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알미늄 물적 분할 반대 …"주주가치 희석 우려"
9년간 9차례 주주제안 ‘전패’…명분도 동력도 약해
구조조정 돌입한 롯데, 신동빈 “부진사업 매각”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사진=연합뉴스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사진=연합뉴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오는 23일 롯데알미늄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롯데알미늄 물적분할을 막겠다는 목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알미늄은 양극박 사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롯데알미늄비엠주식회사(가칭), 롯데알미늄피엠주식회사(가칭)를 신설하는 분할계획서 승인안을 주총에 상정할 계획이다. 물적분할안이 승인되면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양극박 사업이 신설법인인 롯데알미늄비엠주식회사로 넘어가게 되며, 기존 법인에는 자동판매기와 쇼케이스 사업 부문만 남게 된다.

신 전 부회장은 주주제안을 통해 “물적분할이 분할 존속회사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빈발했고,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상법 개정도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롯데알미늄 기존 주주들의 주주가치와 기업가치 희석이 우려되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 전 부회장은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포함하는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해 달라는 주주제안을 제출했다.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란 대주주, 소액주주 모두 각자의 주식 1주당 가치를 보호한다는 뜻을 담은 개념이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알미늄 지분 22.84%를 보유한 광윤사의 최대 주주이자 대표이사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알미늄 스스로 회사분할결정 보고서에 이번 물적분할이 경영권 편법 승계 등의 목적이 아닌 분할존속회사의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목적임을 공표했다”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선도하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 계열사로서 본 주주제안 대상 규정을 정관에 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의 주주제안은 통과가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롯데알미늄의 지배기업을 살펴 보면 ㈜L제2투자회사(34.91%), 일본㈜광윤사(22.84%), ㈜호텔롯데(38.23%), ㈜호텔롯데부산(3.89%), 기타(0.13%) 등으로 되어 있다. 신 전 부회장의 손을 들어줄 만한 곳은, 그가 50%+1주를 가진 광윤사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신 전 부회장이 그간 걸어왔던 행보 역시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한다. 신 전 부회장은 2015년 신동빈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시작한 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9번의 롯데홀딩스 주총 때마다 자신의 이사직 복귀안과 신동빈 회장의 해임안을 제출하고, 표 대결을 벌였지만 단 한번도 이기지 못했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왼쪽)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왼쪽)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주주와 임직원들도 신 전 부회장에게 등을 돌렸다. 2011년 신 전 부회장은 타 기업 소매점포 상품 진열 상황을 몰래 촬영해 데이터로 만들어 마케팅에 활용하는 ‘폴리카(POOLIKA)’를 추진했다가 2014년 수십억원의 손해를 보고 사업을 정리했다. 이 때문에 신 전 부회장은 2022년 5월 일본 롯데홀딩스 자회사 롯데서비스의 손해배상소송의 연루, 결국 패소했다.

여기에 신 전 부회장은 폴리카 사업이 시작되던 2011년 10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일본 롯데그룹 임직원들의 이메일 정보 30건 이상을 부정한 방법으로 받아보는 등 부정 행위를 저질러 일본 롯데 이사직에서 연이어 해임됐고, 이후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가 ‘경영 부적격’ 판결을 받기도 했다.

롯데그룹은 신 전 부회장이 2015년 7월 ‘형제의 난’을 시작한 이후로 가시밭길을 걸어왔다. 신동빈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됐고 총수가 구속되면서 오너일가의 결단이 필요한 굵직굵직한 사업과 투자 전략이 중단됐다. 2016년 상장 직전까지 갔던 호텔롯데는 그룹이 검찰 수사를 받으며 발목이 잡혀야 했다. 이후 중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 사건 연루에 이어 신종 코라나 바이러스 감염증(토로나19)까지 겹치며 실적은 악화일로였다.

최근 신동빈 회장은 부진한 사업에 대한 매각 계획을 밝히며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예고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달 30일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크고 작은 회사 60곳 정도를 매수했으나 이제 방침을 바꿔 매각도 일부 진행하고 있다”며 “몇 년을 해도 잘되지 않는 사업에 대해서는 타사에 부탁하는 것이 직원들에게도 좋지 않을까 생각하며 앞으로도 몇 개를 매각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그는 ▲바이오테크놀로지 ▲메타버스 ▲수소에너지 ▲2차전지 등 4개 신성장 영역을 미래 먹거리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이들 사업은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전무)이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역점사업 강화와 함께 부진한 사업을 매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9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그랜드 오픈 기념식'에 참석한 신 회장. 사진=롯데쇼핑.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역점사업 강화와 함께 부진한 사업을 매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9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그랜드 오픈 기념식'에 참석한 신 회장. 사진=롯데쇼핑.

신규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2조7000억원을 들여 2차전지 핵심 소재인 동박을 생산하는 일진머티리얼즈(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를 인수했으며, 롯데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제약사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이 미국 시러큐스 공장을 2022년 인수해 의약품 위탁생산개발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신 전 회장이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에 대한 무분별한 발목잡기 행위를 멈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듭된 실패에도 주주제안을 계속 올리는 것은 단순히 존재감을 유지하려는 목적 외에는 다른 해석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시선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동생인 신동빈 회장이 한국 롯데를 지속 성장시키는 동안, 신 전 회장이 맡은 일본 롯데는 내리막길을 걸었고, SDJ코퍼레이션 매출이 0원인 만큼 국내에서도 이렇다할 경영 능력을 입증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명분도 동력도 없는 주주제안은 갈 길 먼 롯데그룹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진정으로 롯데를 생각한다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불필요한 잡음을 멈추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한종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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