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는 사법부 판결이 나왔다. 사진은 지난달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유가족, 환경시민단체 등이 연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우리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는 사법부 판결이 나왔다. 사진은 지난달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유가족, 환경시민단체 등이 연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우리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는 사법부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9부(성지용 백숙종 유동균 부장판사)는 6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김모씨 등 5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즉 사법부는 1심과는 달리 2심에서는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정부가 화학 물질에 대해 충분히 심사를 하지 않았는데도 결과를 성급하게 반영하여 일반적인 안전성을 보장하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며 “정부가 화학 물질의 유해성을 심사하고 공표하는 과정에서의 재량권 행사가 합리성을 잃었다. 결과적으로 국가 배상청구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대해 국가의 책임성을 따진 이번 판결은 무려 10년동안 이어졌다.

이번 소송은 세퓨라는 업체가 만든 가습기 살균제를 써 숨지거나 건강을 잃은 유족들과 피해자 5명이 제기하며 시작됐다. 이들은 지난 2014년 8월 국가와 가습기살균제 제조사 옥시레킷벤키저(옥시) 및 납품·유통사 6곳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대상 업체들은 가습기살균제 제조사 옥시레킷벤키저(옥시)와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을 제조·납품한 한빛화학, 롯데쇼핑, 하청을 받아 직접 자체브랜드(PB) 제품을 생산한 용마산업 등이다.

그마저도 제조사 세퓨가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폐업해 피해자들은 배상금을 받지 못했다.

이후 소송에서 업체들과는 조정이 이뤄졌지만 지난 2015년 1심의 재판부에서는 “가습기 살균제에 일부 화학물질이 사용된 것은 인정되지만 국가가 이를 미리 알았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라며 국가에 대한 손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불복하고 항소했다. 이어진 항소심의 선고날짜는 지난달 25일이으나 재판부는 선고 당일에 돌연 연기했다.

당시 재판부는 “선고를 전제로 신중하고 치밀하게 여러 법리들을 검토했는데 미진한 부분이 있어 오늘은 선고를 못할 것 같다. 워낙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이라 조금이라도 미진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이 있다면 마지막까지 신중을 기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늦춰진 선고에서 항소심 재판부는 국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등 3명에게 각각 300만∼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송기호 변호사는 선고 후 "국가가 단순히 피해자들을 시혜적으로 돕는 것이 아니라 배상해야 하는 법적 책임을 확인했다는 의미가 큰 판결"이라며 "국가는 이 판결에 상고하지 말고 피해자 배상을 최종적으로 국가의 법적 의무로 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 등 다른 화학성분에 대한 국가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지에 대한 소송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지난달 서울고법 형사5부(서승렬 부장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기소된 홍지호 SK케미칼 전 대표와 안용찬 애경산업 전 대표에 대해 1심 무죄 판결을 파기하고 각각 금고 4년형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가습기살균제의 사용과 피해자들의 폐질환, 천식 간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옥시가 제조한 제품은 아니지만 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이 들어간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해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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