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설수 리스크 줄었지만, 경영과 무관한 일상 집중
이마트, 쿠팡에 밀리면서 주가 1/4토막 수모
‘이마트 아저씨’로 거듭나 제대로 된 경쟁 펼치길 기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신세계그룹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신세계그룹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SNS 활동이 또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일상의 신변잡기나 거침없는 발언이 걱정을 자아내고 있다. 다만 과거 ‘멸공 논란’ 때처럼 대놓고 비난하는 반응은 아니다.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 완화 움직임이 가시화하면서 쿠팡과의 격전이 예고된 상황에서 정 부회장의 SNS 활동이 지나치게 ‘한가해 보인다’거나 ‘과연 사업에 진심인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인스타그램에 요리와 음식, 레고 장난감을 비롯해 일상의 이런저런 생각을 공유하는 게시글을 올리고 있다. 최근 언론에 소개된 정 부회장의 SNS 가운데는 슈퍼모델 지지 하디드를 만났다거나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를 만났다는 글과 사진이 있다.

그리고 독특한 모양의 의자를 구매했다면서 “기자 친구들 얼마인지 맞춰봐”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언론의 비판적 관심을 끌 것을 예상하고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 것이다. 소위 ‘안티’를 전혀 걱정하지 않는 모습이다. 실제로 정 부회장은 지난달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티 많은 건 너무 해피한 거죠, 안티가 많으면 많을수록 ‘찐팬’(지지하고 응원하는 팬)이 많다는 증거니까”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우호적인 소비자도 중요하게 여기지만, 그에 못지않게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소비자를 하나라도 품으려는 시도를 게을리하지 않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재벌 총수라고 SNS에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는 것은 문제가 될 일이 아니다. 일부에서는 정 부회장의 도발적인 SNS 활동이 ‘구설수’를 만들 것으로 염려하지만, 그 정도는 아닌 게 분명하다.

2022년 1월 ‘멸공 논란’을 일으켰을 때는 구설수를 넘어 오너 리스크로 번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급기야 직원들까지 나서서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은 자유지만, 수만 명의 직원과 그 가족에게 미치는 여파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정 부회장은 자신으로 인해 동료와 고객 한 명이라도 발길을 돌린다면 어떤 것도 정당성을 잃는다며 자신의 부족함을 사과했다.

이후에도 ‘백신 부작용’과 관련한 게시글 등으로 아슬아슬한 경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SNS 활동으로 직접 구설수를 만드는 것과는 분명히 선을 긋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인스타그램 갈무리.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인스타그램 갈무리.

쿠팡이 이마트를 제치고 유통업계 1위로 올라섰다는 소식은 이제는 놀라운 뉴스가 아니다. 오히려 쿠팡에 얼마나 뒤처졌는지가 관심의 대상이다. 1993년 창동에 이마트 1호점을 낸 이후 월마트와 까르푸를 물리치고 승승장구하던 이마트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다. 작년 6월에는 신세계그룹의 온·오프라인 멤버십을 통합한 신세계 유니버스를 내놓았지만, 쿠팡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주가는 더욱 처참하다. 2011년 신세계에서 분할 할 때 24만원에서 출발한 주가는 2018년 32만3000원까지 올랐지만 지난달 19일에는 6만7200원이라는 역사적 저점을 찍었다. 이후 다소 상승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고점 대비 4분의 1수준인 8만5000원 선에 머무르고 있다.

이러한 유통업계 상황을 고려할 때 정 부회장의 SNS 활동이 지나치게 한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정 부회장의 SNS 활동이 늘 경영과 무관했던 것은 아니다. 10여 년 전, 정 부회장이 SNS 활동을 하던 초기에는 지금과 달랐던 것을 기억하는 유통전문가들이 많다. 직접 매장을 방문하거나 새롭게 추진하는 사업을 일일이 소개하며 경영에 진심인 모습을 보였다. 당시 다른 재벌 일가와 달리 일반인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에서 많은 사람이 응원을 보냈고, ‘이마트 아저씨’라는 친근한 애칭을 얻기도 했다.

지금 유통업계는 격전이 예고돼 있다. 정부가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를 풀어 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고 영업 제한 시간에도 온라인 배송을 허용할 방침을 세웠다.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전제가 따르지만, 규제 완화가 실행되면 쿠팡과의 일전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동안 규제로 손발이 묶여있던 대형마트가 전국의 영업망을 기반으로 온라인에서도 쿠팡과 제대로 경쟁할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통업의 특징은 영업점 현장에서 구사하는 전술보다는 오너나 대표가 방향을 정하는 전략에서 승부의 판가름이 난다는 점이다. 정 부회장이 ‘이마트 아저씨’로 돌아와서 제대로 된 경쟁을 펼치길 기대해 본다. 그렇게 되면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더 크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투데이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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