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제로 어려움 겪었다”는 사업장은 14.5% 불과

이성희 노동부 차관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근로시간면제 제도' 운영과 '운영비 원조'에 대한 기획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성희 노동부 차관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근로시간면제 제도' 운영과 '운영비 원조'에 대한 기획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현행 ‘주 52시간제(법정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의 틀을 유지키로 했다. 다만, 일부 업종에 한해서는 주 60시간제 도입을 추진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주 최대 69시간’ 언급을 하고,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간지 8개월 만이다.

고용노동부는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이번 노동부 발표는 ‘근로시간 관련 설문조사’에 근거한다.

노동부의 설문조사는 근로자 3839명과 사업주 976명, 국민 1215명 등 총 6030명을 대상으로 한 방문 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노동부는 결과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설문 대상자에게 관련 제도와 질문을 설명하는 과정도 거쳤다.

그 결과, 현행 근로시간 제도로 근로자 48.5%, 사업주 44.8%, 국민 48.2%는 장시간 근로가 감소했다고 답했다. 또 근로자 45.9%와 사업주 45.1%, 국민 48.5%는 업무시간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반면, 최근 6개월 동안 현행 주 52시간제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사업주는 14.5%에 불과했다. 어려움 유형은 ▲업무량 변동 대응 73.6% ▲일시적 인력 부족에 대한 대응 60.4% 순으로 응답했다. 물론 사업 지원 및 임대 서비스업(32.6%)과 제조업(27.6%), 100~299인 사업장(40.3%) 등은 주 52시간제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사업주가 많았다.

이와 관련,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체적으로 현행 주52시간제로 어려움을 겪은 사업주는 14.5%이지만, 업종이나 규모별로 살펴보면 예측하기 어려운 업무량 변동이나 일시적으로 인력이 부족한 상황 등으로 해당 사업장에서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일부 업종과 직종 등을 고려해 연장근로 관리단위 선택권을 부여하는 방식의 정책 방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번 설문조사와 관련, 정부는 현행 주 52시간제의 틀을 유지하면서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업종과 직종을 대상으로 노·사가 원하는 경우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보완방안을 노사와 함께 논의할 계획이다.

이성희 고용부 차관은 “우선 주52시간제가 상당 부분 정착되고 있지만, 일부 업종·직종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주 52시간제를 유지하면서 일부 업종·직종에 한해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개편 대상 업종·직종에 대해서는 장시간 근로와 건강권 문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특히 근로자 건강권 보장방안에 대해 노·사 모두 주당 상한 근로시간 설정, 근로일간 11시간 연속휴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만큼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한편, 정부는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포괄임금 오남용 의심사업장에 대해 실시한 기획감독 결과도 발표했다. 이번 감독은 노동계, 익명신고센터 등을 통해 제보돼 포괄임금의 불법적인 오남용이 의심되는 사업장 87개소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 가운데 임금체불 64개소(73.6%·26억3000만원), 연장근로 한도위반 52개소(59.8%) 등을 적발해 행정·사법 조치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박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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