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비전선포식서 신사업 제시
‘CES 2024’ 참석 및 R&D센터 신설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총괄 상무. 사진=삼양라운드스퀘어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총괄 상무. 사진=삼양라운드스퀘어

삼양식품 오너 3세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총괄 상무가 사업 다각화의 중심추로 ‘푸드케어’를 택했다. 삼양식품이 라면 사업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신사업 발굴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확보 선점하겠다는 목표다.

다만 불닭볶음면의 매출이 지난해 1조원을 넘어서며 해외 매출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신사업 성장세는 높지 않아 신사업 성공 가능성에 대한 업계의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26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 지주사인 삼양라운드스퀘어는 노화·디지털헬스와 관련한 연구개발(R&D) 센터를 신설하고 인재 영입 등에 나섰다. 2021년 12월 삼양라운드스퀘어 내 중앙연구소를 설립해 지난해 7월 삼양스퀘어랩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삼양스퀘어랩에서는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등과 관련해 식품 개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또 노화·디지털헬스 R&D센터를 신설해 연구 영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주력 사업인 면 제품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신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지난해 9월 삼양라운드스퀘어는 비전선포식에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통한 맞춤형 식품 개발 ▲식물성 단백질 ▲즐거운 식문화를 위한 콘텐츠 플랫폼 및 글로벌 커머스 구축 ▲탄소 저감 사업 역량 집중 등을 제시하며 신사업 확장을 예고했다.

전 상무도 “음식을 통해 질병을 예방하는 새 푸드케어의 패러다임을 개척하고 더 나아가 푸드케어의 개념을 소비자들이 친숙하게 경험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승진한 전 상무는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총괄과 삼양식품 신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다. 전 상무가 입사한 2019년 삼양식품은 해외 판매법인을 설립했다. 일본과 미국, 중국에 각각 판매 법인을 세우고 해외 공략을 펼쳐 불닭볶음면의 해외 매출이 점차 상승했다. 또 지난해 5월 인도네시아 법인을 설립하면서 해외 매출 거점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전 상무는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대표이사의 장남으로 2019년 삼양식품 해외전략부문 부장으로 입사했다. 2021년 삼양식품 전략기획부문장을 거쳐 전략운영본부장으로 승진하며 2022년 7월 삼양식품의 IP(지적재산권) 콘텐츠와 이커머스 사업을 담당하는 삼양애니의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삼양애니 대표이사를 겸임하는 전 본부장은 자체 IP를 선보이며 관련 상품을 출시하고 ‘이터테인먼트(EATertainment)’를 통한 글로벌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터테인먼트는 음식과 문화·예술을 결합한 형태로 푸드 콘텐츠를 생산한다. 최근 전 본부장은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에 참석해 미래 먹거리 창출을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출시한 맵탱 라면. 사진=삼양라운드스퀘어
지난해 출시한 맵탱 라면. 사진=삼양라운드스퀘어

지난해 8월 전 상무가 맡고 있는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기획본부 직속기구인 라면 태스크포스팀에서 맵탱을 출시했다. 특히 맵탱은 이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문화와 결합해 전 세계에 K푸드를 알릴 계획이다. 다만 삼양식품 매출의 70%가 불닭볶음면이 차지하는 만큼 그 명성을 맵탱이 이어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다.

최근 식품업계는 미래 먹거리로 바이오 분야를 주목해 사업 확장에 나섰다. 오리온은 항체 약물 접합체 회사인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에 5500억원을 투자해 지분 25%를 확보했다. 롯데그룹 또한 2022년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출범하며 2030년까지 바이오 플랜트 건설을 목표로 두고 있다.

다수의 식품업계가 바이오를 신사업으로 택할 정도로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바이오 업종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각광받던 시절과는 달리 엔데믹 시대를 맞아 투자가 줄고 인기도도 다소 약화했다는 점은 약점으로 지적된다.

재계를 대표하는 삼성과 SK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를 내세워 큰 성과를 냈지만 최소 5~10년 이상의 투자기한, 최소 수천억원 대에 달하는 시설과 R&D 투자가 기반이 돼야 한다. 신약 개발의 경우에는 임상 3상까지 달하는 기한도 추가로 들어갈 정도다.

사업 다각화 전략이 악재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특히 호흡이 긴 바이오 업계에 대한 투자가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기업 자체의 유동성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식품업계에서 바이오를 신사업으로 택했다는 점, 시간과 비용 투자 부담이 크다는 점을 두고 전 상무가 미래 먹거리 창출을 성공적으로 실현할 수 있을지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삼양라운드스퀘어 측은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중장기 성장을 위해서는 사업 다각화가 기반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과학기술 기반의 푸드케어와 문화예술 기반의 이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성장시킬 것을 강조했다.

삼양라운드스퀘어는 미래 먹거리를 바이오로 선점하고 “신사업을 통해 식품 이외에 가치를 뛰어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허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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