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위, 결국 ‘서울대·엔지니어·순혈주의’ 선택
회사 본질 ‘철강’ 위해 정통 ‘포스코맨’ 낙점
나이·호화출장 논란은 약점, ‘키’는 국민연금으로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

포스코 후보추천위원회의 선택은 ‘내부’였다. 정통 ‘포스코맨’이자 ‘올드보이’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이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에 내정됐다. 포스코그룹은 ‘서울대’ ‘엔지니어’ ‘순혈주의’를 이어가게 됐다.

포스코홀딩스 CEO후보추천위원회(이하 추후위)는 지난 7일과 8일에 걸쳐 파이널리스트 6명에 대한 심층 면접을 실시한 뒤 8일 오후 임시이사회 결의를 통해 차기 회장 후보 1인으로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장인화 전 사장이 차기 회장에 내정되면서 최정우 회장에서 끊어졌던 ‘포스코 회장=서울대 출신’ 공식을 다시 이어가게 됐다. 그간 포스코는 대부분 서울대 출신이 ‘지휘봉’을 잡아왔다.

초대 박태준 회장, 4대 김만제 전 회장, 최정우 현 회장을 제외하면 예외가 없었다.

민영화 이전 시절 수장이었던 2대 황경로 전 회장과 3대 정명식 전 회장은 각각 서울대 정치학과와 서울대 토목공학과 출신이며, 민영화 이후 회장에 오른 5대 유상부 전 회장(서울대 토목공학과), 6대 이구택 전 회장(서울대 금속공학과), 7대 정준양 전 회장(서울대 공업교육학과), 8대 권오준 전 회장(서울대 금속공학과) 모두 서울대 출신이다.

1955년생인 장인화 전 사장은 서울대 조선해양학과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해양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순혈주의도 이어졌다. 포스코는 4대 김만제 전 회장을 제외하면 모두 내부 출신이 회장 자리에 올랐다.

장 전 사장은 ‘권오준의 남자’로 불릴 만큼 그룹사의 신임을 한몸에 받았던 정통 ‘포스코맨’이다.

1988년 포스코 전문연구기관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에 입사해 강구조연구소장을 역임한 뒤 2011년 포스코로 자리를 옮겨 권 전 회장 임기(2014~2018년) 동안 성장투자부문 신사업실장(상무), 재무투자본부 신사업관리실장(전무), 철강사업본부 철강솔루션마케팅실장(전무), 기술투자본부장(부사장)을 거쳐 2017년에는 사내이사까지 올다.

리스크도 적다. 권오준 측 인사로 분류되지만, 정작 권 전 회장이 재선임 논란을 겪은 2017년 사내이사에 신규 선임됐으며, 2020년에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지원사격으로 사내이사 재선임에도 성공했을 정도다.

최정우 회장 체재에 접어들었을 때도 주요 보직에 발탁되며 포스코와의 인연을 계속 이어갔다. 철강1·2부문을 통합한 철강부문장으로 일하던 그는 포스코 사장을 역임하다가 2021년 3월 임기가 종료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현재까지 포스코 자문역으로 활동해 왔다.

정치적 중립성도 강점이다.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 이후에도 끊임없는 외풍에 시달려왔다. 정권 교체 때마다 회장들의 사퇴가 이어진 점이 대표적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취임한 권오준 전 회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단 한 번도 함께하지 못하다가 2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자진 사임했고, 최정우 회장 역시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대통령 해외순방 경제사절단에 한 번도 포함되지 못하는 등 정부 행사에 배제됐다.

약점은 나이다. 6인의 후보자 모두 60대였지만, 장 전 사장은 그중에서도 나이(55년생)가 가장 많다. 최정우 현 회장 보다도 2살이 더 많다.

호화 출장 논란도 부담이다. 장 전 사장은 김지용 포스코홀딩스 미래연구원장,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과 호화 출장 사건의 피고발인 신분이다. 향후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차기 회장 부적격자로 부각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최종 후보는 내달 21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확정된다. 현 최정우 회장의 3연임에 반대 의사를 내비친 바 있는 포스코홀딩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결정만 남은 셈이다.

파이낸셜투데이 한종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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