 모습은 너무도 당연하며 정당한 장면”이라면서 “한동훈 위원장은 TV, 기자 앞에서만 말하는 사람인가, 국민의 질문에는 직접 답하는 건 주저되고 어렵나. 혹시 윤 대통령의 입틀막이 멋진 권력행사로 보이기라도 했냐”며 꼬집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지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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