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사무금융노조, 尹 정부 금융정책 조합원 인식 조사
응답자 90% “금융정책 전반, 부정적”…‘매우 부정적’ 60.4%

(왼쪽부터)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이재진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 위원장. 
(왼쪽부터)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이재진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 위원장. 

금융업 종사자들이 윤석열 정부의 금융정책을 100점 만점에 17.5점으로 평가했다.

이들은 인사, 개별 상품 등 정부의 개입이 과도하고, 근시안적인 시각으로 정책을 추진해 시장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과 전국사무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사무금융노조)이 결성한 양대노총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이하 공투본)은 14일 ‘윤석열 정부 금융정책 조합원 인식 조사’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7월 17일부터 8월 23일까지 소속 조합원 18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는 현 정부가 지금까지 실시한 금융정책에 대한 조합원들의 인식과 태도를 파악하고, 이를 통해 향후 공투본의 투쟁 방향을 세우기 위한 것으로, ▲윤석열 정부 금융정책에 대한 인식 ▲금융산업 현안 관련 인식 ▲금융회사 임금제도 관련 인식에 대해 조사가 진행됐다.

조사 결과 1800명의 응답자의 89.7%는 현 정부의 금융정책 전반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중 60.4%는 ‘매우 부정적’이라고 응답했다. 긍정 평가는 10.3%에 불과했다. 이를 100점 평균 점수로 환산하면 현 정부의 금융정책 점수는 100점 만점에 17.5점에 그친다.

부정 평가는 특히, 은행업과 증권업에서 높게 나타났다. 응답자 중 은행업 종사자의 93.2%, 증권업 종사자의 90.6%가 정부의 금융정책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정부의 금융정책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로는 ‘과도한 개입’ 때문이라는 평가가 43.3%로 가장 많았고, ‘근시안적인 금융정책 및 체계 구성’이 30.9%로 뒤를 이었다. 다음으로 ‘금융정책에 대한 컨트롤 타워 부재(13.3%)’, ‘포퓰리즘적 행보(12.5%)’ 순이었다.

관련해서 정부의 금융사 인사 개입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응답자의 경우 ‘과도한 개입’을 부정 평가 이유로 가장 많이 꼽은 반면,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응답자는 ‘근시안적인 금융정책 및 체계 구성’을 부정 평가 이유로 가장 많이 응답했다.

응답자의 62.2%는 정부의 금융사 인사 개입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고, ‘정부의 인사 개입이 불필요하다’는 응답자는 90.5%에 달했다. 정부의 금융사 인사 개입을 인지하고 있는 응답자 중 ‘정부의 인사 개입이 불필요하다’고 한 응답자 비율은 93.2%였다.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응답자도 85.8%가 ‘불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의 인사 개입에 대한 부정 평가가 많은 것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이뤄진 주요 금융그룹 회장 인사 및 이에 대한 금융당국의 조치들 때문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지난해 11월 9일 정례회의를 통해 해외금리 연계 파생상품(DLF) 사태와 관련, 손태승 당시 우리금융그룹 회장에 대해 금감원이 건의한 ‘문책경고 상당’을 최종 의결했다. 2021년 4월 금감원의 건의 후 1년6개월여만에 갑작스러운 결정이었다.

손 전 회장이 불복 소송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자 이복현 금감원장은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인사 개입’ 논란을 키웠다. 이후 우리금융그룹 회장 자리에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도전을 공식화하면서 ‘인사 개입’ 논란은 다시 한번 불이 붙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조용병 전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용퇴 결정, 손병환 전 NH금융그룹 회장의 연임이 무산되고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NH금융그룹 회장으로 결정된 것을 두고도 정부의 ‘인사 개입’ 의혹이 돈 바 있다.

이와 함께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등 금융당국의 역할이 중요한데, 이를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도 정부의 금융정책 부정 평가에 영향을 미쳤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역할 중요성에 대해 응답자의 70% 이상(금융위 70.1%, 금감원 72.2%)이 ‘중요하다’고 봤지만, ‘잘 하고 있다’는 응답은 10% 수준(금융위 12.9%, 금감원 12.2%)에 그쳤다. 과반 이상의 응답자들은 금융당국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같은 인식은 업계에서 종사한 기간이 길수록 뚜렸해졌다. 금융업 종사 기간이 5년 미만인 경우 금융당국에 대한 긍정 평가가 20%대(금융위 28.0%, 금감원 25.0%)였지만, 20년 이상 종사한 응답자의 경우 긍정 평가 응답 비율이 6%대(금융위 6.8%, 금감원 6.7%)로 급락했다.

조합원들은 또, 정부의 증권범죄 대응과 금융소비자 보호 대책에 대해서도 낙제점을 줬다.

응답자의 85% 이상(증권범죄 대응 88.1%, 금융소비자 보호 대책 86.8%)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증권범죄 대응의 경우 은행업 종사자의 평가가 가장 부정적(89.8%)이었고, 금융소비자 보호 대책에 대해서는 증권업 종사자의 평가가 가장 부정적(89.1%)이었다.

정부가 노동 개혁 과제로 꼽은 ‘직무급제’에 대해서는 업종별로 인지도가 상이했지만, ‘확대는 필요 없다’는 응답이 주를 이뤘다. 직무급제는 근속연수에 따라 연봉이 자동으로 오르는 ‘호봉제’와 달리 직무 난이도 등 직무의 상대적 가치에 따라 임금을 달리하는 것을 말한다.

직무급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57.4%였고, 확대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다는 응답은 17.4%였다. 업종별로는 공공 및 기타유관기관 종사자의 72.9%가 이를 인지하고 있다고 응답했고, 확대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든 업종에서 75% 이상이 ‘불필요하다’고 봤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최근 서이초 사건 이후로 많은 변화들이 있다. 오랜 기간 누적돼 왔던 것들이 있겠지만, 저는 이 사건의 원인 중 하나로 교사들의 목소리가 교육정책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정권 교체 이후 이전 정부까지 지속된 노정대화가 차단됐고, 그런 상태에서 규제 완화가 계속 이뤄지면서 경제와 민생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큰 금융산업의 안정성,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겠느냐 하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재진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금융은 규제산업이다. 규제가 무너지면 사회 공공성,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도 무너지게 된다”면서 “이런 의미에서 금융의 공공성을 파괴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 맞서 양대 노조는 투쟁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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