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보복공격으로 불타는 가자지구. 사진=연합뉴스
이스라엘 보복공격으로 불타는 가자지구. 사진=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인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대대적인 폭격을 가하며 지정학적 이슈가 불거진 가운데 해당 이슈가 세계 경제에 얼마나 영향을 줄 것인가가 화두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이번 이슈가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주진 않겠지만, 국제유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어 당분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10일 AP와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7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 주요 지역에 로켓을 발사하며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이 발발했다. 레바논 기반 무장 단체인 헤즈볼라도 이스라엘에 공격을 가하며 중동국가 확전 가능성도 확대됐다.

1973년 10월 6일 4차 중동전쟁이 일어난 이후 50년 만에 발생한 아랍 세력의 최대 규모 이스라엘 선제공격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과거 사례를 바탕으로 이번 전쟁이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과거 이스라엘과 아랍 갈등 역사가 미국 증시에 주는 영향력은 크지 않았다”며 “전쟁 발발과 무관하게 대부분 상승추세가 이어졌고, 경기침체 혹은 둔화 국면이 겹쳤던 1957년, 1982년, 2014년에는 하락 추세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공교롭게도 정확히 50년 만의 침공이라는 점에서 1차 오일쇼크를 유발한 4차 중동전쟁과 비교되는데, 이때는 유일하게 전쟁 발생 이후 주가 추세가 전환했다”며 “사우디와 6개 아랍 석유 수출국이 이스라엘 지지 국가들에 원유 수출을 중단해 유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단, 지금은 미국이 산유국이며, 오일쇼크 때 없었던 전략비축유가 마련된 점이 과거와 다르다”고 덧붙였다.

전쟁 장기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도 나왔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전쟁 확정은 이란의 지원 여부에 달려있다”며 “미국 정부는 이란이 하마스 공격의 배후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이란 정부는 이를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아직 이란이 하마스 공습을 지원했다는 증거는 없는 상황이다. 하마스 측이 대화와 휴전에 열려있다고 언급한 점도 장기화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전쟁 발발 직후 금융시장은 부분적인 영향을 받았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금융권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의 영향을 받았다”며 “유가가 뛰고, 달러와 채권은 강세를 보인 것이 단적인 예다. 만일 확전 가능성이 커진다면, 혹은 이 전쟁에 개입하는 세력의 범위가 넓어진다면 그 영향력이 더 커질 수는 있겠지만, 일단 이란에서 공식적인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부인했다는 점이 다행인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다행히 미국 주식시장은 상승 마감했다. 9일(현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지수는 0.63% 오른 4335.66에, 나스닥지수는 0.39% 상승한 1만3484.24에 각각 장을 마쳤다.

문제는 국제유가다. 황수욱 연구원은 “국제유가는 전쟁 직전 80달러 초반까지 하락한 이후 전쟁 불확실성에 다시 반등했다”며 “전쟁 직전까지만 해도 사우디가 내년 원유 증산 가능성을 언급(이달 6일)하는 등 미국 중재 하에 이스라엘과 수교가 점진적으로 진행 중이었다. 전쟁 배후로 지목되는 이란 관점에서는 이 수교가 불편하다. 외신에서는 이번 전쟁이 발발하면서 아랍 세력인 사우디와 이스라엘 간 수교 가능성이 다시 작아졌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변 국가의 전쟁 개입 정도에 따라 유가 흐름이 바뀔 것으로 전망했다. 임환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우디 이스라엘 수교 관계 성사가 실패로 돌아간다면 사우디와 미국 간 안보 조약 체결 가능성도 축소될 것”이라며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등 주변국의 개입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해당 국가가 개입하는 정도에 따라 유가 흐름이 좌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양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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