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간 최대 9500억원 규모의 세부담 완화 정책을 시행한다. 각종 세법 시행령을 고쳐 국가전략기술과 신성장·원천기술 산업을 확대하고 자영업자·소상공인과 출산·양육을 위해 세액공제 지원 등을 확대하는 게 골자다.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2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브리핑실에서 2023년 세법 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2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브리핑실에서 2023년 세법 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획재정부는 23일 ‘2023년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시행령 개정안은 오는 25일부터 다음달 24일까지 입법예고 절차를 거치고 이후 27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다음달 말 공포될 예정이다.

◆국가전략기술 범위 및 신성장·원천기술 확대

정부는 반도체·디스플레이·수소 분야 내 국가전략기술 범위를 확대하고 신성장·원천기술에 방위산업 분야를 신규 지정하는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했다.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된 산업은 연구개발(R&D) 투자 세액공제가 중소기업 40~50%대, 중년기업 30~40%대에 달한다.

반도체 분야의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설계 및 제조기술에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새롭게 추가된다. 디스플레이 분야에는 OLED 화소 형성·봉지 공정 장비 및 부품 기술이 신설된다. 수소 분야에는 수소가스터빈 설계 및 제작, 수소환원제철, 수소저장 효율화 기술 등이 새롭게 포함된다.

신성장·원천기술에 추가된 방산 분야의 세부기술은 가스터빈엔진, 군사위성체계 기술, 유무인복합체계 등이다. 신성장·원천기술로 지정되면 일반 R&D 대비 높은 세액공제율(중소기업 30~40%, 중견·대기업 20~30%)이 적용된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지난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방위 산업은 지금까지 특별한 지원이 없었는데, 산업의 규모를 키우고 고용과 투자를 이끌어가는 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산업이라고 우선적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는 올해부터 TV프로그램, 영화, 드라마 등 영상콘텐츠를 제작할 때 드는 비용에 대해 대기업 5%, 중견기업 10%, 중소기업 15%의 공제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여기에서 일정 요건을 채우면 대·중견기업 10%, 중소기업 15%의 공제율을 추가로 적용한다.

현재는 대기업 3%, 중견기업 7%, 중소기업 10%의 세액공제가 적용되고 있다.

정 실장은 “내부적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시뮬레이션을 했는데, 국내에서 제작되고 있는 영화나 드라마 중 80~90% 정도는 추가 요건을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투자진흥기구와 같은 기회발전특구 내 창업 기업에게도 향후 5년간 소득·법인세 100% 감면 혜택을 적용하고, 이후 2년간은 세 부담을 50% 완화한다.

◆소상공인·중소기업 세부담 완화

정부는 소상공인·중소기업 등 사업자들에 대한 세부담도 완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자영업자 본인에 대한 고용·산재보험 보험료는 사업소득 필요경비에 포함하기로 했다. 또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자연이나 사회재난에 따른 노란우산 공제금 조기 지급시 기타소득이 아닌 퇴직소득에서 과세하도록해 소상공인의 세부담을 줄인다.

재기중소기업인 특례적용 대상에 ‘소상공인 재도전 특별자금을 융자받은 자'를 추가하기로 했다. 또 부가가치세 시행령 개정안에서 인력공급 지원 확대를 위해 근로자파견 용역과 인력공급용역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면제하기로 했다.

중소기업 취업자 지원을 위해 소득세 감면 대상 업종에 컴퓨터 학원이 추가된다. 이외 개인뿐만 아니라 자산가액이 5억원 이하인 영세법인도 국선대리인 신청이 가능하도록 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1년 연장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서도 나섰다.

오는 5월 종료 예정인 다주택자 대상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를 내년 5월까지 1년 연장하기로 했다.

아울러 소형 신축주택이나 지방의 미분양 주택에 대해 양도세·종부세를 중과하지 않기로 했다. 소형 신축주택 기준은 취득가액이 수도권 6억이하, 비수도권 3억 이하다. 준공 후 미분양주택은 6억원 이하가 대상이다.

장기주택저당 차입금 대환 지원을 위해 차입자가 신규 차입금으로 즉시 기존 차입금 잔액을 상환하는 경우 소득공제가 적용된다. 기준시가도 5억원에서 6억원으로 상향된다.

정 실장은 “무주택자가 모기지를 받았을 때 원리금을 상환하면 소득공제를 해주는데, 대출을 갈아타는 경우에도 당연히 소득공제가 연속돼야 한다”며 “행정적으로 굳이 엄격한 요건을 둘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출산·양육 세제 지원 확대

정부는 저출산·고령화 기조를 완화하기 위해 출산·양육 지원도 강화한다.

정부는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모든 근로자가 소득과 상관없이 산후조리비용 일부에 대해 의료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사업자가 근로자에게 출산·양육 지원금을 지급하는 경우 해당 지원금은 사업자의 손금 및 필요경비 범위에 추가된다. 육아휴직수당 비과세 적용 대상은 사립학교 직원에게까지 확대된다.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 이행에 따라 사업주가 지급하는 직장어린이집 운영비 및 위탁 보육료 지원금은 근로소득에서 비과세된다. 자녀가 취학·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로 동거하지 않더라도 18세 미만 자녀가 3명 이상이면 가구 승용차 개별소비세가 면제된다.

◆세수 감소 최대 9500억원

정부는 이날 발표한 세법 시행령 개정으로 올해 세수 감소 효과가 최대 95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7월 세법 개정안 발표 당시 예상한 세수 감소액인 7546억원보다 약 1000억원에서 2000억원이 추가로 발생하는 것이다.

다만, 정부는 세액 공제로 고용, 소비, 투자가 늘어나고 경기가 회복돼 오히려 세수가 확충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정 실장은 “(1월 초) 경제정책방향에서 발표했던 조 단위의 세수감이 발생하는 부분들, 즉 법 개정사항들을 제외하면 현재로서는 큰 차이는 없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지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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