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사천 논란’으로 ‘심리적 분당’ 사태...설훈 탈당 선언

더불어민주당이 ‘사천 논란’으로 ‘심리적 분당’ 사태로 치닫고 있다. 

현역 의원 평가에서 하위 10% 통보를 받고 탈당을 시사해온 설훈 의원은 결국 탈당을 선언했다. 민주당은 이외에도 5~10명의 의원의 연쇄 탈당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홍영표 의원과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아직까진 당의 결정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이 아닌 이재명을, 민생이 아닌 개인의 방탄만을 생각하는 변화된 민주당에 저는 더 이상 남아있을 수 없다”며 “저는 이른 민주당을 이제 떠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설 의원은 “40여년간 동안 몸담고 일궈왔던 민주당을 떠나고자 이 자리에 섰다”며 “저는 감히 무소불위의 이재명 대표를 가감없이 비판했다는 이유로 하위 10%를 통보받았고, 지금까지 제가 민주당에서 일구고 싸워온 모든 것을 다 부정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40여년 동안 민주당이 버텨왔던 원동력은, 그리고 국민이 민주당을 신뢰했던 이유는 민주당의 민주화가 제대로 작동됐기 때문이다”며 “다양한 목소리를 배제하지 않고 통합과 화합의 정신으로 결과를 도출해나가며 대화의 타협으로 당을 이끌어왔다”고 말했다.

설 의원은 “하지만 작금의 민주당은 다르다. 이제 민주당은 이러한 민주적 공당이 아니라 이재명 대표의 지배를 받는 전체주의적 사당으로 변모됐다”며 “이재명 대표는 연산군처럼 모든 의사결정을 자신과 측근과만 결정하고 의사결정에 반하는 인물들을 모두 쳐내며, 이재명 대표에게 아부하는 사람들만 곁에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의 민주당은 국민께 대안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재명 대표에게 정치는, 그리고 민주당은 자신의 방탄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윤석열 정권에 고통받는 국민은 눈에 보이지 않고 그저 자신이 교도소를 어떻게 해야 가지 않을까만 생각하며 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이제 민주당에는 김대중의 가치, 노무현의 정신이 모두 사라졌다”며 “하지만 포기하지 않겠다. 비록 민주당을 나가지만 민주당의 가치와 정신은 끝까지 제 가슴속에 담아둘 것이다. 밖에서 민주당의 진정한 혁신을 위해 더욱 힘껏 싸우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당히 당선해 저 오만방자한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의 몰락을 위해 힘을 쏟겠다”며 “윤석열 정권의 거듭된 실정과 무능, 전횡으로 고통받는 국민만을 바라보며 최전선에서 앞장서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설 의원은 기자회견 직후 이낙연 대표가 있는 새로운미래 입당이나 무소속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탈당이 아닌 다른 방법에 대해선 “저로서는 탈당을 하지 않으면 경선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제가 받은 투표수의 30%를 감산하고는 어떤 후보가 와도 제가 그걸 이겨내지 못한다. 따라서 경선을 안하고 민주당에 있을 수 있는 방법은 출마를 포기하는 것이다”고 답했다.

아울러, 전날 의원총에서 밝힌 이재명 대표 사퇴요구에 대해서 “대선을 치르고 난 뒤에 사퇴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대중 대통령 역시 그랬다. 사퇴를 한다고 해서 끝난 것이 아니다. 정치를 길게 봐야 한다. 그 주장까지도 이재명 대표 앞에서 쳐다보면서 얘기했다”면서 “(이재명 대표는) 전형적으로, 성격 자체가 자기 자신 외에는 남을 인정하지 않는 그런 스타일이 있는 것 같다. 특히 자기 위에 누가 있는 걸 못 견뎌하는 스타일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 임종석 “왜 이렇게 까지 하는지 납득되질 않아”...중·성동구 갑 전략공천 재고 신청

서울 중·성동갑 지역구에 공천심사를 신청했지만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전략공천되면서 ‘컷오프’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당의 재고를 요청하며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임 전 실장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도무지 납득이 되질 않는다”며 “중구성동구 갑에 대한 전략공천위원회의 추천 의결을 재고해달라”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은 “이번 선거는 질 수 없는 선거이고 져서는 안되는 선거다”며 “민주당은 하나일 때 승리했다. 명문의 약속과 통합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총선 승리와 윤석열 정부의 폭정을 심판하기 위한 기본 전제이다. 이번 총선에서 패배한다면 우리 모두는 씻을 수 없는 죄인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며칠이고 모여앉아 격론을 벌여주시라. 단결과 통합을 복원하고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 달라”며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그리고 이재명을 지지했던 마음들을 모두 모아 달라. 그것만이 승리의 길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은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성동갑은 대표적인 약세지역 중 하나”라며 “저는 예비후보로서 성동갑에서 확실하게 승리하기 위해 나선 거고 나가서 감동있는 통합을 통해 총선을 승리로 이끌고자 한다”고 말했다.

다만 탈당이나 무소속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총선승리를 바라는 건 이재명 대표와 지도부일 것”이라며 “그분들이 선거를 이끌고 가야하고 책임도 높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고민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또 다른 지역 출마 검토 여부에 대해 임 전 실장은 “그런 고민은 하지 않았다”며 “저는 국회의원 더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반전 계기와 감동 통합을 만들자고 호소드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임 전 실장은 최고위원회의 답변을 들은 후 최종 거취에 대해 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홍영표 “아직 당에 대한 기대 있어...전략공천은 인정할 수 없어” 

전날 의총에서 설 의원과 함께 반발한 친문재인계 좌장격인 홍영표 의원은 아직까지는 탈당을 염두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홍 의원은 본인의 지역구가 전략공천지로 거론되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인천 부평을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홍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자신의 탈당 가능성에 대해 “저는 아직 당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고 있지는 않다”며 “마지막까지 공관위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저에 대한 공천 여부가 결정되면 거기에 따르겠다”이라면서도 비정상적인 절차일 경우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최근 공천 상황에 대해 “정말 내가 이런 당에서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되지? 이렇게 모멸감을 느껴야 되나 하는 정도의 많은 일이 일어났다”며 “제가 지역에서 가장 경쟁력도 높고 도덕적인 하자도 없는데 공천하지 않는다. 가부간에 하지 않고 시간을 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 홍영표 의원의 지역구인 인천 부평을이 전략경선지로 거론되고 있는 것에 대해선 “제가 확인한 바로는 지금 당 공천심사위원회에서는 그런 결정을 내린 바가 없다”면서도 “(전략공천지로 되는 것은) 인정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 공관위는 이날 홍영표 의원의 지역구인 인천 부평을과 서울 성북을, 경기도 오산시, 경기 용인갑, 청주서원, 청원 등 6곳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지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