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인 FSN 유증 인수가 1014원 ‘빅 세일’...49.49% 지분 보유 예정
재무 ‘벼랑 끝’ 메디프론, 주요 사업 및 자산 급 처분해 현금화

2021년 이투데이 그룹에 편입된 코스닥 상장사 메디프론의 경영권이 이전된다. 마케팅 기업 FSN이 인수에 나선 가운데 메디프론은 현금 확보를 위해 주요 사업부 및 자산의 급처분을 통해 구조조정에 나선 양상이다.

메디프론은 수년째 적자를 누적한 상황이다. 더불어 인수기업인 FSN 역시 재무구조가 열악한 상황 속 보유 현금 대부분을 메디프론 인수에 투입해 시장의 의구심을 자아낸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메디프론은 지난 16일 최대주주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계약의 체결 사실을 공시했다.

양도인은 기존 최대주주인 코스닥 상장사 티사이언티픽 및 특수관계자인 한성크린텍이며, 양수인은 변경 후 최대주주이자 전략적투자자(SI)인 FSN과 재무적투자자(FI)인 에셋플러스투자조합, 오픈이노베이션투자조합, 에이아이테크투자조합으로 구성됐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티사이언티픽은 코스닥 상장사 위지트(19.13%)가 최대주주로 있다. 위지트의 최대주주는 제이아이홀딩스로 10.9% 지분을 보유 중이고 제이아이홀딩스는 부동산임대업을 영위하는 김상우 이투데이 회장 100% 소유 기업이다. 즉, 티사이언티픽→위지트→제이아이홀딩스→김상우 이투데이 회장의 지배구조를 나타내고 있다.

FSN 측은 이번 M&A의 목적을 “사업 영역 확장 및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확대”라고 밝혔다.

양수도 계약으로 거래되는 주식수는 1159만1947주이며, 1주당 가액은 1872원으로 책정됐다. 이 중 FSN의 인수 주식수는 468만8594주다. FSN은 주식양수 외에도 추가로 42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4142만118주를 얻게 된다. 주당 신주발행가액은 1014원이다.

전일 종가 기준 메디프론 주가는 1456원으로, 주식양수가액(1872원) 대비 22.2% 낮지만, 유증 발행가액(1014원) 대비 43.59% 높다.

사실상 FSN은 메디프론의 시가 대비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메디프론의 경영권을 확보하게 됐다. M&A 이후 FSN은 메디프론 주식 4610만8712주(49.49%)를 보유하게 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메디프론에 대한 투자 메리트가 크지 않은 탓에 이번 M&A에 주목한다. 메디프론은 지난 수년간 적자를 누적해 수익성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0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79억원 적자 대비 손실폭을 키웠다. 수년간 실적은 점차적으로 악화하는 흐름을 보여 개선을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메디프론은 지난해 3분기 말 결손금은 누적적인 적자로 708억원에 달했다. 무려 자산총계 574억원을 상회하는 규모다. 같은 기간 자본총계(277억원)가 자본금(258억원)을 하회하는 ‘자본잠식’ 상태이기도 하다. 부채비율 역시 이 시기 106.8%로 집계됐다.

인수 기업인 FSN도 재무 상황이 여의치 않다. 작년 3분기말 연결기준 81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해 254억원의 결손금이 쌓였으며, 부채비율은 101.6%에 달했다. 당시 FSN의 보유현금성 자산 규모는 386억원 수준이었는데, 이번 M&A에만 500억원을 넘게 투자하는 셈이다.

최근 메디프론 주가가 피인수 소식에 크게 뛰면서 FSN의 평가차익(시가 대비 신주인수가액)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기는 하지만, 이 외에도 FSN의 실질적인 노림수는 다른 곳에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M&A가 공식화된 이후 메디프론의 행보 역시 이러한 시장의 의구심에 불을 붙였다. 메디프론은 최근 기업의 주요 사업 부문 중 일부와 주요 자산을 매각해 현금화하는 영업 및 자산 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

메디프론은 우선 최근 결산사업연도(2022년말) 기준 메디프론 전체 매출의 20%가량(약 95억원)을 차지하는 가정간편식(HMR) 사업을 경북 구미 소재의 식료품 제조사 이엔푸드에 57억원에 매각한다.

또한, 기업의 주요 자산 중 하나인 ‘케펠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1호’ 수익증권을 110억원에 처분한다. 이는 2022년말 총자산(557억원) 대비 20%에 달하는 매각 규모다.

이를 두고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본시장 M&A에서 새 주인이 기업의 현금 및 자산을 노리는 약탈자가 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보니 시장의 우려가 동반된다”며 “새 주인이 기업가치를 제고하려는 진정성을 가졌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기존 주주들은 투자기업의 재무적 역량을 비롯해 다양한 측면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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