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A 승인’ 허위 표시 혐의로 공정위 조사 받아
에이스침대, 작년에도 영업실적 악화 지속
‘과학’이 아닌 광고로 위기 돌파?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에이스침대가 또 허위광고 논란에 휩싸였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승인을 받지 않은 제품을 받은 것처럼 허위로 광고를 했다는 혐의로 공정위의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달 에이스침대 대리점에 근무했던 사람이 공정위에 제보함에 따라 표시 광고법 위반 혐의로 조사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내용은 이렇다. 에이스침대는 침대 전용 방충·항균·항곰팡이 제품인 ‘마이크로가드 에코’가 미국 EPA 승인을 받았다고 광고했다. 그러면서 이 제품이 침대에 기생하는 유해곤충 등을 방지해 준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마이크로가드에코’가 실제로 미국 EPA의 승인을 받았는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 제보자의 주장이다. 

현재 에이스침대의 홈페이지를 보면 ‘마이크로가드 에코’의 최신 버전인 ‘마이크로가드 에코플러스’에 대한 설명만 나와 있다. ‘침대에 기생하는 해로운 벌레, 유해 세균, 곰팡이를 방지시켜주는 에이스침대 전용 제품’이라는 문구는 그대로 있지만, EPA 승인 여부에 대한 설명은 없다. 

따라서 과거 EPA 승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지, 그리고 실제로 승인을 받았는지는 공정위 조사 결과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EPA 승인을 실제로 받았다면 여전히 그 사실을 표시했을 것이라는 점을 의심하고 있다.

에이스침대의 ‘마이크로가드 에코’는 작년에도 논란이 됐다. 홍보 문구에 ‘인체에 안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가 환경부로부터 해당 문구를 삭제하도록 행정지도를 받은 전력이 있다. ‘인체에 안전하다’든지 ‘무독성’, ‘친환경’과 같은 표현은 인증을 받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시 업계에서는 에이스침대의 이런 홍보에 대해 ‘그린워싱’이라는 비난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린워싱이란 친환경적이지 않으면서 친환경을 내세워 홍보하는 ‘위장 환경주의’를 일컫는 말이다. 문제는 이런 표현을 인증 없이 사용하거나 EPA 승인을 허위로 표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거의 상식임에도 불구하고 침대업계 부동의 1위인 에이스침대가 이를 어긴 것일까?

◆ 에이스침대, 영업실적 2022년 이후 악화 일로

에이스침대의 최근 영업실적을 보면 답이 보인다. 에이스침대는 2022년 매출액이 전년 대비 0.04% 줄어든 346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이 줄어든 것은 2013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었다. 게다가 2022년 영업이익도 1년 전보다 14.9% 줄어든 653억원에 머물렀다.

이러한 추세는 작년에도 계속됐다. 아직 4분기 실적이 나오지 않았지만 3분기까지 누적 실적을 보면 매출은 2227억원으로 전년 동기 (2610억원) 대비 14%가 넘게 줄었고 영업이익은 381억원으로 20% 이상 감소했다.

이런 실적 부진은 물론 에이스침대만의 얘기는 아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이사 수요가 줄어들면서 침대 구매가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시몬스 침대를 비롯해 다른 전통 침대업체들도 사정이 비슷한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기를 기다릴 수만은 없는 게 에이스침대의 입장이다. 우선 미국 아마존에서 매트리스 판매 1위를 기록하는 지누스가 공격적인 국내 영업에 돌입했고 또 침대 렌탈 사업자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2011년 코웨이에 이어 2016년 청호나이스, 2018년 교원 웰스, 그리고 작년에는 SK매직이 침대 렌탈 사업을 시작했다.

이들 침대 렌탈 사업자들은 한결같이 메트리스의 청소와 소독을 앞세우면서 빠른 속도로 침대 시장을 잠식해 들어 왔다. 매트리스를 장기간 사용하면 진드기 등으로 위생에 문제가 생긴다는 점을 내세워 청소와 소독 등 케어 서비스를 강조한 것이다.

이런 위기 상황 속에서 ‘마이크로가드 에코’ 제품을 출시하면서 방충, 항균, 항곰팡이 기능을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다급함이 ‘인체에 안전한’ 문구를 사용하게 만들어 환경부로부터 행정지도를 받았고 또 EPA 승인을 허위로 표시했다는 논란까지 불러왔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 연구개발은 등한시하면서 광고로 위기 돌파

에이스침대 홈페이지 갈무리.
에이스침대 홈페이지 갈무리.

에이스침대라고 하면 ‘침대는 과학’이라는 광고문구가 소비자들에게 깊이 각인 돼 있는 기업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연구개발보다는 광고선전에 치중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2022년 자료를 보면 연구개발에 사용한 돈은 15억원으로 매출액의 0.44%에 불과했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의 비중을 보면 가장 높았던 때가 2013년과 2016년으로 0.86%에 불과했고 한 번도 1%를 넘은 적이 없었다. 더구나 2017년 이후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2020년 0.51%, 2021년 0.47%, 2022년에는 0.44%로 축소됐다. 이에 비해 2022년 광고선전비는 314억원으로 연구개발비의 20배가 넘었고 1년 전의 295억원보다 2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요즘도 에이스침대는 톱 탈렌트 박보검을 내세워 침대는 과학이라는 광고를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연구개발을 등한시하면서 광고의 힘만으로 ‘과학’이라는 이미지를 지키기 힘들다는 것을 에이스침대만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파이낸셜투데이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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