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연합뉴스

시장의 예상대로 미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가 19~20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이라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5.25~5.50%로 동결했다.

또한 공개된 점도표에서 연내 0.25%p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 ‘매파적’ 입장을 견지했다. 특히, 내년 기준금리 전망치가 기존 대비 0.5%p 높아져 긴축 기조를 오랫동안 끌고 갈 것을 시사했다.

연준의 이번 결정으로 한국과의 금리 격차는 2.0%p로 유지됐지만, 연준이 추가 인상 가능성과 함께 고금리 기조를 상당 기간 유지할 의지를 확인함에 따라 앞으로의 통화정책 결정에 있어 한국은행(이하 한은)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리 격차 추가 확대는 환율 상승과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을 높이고, 수입물가 상승에 따라 소비자물가를 높일 수 있는 만큼 금리 상승이 필요하지만, 그럴 경우 역대 최대 규모로 늘어난 가계대출과 부동산 PF, 수출 부진 등 가뜩이나 안 좋은 경제·금융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고금리 기조 장기화로 우리나라 경제가 받게 될 부담도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연준, 금리 묶었지만...인플레 경계와 함께 고금리 장기화 시사

연준은 9월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동결했다. 이는 시장의 예상에 부합하는 것으로, 지난 19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의 99%는 이번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준은 FOMC 정례회의 후 성명에서 “최근 몇 달간 일자리 증가세는 둔화됐지만, 여전히 강하고, 실업률은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등 최근의 지표들은 경제활동이 견조한 속도로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다”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해 “적절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를 보고 싶다”며 “결론에 도달하기 전에 더 많은 진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목표하는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고금리 상황을 더 길게 끌고 가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날 공개된 점도표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올해 말 기준금리를 5.50~5.75%로 전망했다. 지금보다 0.25%p 더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내년 금리(중간값)는 5.1%로 지난 6월 전망치 4.6%보다 0.5%p 올려 잡았다. 내년 금리 인하 횟수를 당초 4번에서 2번으로 줄여 금리 수준을 높게 가져가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부담 커진 韓銀…가계부채 확대·경기 부진 등에 금리 인상 부담

연준이 기준금리를 일단 묶었지만, 연내 추가 인상과 함께 내년에도 금리를 높일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이번 동결은 ‘일시정지’ 내지는 ‘숨고르기’로 보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참여자의 28.4%는 11월에, 39.4%는 12월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회의가 10월과 11월 두 차례만 남은 가운데, 한은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금리를 그대로 묶자니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더 확대돼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등이 우려된다. 지난달 외국인의 국내 주식·채권 투자금은 17억달러(주식 9억1000만달러, 채권 7억9000만달러) 순유출됐다. 올해 1월 3억4000만달러 순유츌 이후 7개월 만이고, 작년 12월 24억2000만달러 순유출 이후 최대다.

그동안 외국인의 국내 주식·채권 투자금은 순유입을 유지했으나 올해 5월 114억3000만달러로 정점을 찍은 후 6월 29억2000만달러, 7월 10억4000만달러 등 그 규모가 계속 줄어왔다.

현재 우리나라와 미국의 금리 격차는 2.0%로, 연준이 11월이나 12월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게 되면 그 차이는 2.25%p로 더 벌어지게 된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지면 외국인 투자금 유출이 더 빨라질 수 있다.

환율도 문제다. 미 달러화 수요가 늘어나게 됨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게 되면 금융·외환시장 불안과 수입물가 상승, 그에 따른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게 된다. 이날 13시35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1327원) 대비 13.5원 오른 1340.5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원·달러 환율은 1442.5원까지 치솟은 바 있다.

그렇다고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해도 문제다. 가뜩이나 부진한 경기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달 올해 우리나라가 1.4%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9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지난 6월 전망치보다 0.3%p 오른 3.0%로 전망하면서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 전망과 동일한 1.5%를 유지했다. 일본은 1.8%로 0.5%p 올려잡았다. 그만큼 우리나라 경제 상황이 어렵다고 본 것이다. 지난 20일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3%로 전망했다. 이는 국내외 주요 기관의 성장률 전망치 중 가장 낮은 것이다.

역대 최대 규모로 확대된 가계부채와 부동산 PF 부실 우려도 기준금리 인상 결정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韓銀, 10월 금통위서 동결 후 시장 상황 관망…‘매파적’ 입장 유지할 듯

일단 시장에서는 한은이 10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시장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가계부채 확대 억제와 미국의 긴축기조 장기화,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 확대 등에 따른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매파적 입장은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금통위원 전원 3.75% 가능성 열기 기조가 상당기간 이어질 전망”이라며 “성장세는 미국보다 약해도 목표치를 넘는 물가 상황, 가계부채 증가 등을 고려할 때 한은 역시 고금리 장기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교수는 “한은은 미국이 올리지 않았기 때문에 동결을 하겠지만, 미국이 추가 인상을 예고한 상황이고, 한은도 (추가 인상) 문을 열어놨다”면서 “가계부채와 부동산 PF 등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2.25%p까지 벌어진다는 것은 우리나라 입장에서 그렇게 바람직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미국이 올린다면 한은도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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