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픽사베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픽사베이

최근 2주 사이 60원 가까이 급등하는 등 원‧달러 환율의 흐름이 예사롭지 않다. 중국 경기 부진을 비롯한 악재가 겹치면서 원화 가치가 단기간 급락했다.

이에 지난해 하반기처럼 원‧달러 환율 1400원대 재진입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전문가들은 지난해와 상황이 달라 환율이 1400원대까지 상승하지는 않겠지만, 중국 경제는 원화 가치를 좌우할 변수인 만큼 중국의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7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16일 원‧달러 환율은 장 중 한때 1341.0원을 돌파했다. 지난달 말 종가(1274.6원) 대비 66.4원(5.2%) 올랐으며, 연고점(5월 17일, 1343.0원)에 근접한 수치다.

◆ 중국 경제 주춤‧이란 원유 수출대금 이체 등 악재 겹쳐

이달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원인으로는 ▲국내 수출 부진 ▲중국 부동산 기업 채무불이행 가능성 상승 ▲이란 원유 수출대금 이체 시작 등 여러 악재가 거론된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수출 부진세가 이어지며 펀더멘탈(기초체력) 회복 기대가 주춤한 가운데 위험자산 회피 심리를 자극하는 이벤트(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중국 부동산 기업 디폴트 등)가 연이어 발생해 원화 매도 압력을 키웠다”며 “한국에 동결돼있던 이란의 원유 수출대금 70억달러가 풀리면서 수급적 원화 약세 요인도 공존했다”고 분석했다.

가장 큰 악재는 중국의 경제 위기 확산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제가 이례적으로 수출입 절벽과 내수 절벽이라는 ‘쌍절벽’ 리스크에 직면해 경기침체가 현실화하고 있다”며 “지난달 주요 경제지표를 보면 소비, 생산 및 투자의 트리플 둔화가 포착되며, 둔화 속도가 상승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에 따른 부동산 개발업체의 연이은 채무불이행 사태(디폴트)가 고용시장 악화와 투자 부진 압력을 높이는 가운데 수출 부진은 제조업 경기와 고정투자 부진을 가속화한다”고 진단했다.

한국 내 이란 동결자금 해제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으로 꼽힌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 10일 미국과 이란이 이란에 갇힌 미국인 5명을 석방하는 대가로 한국에 예치된 이란 자금 약 60억달러 동결을 해제하기로 했다”며 “11일 백악관은 동결자금 해제와 관련해 사전에 한국 정부와 공조했음을 언급했다. 사전에 공조했다는 점에서 일정 기간 수급상 달러 매수, 원화 매도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2023년 1~7월 일평균 현물환 달러/원 거래 규모는 111억1000만달러다. 이 가운데 54%에 해당하는 자금이 분할 환전돼 원화 절하폭을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지난해 하반기와 상황 다르지만, 방심은 금물

원‧달러 환율이 연고점에 근접하면서 외환시장에서는 1400원대를 웃돌았던 지난해 하반기처럼 달러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기록한 원‧달러 환율 1400원대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었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1400원까지 치솟지는 않겠지만, 중국의 경제 불안은 원화 약세를 얼마든지 부추길 수 있으므로 중국 경제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찬희 연구원은 “(지난해 9~10월) 대외적으로 미국의 긴축 경계가 극에 달하며 달러화지수가 115p 부근까지 속등했다”며 “중국의 락다운 여파로 한국의 수출은 감소 전환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 수입단가까지 급등하면서 지난해 8월 무역적자가 100억달러에 육박해 역대 최대 수준을 경신했다”고 되짚었다.

이어 “현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고금리 정책 장기화에 대한 경계는 이어지지만, 인플레이션이 안정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긴축이 마무리 국면에 다다랐다는 공감대도 형성됐다”며 “유럽 국가들도 물가 상승 압력에 대응한 추가 긴축 필요성이 있어 통화정책 차별화에 따른 강달러는 제한된다. 달러화지수는 103p대로 연고점에도 못 미친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CDS 프리미엄도 지난해 하반기보다 낮은 상태다. 김 연구원은 “중국 CDS 프리미엄은 락다운 우려가 절정이었던 지난해 3~4분기의 절반 수준인 70bp대”라며 “중국 정부가 안정적 성장에 방점을 두고 있는 만큼 연착륙을 위한 대응은 이어갈 것으로 판단된다. 시점은 다소 늦춰지겠지만, 경착륙보다는 연착륙에 무게를 둔다”고 말했다.

CDS 프리미엄은 국가나 기업에 돈을 빌려준 은행이 부도 사태에 대비해 제3의 금융회사와 보험 계약을 맺어, 국가나 기업에 빌려준 원금을 보장받는 대신 제3의 금융회사에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수수료다. 국가나 기업의 신용도를 의미하며, CDS 프리미엄이 높으면 부도 위험이 크다.

다만, 중국 경제의 불안은 원화 가치 하락을 부추기는 이슈로 꼽히는 만큼 당분간 경계심을 유지해야 할 전망이다. 박상현 연구원은 “중국 경제의 불안은 궁극적으로 국내 경기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의 ‘질서 있는 침체 리스크’로 하반기 국내 경기의 반등 동력이 크게 약화할 공산이 높아지는 동시에 원화 가치 약세 압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양지훈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