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비싼 주파수할당 대가 사업성 악화 원인 될 듯
‘로밍 대가’ 등에서 특혜 없이는 생존 불가능
경매 과열 예상 못 한 경매 방식에 근본 문제

제4이동통신사 선정을 위한 5G 28㎓ 주파수 대역 경매가 속개된 1월 31일 오전 스테이지엑스 한윤제 입찰대리인이 서울 송파구 아이티벤처타워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4이동통신사 선정을 위한 5G 28㎓ 주파수 대역 경매가 속개된 1월 31일 오전 스테이지엑스 한윤제 입찰대리인이 서울 송파구 아이티벤처타워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4 이동통신사가 우여곡절 끝에 출범의 첫발을 내디뎠다. 스테이지엑스가 5G 이동통신 28GHz 주파수 경매에서 4301억원으로 최종낙찰에 성공했다. 앞으로 3개월 이내에 주파수 할당대가 납부 증거서류와 주주구성 등의 필요서류를 내고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하는 과정이 남아있긴 하지만 2010년 이후 8번째 시도 끝에 제4 이동통신사의 등장이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그러나 낙찰가가 최저 경쟁가격 742억원의 6배에 달해 과연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업자가 선정되자마자 정부지원금에 대한 ‘먹튀’ 우려가 나오고 있고 결국 정부의 과도한 특혜 없이는 생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밀봉 입찰에서 2200억원이 4301억원으로 급등

스테이지엑스와 마이모바일, 두 개 회사가 끝까지 참가한 주파수 경매는 오름차순 50라운드와 그 이후 한 차례 밀봉 입찰로 진행됐다. 742억원에서 시작한 경매가는 오름차순 50라운드가 끝났을 때 2200억원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이미 기존 이통3사의 28GHz 낙찰가를 넘어선 것이다.

그런데 마지막 밀봉 입찰에서 스테이지엑스가 50라운드 최종가격의 두 배에 가까운 4301억 원을 적어냄으로써 최종 승자로 확정됐다. 합리적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것은 물론이고 경매의 기본 상식마저 무시한 ‘출혈’ 응찰이라는 데 업계가 놀랐던 것이다.

기존 이통3사가 사업성이 없어서 포기한 28GHz 대역을 2배가량 비싼 가격에 낙찰받아 사업성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스테이지엑스 입장에서 본다면 4301억원은 단순히 주파수할당 대가에 그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제4이통 사업권 획득을 위한 일종의 진입비용으로 계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본격적으로 소비자를 대상으로 B2C 사업을 시작하기까지 들어가야 할 돈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 기지국 비용, 기본적 운영비에 더해 4000억원 넘는 비용은 큰 부담

먼저 28GHz 주파수를 할당받으면 3년 안에 의무적으로 6000대의 기지국을 설치해야 한다. 대당 가격을 아무리 낮춰잡아도 2500만원에 이르기 때문에 이 비용만 15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장비 구입 비용일 뿐 그밖에 기지국 설치를 위한 건물 임대료, 공사 비용, 전기료, 유지보수비용 등을 더해야 한다. 이를 모두 더하면 6000대 기지국을 설치하고 운용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만 3000억원을 훌쩍 넘길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다가 주파수 경매에서 써낸 4301억원도 5년 안에 납부해야 한다. 물론 제4 이동통신사를 운영하는데 들어가는 인건비와 마케팅 비용 등 기본 경비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그렇다면 스테이지엑스는 얼마나 벌 수 있을까? 우선 28GHz 5G 사업은 주파수의 특성상 스마트팜이나 스마트 공장과 같은 B2B 사업에 한정될 수밖에 없고 수익성이 없다는 것은 이미 기존 이통3사를 통해서도 증명됐다. 돈을 버는 방법은 역시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이동통신 서비스, B2C 사업으로 한정된다.

스테이지엑스의 B2C 사업은 두 단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출범 초기에는 기존 이통3사의 통신망을 이용해 로밍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고 이후 2단계로 중저대역 주파수를 추가로 할당을 받으면 자체적으로 전국망을 깔아 지금의 이통3사와 같은 B2C 사업을 전개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출범 초기 로밍을 통해 최대한 수익을 올리는 것이 스테이지엑스로서는 조기 안정화에 필수적인 요건이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도 보안 시스템과 요금 부과 시스템, 가입자 데이터베이스 등을 갖춘 코어망을 구축해야 하는데 여기에도 줄잡아 최소 3000억원에 가까운 돈이 들어가게 된다. 정부가 제4 이통사의 투자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최대 4000억원의 정책금융과 세액공제를 지원하기로 했지만, 근본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 이유다.

통신업계에서는 스테이지엑스가 ‘로밍 대가’에 대해 정부가 개입해 파격적인 혜택을 받기를 원하는 것 같다고 추측하고 있다. 현재 알뜰폰의 경우 도매 대가로 매출의 60%를 지불하고 있다. 그런데 스테이지엑스는 로밍 대가를 알뜰폰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낮춰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리라는 추측이다.

물론 여기에는 정부의 개입이 전제돼야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파격적인 혜택이 주어질 경우, 특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또 이미 자리 잡은 알뜰폰 시장을 근본부터 허물 수 있다는 우려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중대역 주파수를 추가로 획득해 자체망을 구축하는데도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추가로 할당되는 중대역 주파수를 과연 어떤 방식으로 배정할지, 얼마에 배정할지도 스테이지엑스에게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경매가 아닌 일방적 방식으로 파격적인 가격에 할당받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이 역시 특혜 논란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 스테이지엑스, 자본금 구성이 마지막 관문이 될 듯

물론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 제4 이동통신 사업을 진행한다면 이러한 우려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스테이지엑스가 그만한 자본력이 있는지가 핵심 의문이다. 제4 이통사업자 선정을 위한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스테이지엑스는 신한투자증권이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해 8000억원을 약속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데 신한투자증권은 이에 대해 8000억원이라는 돈은 여신 의향서에 적혀있는 내용이고 의향서는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아직 확정된 투자 규모나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설사 신한투자금융이 투자 재원 마련에 적극적인 의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투자심의위원회나 준법감시위원회를 무사히 거칠 수 있을지 또한 의문이다.

이 모든 우려와 의문은 주파수할당 대가가 4301억원으로 너무 높다는 데서 시작한다. 과기정통부는 주파수를 비싸게 팔았다고 만족해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과도한 특혜를 줘서 제4 이통사를 존속시킨다면 결국 그 돈을 돌려주는 셈에 불과하다.

또 행여나 최악의 경우 자본금 구성이 불발돼 제4 이통사의 출범이 좌절되거나 정책금융을 쏟아부었는데도 제4 이통사가 실패한다면 엄청난 비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돌이켜 보면 과기정통부가 경매 과열을 미리 예상하지 못한 것은 큰 패착임에 분명해 보인다. 오름차순 경매를 없애거나 라운드 수를 줄여 최종 낙찰가가 예상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게 설계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타성에 젖은 탁상행정이 결국 제4 이통사에 코가 꿰이는 결말로 돌아온 것이다.

파이낸셜투데이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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