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 한종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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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어떤 결과에나 반드시 원인이 있다는 말입니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습니다. 지난주 한 건설사가 전국 공사현장을 중단했던 이유입니다.

이날은 ‘산재사망사고 감축을 위한 건설업 안전보건리더회의’가 열린 날이었습니다. 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GS건설·DL이앤씨·포스코이앤씨·롯데건설·SK에코플랜트·호반건설·한화건설·중흥토건·태영건설·계룡건설산업·서희건설 등 15개 주요 건설사 대표이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쓴소리를 듣는 자리였죠.

그 중에서도 최근 2개월 새 중대재해가 발생한 DL이앤씨, 롯데건설, 대우건설, 현대건설, 포스코이앤씨, 계룡건설산업 등에 따가운 시선이 쏠렸습니다.

이 장관은 “중대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신속히 수사해 법 위반이 확인되면 엄정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붕괴사고 예방과 관련해선 “정부는 연내에 데크플레이트 거푸집·동바리, 굴착면 등 붕괴 예방 기준을 핵심 안전수칙 중심으로 개정하고 기본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붕괴 사고에 대해 보다 엄정히 책임을 묻겠다”고 했죠. 특히 이 장관은 사망사고가 다수 발생한 건설사엔 “성과가 나쁘면 원인을 분석하고 행동을 바꿔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회의가 한창 열리던 그때 한 건설사는 전국 주택공사를 중단했습니다. 해당 건설사 관계자는 “처음 듣는 얘기”라며 잡아떼다가 몇 분 뒤 “전국 주택공사 현장에서 안전세미나가 열리고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명문은 머리를 맞대고 안전을 위한 방안을 찾아보자는 것. 하지만 업계 시선은 달랐습니다. 대표이사가 불려간 마당에 사고라도 났다간 ‘개쪽’ 당할 수 있으니 아예 사고 원인을 없애 ‘대표이사를 지키자’는 의지였을 것이라는 시선입니다.

공사 중단은 ‘악수(惡手)’였습니다. 농부가 농사를 짓지 않으면 존재 이유가 없듯이 건설회사가 공사를 하지 않으면 ‘무쓸모’입니다. 현장서 하루 논의한다고 대책 마련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답은 나와있습니다. ‘안전’이라는 기본적 문제해결의 시스템이 있지만 애써 외면하고 있습니다. 싸고 빠르게 건물을 올리기에 급급하다 보니 ‘안전불감증’이 만연합니다. 설마 하는 안일한 생각이 문제입니다. 건설현장의 사고 대부분의 평소 안전의식만으로 충분히 피할 수 있습니다. 회사나 근로자 모두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합니다. 구호로만 그쳐서는 안됩니다. 그래야 안전불감증이라는 고질병을 고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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