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법 개정안, 국회 법사위 계류…회장 연임, 농지비 ‘진통’
연임제 도입…회장 견제장치 마련 vs 단임제 성과도 아직
농지비 부과율 2배↑…안정적 재원 마련 vs 매출에 부과·용처 깜깜이

농업협동조합(이하 농협) 개혁을 위한 ‘농협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농협법 개정안)’이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을 둘러싼 논란에 휩싸이면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다른 협동조합과의 형평성, 협동조합의 자율성 등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연임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과 이를 현직 회장에 대해 소급 적용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을 두고는 ‘위인설법’, ‘특혜 논란’이 터져나오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농협이 농업·농촌·농업인 지원을 명목으로 각 계열사에 부과하는 농업지원사업비(이하 농지비)의 부과 비율을 현행 대비 2배 인상하는 것에 대한 찬반도 팽팽하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농협법 개정안은 2021년부터 발의된 농협법 개정안 20건을 지난 5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대안 형태로 통합·조정한 것으로, ▲농협중앙회장 연임 한 차례 허용 ▲비상임 조합장 연임 두 차례로 제한 ▲농협중앙회 및 지역조합의 내부통제 강화 및 1명 이상의 준법감시인 임명 ▲회원조합지원사업 소요 재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농지비 부과율 상향 ▲도농상생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한 도시조합에 대한 도농상생사업비 부과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현 중앙회장부터 연임 가능?…‘소급입법’ 논란

농협법 개정안의 핵심 쟁점은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을 허용하는 것이다. 연임한 4명의 회장 중 3명이 횡령, 뇌물수수 등 각종 부패 사건에 연루돼 처벌을 받자 2009년 연임제에서 단임제로 변경됐다. 이후 농협중앙회장은 4년 임기를 끝으로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는데, 한 차례 연임을 허용해 회장 업무수행의 연속성과 책임성을 보장하고, 다른 협동조합과의 형평성을 맞추자는 취지다.

문제는 이를 임기가 4개월여 남은 이성희 회장에게도 적용하도록 한 부분이다. 지난해 12월 16일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인이 발의한 농협법 개정안은 중앙회장 연임제 도입과 관련해 현직 중앙회장의 ‘셀프연임’을 위한 법 개정이라는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연임제 적용을 법 시행 후 최초로 선출되는 중앙회장부터 적용하도록 명시했다.

이에 대해 농해수위는 “현직 회장이 특정돼 있고, 개정 법률에 의해 해당 특정인에 대한 차별적 취급이 예정된다는 점에서 일차적으로 헌법상 평등원칙의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며 “농협중앙회장에 대해서만 현직이 베제되도록 차별적으로 입법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유사 협동조합과 비교할 때 그 차별적 취급에 합리적 이유가 인정될 수 있는지의 여부에 대한 형평성 차원의 검토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평등원칙의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연임 제한을 완화하는 유사 입법례를 살펴보면 다른 협동조합의 선출직 연임 제한 완화 법 개정 시 적용례를 두지 않거나 적용례를 두는 경우에도 현직자가 모두 적용대상이 되도록 했다”면서 “현직자를 그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도록 한 입법례를 찾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관련해서 농협·축협조합장이 직무대행에 관한 농협법 조항 위헌 확인 사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입법자가 별다른 차별적 취급의 이유가 없음에도 유사한 입법례와 달리 차별적으로 입법했다면 평등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직선제, 무이자자금 투명성·공정성 확보…조합 자율성·형평성 고려해야

이를 찬성하는 쪽은 중앙회장 선임 방법이 직선제로 바뀌었고, 협동조합의 자율성과 민주성, 타 협동조합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이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중앙회장이 자의적으로 무이자자금(회원조합지원자금)을 배분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고 강조한다. 회원조합지원자금은 현재 13조~14조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법 개정안은 이에 대해 매년 사업별 지원금액 및 대상 선정기준, 조합별 지원금액 산정 방법 등이 포함된 회원조합지원자금 조성·운용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정관에 따라 이를 배분하도록 했다. 또한 자금의 조성과 운용 계획, 지원대상 및 규모 등은 자금지원심의회를 통해 심의·의결하고, 그 결과를 인터넷 등을 통해 공개하도록 명시했다.

아울러, 전문기관 또는 단체 위탁을 통한 자금 지원 및 성과를 분석·평가하고, 중앙회는 이를 총회에 보고하는 한편, 회원조합지원자금 조성·운용 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또한 경영에 대한 중간 평가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책임경영을 위한 여건 조성과 경영의 연속성·일관성을 통한 조직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연임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와 함께 2012년과 2017년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금융(NH농협금융지주)과 경제(NH농협경제지주)를 분리했고, 회장 직무 범위 축소 등 장기집권의 부작용이 대부분 해소됐기 때문에 연임을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고, 1회에 한해 연임이 가능한 다른 협동조합 등과의 형평성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임제, 연임 회장 부패 사건 방지 차원 도입…임기 채운 회장도 없어

반대 입장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23일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일부 의원들은 ‘셀프연임’, ‘위인설법’이라고 비판했고, 과거의 ‘흑역사’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단임제를 다시 연임제로 되돌리는 것이 타당한지 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햇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위인설법’ 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현 중앙회장의 연임을 위해서 모든 것들이 돌아가고 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며 “현 농협중앙회장이 여러 가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면서 농협 개혁 의 방향과 내용까지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농협이라는 것이 특수관계고,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많기 때문에 다시 연임으로 간다면 예전과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확고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면서 “과연 농협이 연임제로 다시 가서 옛날 같은 상황에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을 누가 하는데, 만약에 그런 것이 조합원 사이에 있다면 20개 단체가 반대했겠나”라고 지적했다.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조항이 농협의 중요한 과제나 숙제나 해묵은 개혁 과제들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필요불가결하다 주장할 수 있는 논거가 있나?”라며 “2016년에 취임하신 분부터 단임제가 적용되기 시작했던데, 4년 임기를 채우신 분이 없다. 지금 회장님이 하시며 4년 온전히 하는 것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임제의 성과를 규명할 수 있는 시간도 없었고, 연임에서 단임으로 갔던 취지하고도 안 맞고, 단임이 다시 연임으로 가야 될 필연적인 사정이 뭐가 있느냐 하고도 안 맞고, 개혁 과제가 연임 문제하고 그대로 직결되는 것이냐 하는 논리도 성립될 수 없다”면서 “정확히 말하면 (중앙회장 선거 제도는) 조합장이 대신 뽑은 간선제다. 도대체 왜 선거제도를 두 번씩 바꿔 가면서 이렇게 해야 되는 것인지 의혹을 살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농지비 부과율 2배 인상…‘안정적 재원 마련 vs 매출에 부과, 용처도 몰라’

농협중앙회가 각 계열사에 부과하는 ‘농업지원사업비(이하 농지비)’의 부과율을 현행보다 두 배인 5.0% 올리는 것도 농협법 개정안의 쟁점 중 하나다.

농지비는 일종의 ‘브랜드 사용료’로, 농업·농촌·농업인을 지원하기 위해 농협법에 따라 ‘농협’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법인에 대해 영업수익 또는 매출액의 2.5% 범위 내에서 부과할 수 있다. 농협중앙회는 정관에 따라 3년 평균 매출액의 규모별로 ▲10조원 초과인 경우 1.5% 초과 2.5% 이하 ▲3조원 초과 10조원 이하에는 0.3% 초과 1.5% 이하 ▲3조원 이하에 대해서는 0.3% 이하를 부과하고 있다.

올해 농협중앙회가 계획한 각 계열사별 농지비 부과액은 NH농협금융지주 4927억원, NH농협경제지주 475억원 등 총 5434억원이다. 대부분의 농지비는 NH농협금융지주에서 나오고, 그중에서도 90% 정도는 NH농협은행이 부담한다.

농지비 부과율 범위 상한 확대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쪽에서는 농지비의 대부분을 부담하는 NH농협은행의 영업수익은 크게 증가한 반면, 과거에 정해진 부과율 범위로 인해 NH농협은행이 부담하는 농지비는 연 3000억원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영업수익이 막대하고, 증가가 뚜렷한 법인에 대해서는 회원조합지원사업 등에 필요한 재원의 안정적 마련을 위해 부과율을 상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해당 개정안을 발의한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안 이유에 대해 “11년 전에 책정된 농업지원비 상한성이 변경없이 지숙돼 금융지주의 막대한 영업수익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농협의 주인인 조합원 등에 대한 지원사업 등의 수행에 필요한 재원의 안정적인 조달을 위해서는 농협금융지주와 같이 영업수익이 막대하고, 그 증가가 뚜렷한 법인에 대해 부과율을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관련해서 NH농협은행의 지배지분 당기순이익은 2017년 8598억원에서 2022년 2조2309억원으로 1조3711억원 증가했지만, 이 기간 농지비는 2674억원에서 3076억원으로 402억원 늘었다. 순이익은 160%가량 증가했지만, 농지비는 15% 늘어나는 데 그쳤는데, 이것이 농지비 부과율 상한이 낮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안 의원의 개정안에 대해 농해수위는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농지비 부담 증가에 따른 NH농협은행 등의 장기적인 재정건전성 문제는 없는지에 대한 검토가 이뤄질 필요가 있으며, 이 경우 매출액 증대에 따른 농지비 지속 증가 등을 고려해 점진적인 부과율 상향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실제로 2018년 NH농협생명은 686억원 적자인 상황에서 농지비를 455억원 납부하면서 당기순손실이 1141억원으로 확대된 바 있다. 금융감독원도 농지비가 NH농협은행의 재무현황과 무관하게 결정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NH농협은행에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도 이에 문제를 제기했다. 금융노조는 지난 12일 내놓은 성명서에서 “당기순이익이 아닌 매출액의 2.5%를 부과하는 상황에서 명칭사용료 2배 인상은 농협 자회사의 재무상태 악화로 이어져 단기적으로는 기금을 늘릴 수 있겠으나, 장기적으로는 ‘농업지원’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 관계자는 “농지비를 거둬서 어디에 쓰는지 아무도 모른다. 어디에 쓰는지 공개가 돼야 하는데, 전혀 안 공개가 안 되고 있다”면서 “국정감사에서 사용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를 해야 하고, 공개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선재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