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 KT 대표. 사진=KT
김영섭 KT 대표. 사진=KT

김영섭 전 LG CNS 사장이 KT의 새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KT는 3년 만에 외부 인사를 선임하고 경영 정상화에 돌입했다. 업계는 KT 대표이사 자리가 반년 가까이 공석이었던 만큼, 김 대표가 당분간 내부 안정화 작업을 추진하고 추후 임원 인사, 조직 개편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김 대표는 신사업 방향으로 ‘디지코(DIGICO·디지털플랫폼기업)’를 계승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예상을 뛰어넘은 행보다. 네트워크·정보통신기술(ICT) 역량을 기반으로 핵심 디지털신사업을 발굴, 김영섭 표 디지코2.0을 만들어가는 것은 과제로 지목됐다.

김 대표는 전통 LG맨이다. 1984년 럭키금성상사(현 LX인터내셔널)에 입사해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와 LG CSN 대표이사 등을 거치며 구조조정 전문가, 재무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통신이 어려운 시기이지만 김 대표의 판단력에 기대를 충분히 걸어볼 만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경영 능력은 이미 검증됐다. 김 대표가 LG CNS 재직 시절 소프트웨어(SW) 개발 프로젝트로 먹고사는 SI(시스템 통합) 업체들을 통째로 뒤흔든 사건에 직면한 적이 있다. 정부가 2013년부터 중소기업과의 공생을 목적으로 대기업의 공공 SW 사업 참여를 제한한 것이다.

일감이 뚝 떨어졌지만 체질 개선과 조직 효율화 작업으로 어떻게든 한 자릿수라도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기도 했다. AI와 빅데이터 등 신사업을 추진하며 취임 첫해 839억원에 불과했던 영업이익을 7년여 만에 3854억원(2022년)으로 높이고, 연간 매출을 사상 최대치 4조원(2022년)까지 끌어 올렸다. 

더불어 김 대표의 ‘실용주의 철학’도 눈여겨봐야 할 포인트다. 민영화했지만 공기업의 색채가 남은 KT에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도입하는 등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 대표가 LG CNS CEO로 취임했을 때 곧바로 임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실질적인 업무에 집중하자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100개의 보고할 내용이 있어도 가장 중요한 3개만 꼽아 보고하라고 강조한 바 있다. 

KT는 김 대표가 새 수장에 오르면서 첫 행보로 ‘이권 카르텔’ 논란 해소에 나섰다. 지난 1일 KT는 일부 부문장급 이상에 대한 교체 인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구 전 대표 사임 이후 대표 직무대행을 맡았던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과 강국현 커스터머부문장(사장), 신현옥 경영지원부문장(부사장) 등 3명이 그 대상이다.

정식 임원 인사가 이뤄지기 전까지 이들을 대신해 김영진 재무실장(전무), 이현석 충남충북광역본부장(전무), 이선주 경영지원부문 D-TF장(전무)이 각각 직무 대행으로 세워졌다. 이와 관련해 KT는 “직무대행으로 현재 직책과 각 부문장 업무를 겸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KT는 이번 인사로 인적 쇄신에 나섰다. 보직 해제된 3인은 구 전 대표와 함께 ‘쪼개기 후원’ 혐의를 받거나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연루됐다. 앞서 박 사장, 강 사장은 구 전 대표와 함께 정치자금법위반 혐의로 각각 벌금 400만원을 선고 받았다.

또 신 부사장은 KT 자회사인 KT텔레캅이 특정 하청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도록 지시한 핵심 인물로 의심받고 있다. KT텔레캅이 시설관리업체 4곳에 하청을 주는 과정에서 신 부사장이 개입해 KDFS와 KS메이트 2곳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구 전 대표와 윤경림 전 사장 등 KT 전현직 임원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8일엔 KT 본사, KT클라우드 등을 압수수색했다.

아울러 김 대표는 내부 안정화에도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이사 선임 첫 행보도 임직원들과의 만남이었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KT는 유무형 자산 외에도 인재, 대한민국 ICT 근간을 책임진다는 자부심 등 자산이 많은 기업으로 분명한 지향점을 가지고 지속성장 기반을 건실하게 쌓아가면 더 힘차고 빠르게 나아갈 수 있다”며 앞으로 변화와 혁신을 위해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함께 이뤄야 하는 키워드로 ▲고객 ▲역량 ▲실질 ▲화합 등 네 가지를 꼽았다.

업계 관계자는 새롭게 KT의 지휘봉을 잡은 김 대표를 두고 “적합한 인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파이낸셜투데이 오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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