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10년간 1220만평 공공주택지 78조원에 매각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각한 아파트 부지가 2023년 11월 기준 62%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LH가 기관의 재무건전성을 개선하는데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이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함께 27일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LH 공공택지 매각 실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경실련
경제정의실천연합이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함께 27일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3.1~2023.8 LH 공공택지 매각 실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경실련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이 27일 심상정 정의당 의원으로부터 받은 ‘2013년부터 올해 8월까지의 LH 공공택지 매각 현황’을 분석한 결과, LH는 1220만평의 공공주택지를 78조원에 매각했다. 매각한 1220만평은 여의도 면적의 14배이며, 강남구 면적 1197만평보다 크다. 매각한 공공주택지의 평당 매각 가격은 2013년 504만원에서 2021년 1061만원까지 올랐다가 2023년 1000만원 이하로 떨어졌다.

LH는 또 임대주택부지 103만평을 4조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LH가 매각한 택지에 용적률 200%를 적용하면 25평 기준으로 장기공공주택 97만6000세대를 공급할 수 있다.

경실련은 “LH가 매각하지 않고 장기공공주택을 짓는데 모두 사용했다면 현재 장기공공재고량인 73만채의 두배 이상 늘어난 170만채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LH가 매각한 토지 중 아파트 부지의 현재 시세는 60% 이상 올랐다. 민간 업자들이 LH 공공택지를 매입한 뒤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뜻이다.

실제로 경실련이 가격 파악이 용이한 아파트 부지만 골라 각 지역 아파트 평당 시세 상승률을 적용해 분석한 결과, LH가 매각한 아파트 부지의 매각금액은 61조원이었다. 하지만 2023년 11월 기준으로 38조원(62%)이 올라 99조원이 됐다. 그 중 가장 많이 오른 상위 10개 지구는 가격상승률이 91%나 됐다.

구체적으로 하남미사(178%), 위례(135%), 행정중심복합도시(127%), 김포한강(89%), 화성동탄2(85%) 등 순으로 평당가격 상승률이 높았다.

경실련은 “공공택지를 팔지 않고 계속 보유하고 있었다면 공공주택 보유량 뿐 아니라 공공자산도 더욱 늘어났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실련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LH 개혁을 위해 공공택지·공공자산 매각을 전면 중단을 요구했다. 또 서민을 위한 공공주택 공급약속을 제대로 이행해달라고 했다.

경실련이 이날 제안한 정책은 ▲직접시공제를 모든 공사로 확대 적용 ▲인허가시 설계 계약서류 제출 의무화 ▲분양계획시 설계도면과 공사비내역서 등을 계약서로 첨부 ▲감리보고 등 공사수행관련 정보를 수시로 공개 ▲지역건축센터 설립 의무화 ▲허가권자와 직접 감리 계약 ▲설계 및 감리대가 지출내역 확인 및 공개 ▲전관 영업업체는 출신발주기관 입찰참가 배제 등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공주택 100만호 공급’ 대선 공약 어디로?

202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월 8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월 8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공약에서 원가주택 30만호, 역세권 첫집주택 20만호, 공공임대주택 50만호와 같은 공공주택 공급계획을 제시했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토지임대부 주택은 서울주택공사(SH)가 공급하는 1350호에 불과하고, LH는 토지임대 건물 분양 공급계획조차 밝히고 있지 않다.

경실련은 “LH는 공공주택 건설이 적자사업이라며 외면해왔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LH는 공공택지 뿐만 아니라 오리사옥, 광명시흥사업본부, 하남사업본부 사옥 용지 등도 연내에 매각하려 하고 있다. LH 뿐만 아니라 국토부, 기재부 등 정부부처도 공공택지, 공공자산 매각을 위해 나서고 있다.

지난 9일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내년도 공공임대주택 건설 예산도 줄었다. 2023년 공공임대주택 건설 예산은 윤 정부가 출범한 2022년에 비해 1조5738억원 가까이 감소했고, 내년도 공공임대주택 건설 예산은 올해보다 2863억원 줄어든 4조3616억원이다.

고물가, 고금리의 여파로 공공주택 건설 자체가 지연되면서 올해 7월까지 통합공공임대 사업 승인은 목표치의 11%, 공공분양은 5%대에 머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도 집주인임대주택, 민간임대융자 등 민간부문 융자 사업 예산은 올해보다 4641억원, 전세임대주택 융자 사업 예산은 3719억원 증가했다. 

게다가 최근 정부는 무주택 청년을 돕는다며 국민의힘과 당·정협의회를 개최해 2%대 저금리 대출상품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공공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보다는 집을 분양받고자 하는 청년들에게 ‘저렴한 이자로 돈을 빌려라’며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주거생활의 상향 및 이용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LH가 공공택지를 매각한 것에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지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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