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 사진=양지훈 기자
인천항. 사진=양지훈 기자

무역수지가 두 달 연속 흑자를 유지했지만, 수출보다 수입 감소세가 더 큰 ‘불황형 흑자’ 행태를 보였다. 아울러, 중국의 수요 회복이 미진해 향후 수출 회복에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 ‘7월 수출입 동향’ 자료에 따르면 7월 수출액은 503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6.5%, 수입액은 487억1000만달러로 25.4% 각각 줄었다. 무역수지는 16억3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문제는 수출과 수입이 모두 감소하는 불황형 흑자라는 점이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년과 조업일수는 같았고, 수입은 유가와 연동된 단가 하락 영향으로 25.4% 급감했다”며 “수출 부진에도 수입 감소 폭이 수출을 크게 웃돌아 무역수지는 2개월 연속 흑자를 유지했다”고 분석했다.

국가별 지역별 수출도 감소했다. 대(對)미국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8.1% 감소해 2개월 연속 감소 폭이 확대됐고, 유럽 대상 수출은 8.4% 감소로 전환해 연초 이후 들쭉날쭉한 흐름이 이어졌다. 연초 이후 수출 부진을 주도했던 중국(-25.1%)과 아세안(-22.8%)도 감소세가 강해졌다. 인도(-39.4%), 중남미(-6.7%), 중동(-2.6%) 등도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품목별로는 자동차(+15%)와 일반기계(+3.2%) 등 일부 품목이 양호한 흐름을 이어갔지만, IT 품목의 부진은 개선 조짐이 미미했다.

반도체 부문은 여전히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정여경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수출은 12개월째 마이너스 수출 증가율을 기록 중”이라며 “지난 6월 통계청 데이터 기준으로 반도체 업종의 재고는 반락했고, 출하는 증가했다. 즉, 데이터상으로 반도체 업종 재고 소진과 출하 증가가 포착된 것은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도체의 최대 수출처인 중국의 수요는 약하지만, 유럽과 일본 등 기타 국가들의 수요가 개선되고 있다. 서버를 제외한 PC, 모바일 등 IT 기업에서도 재고 조정이 마무리 국면인 신호가 포착된다”면서도 “꾸준한 반도체 가격 하락세를 고려하면 3분기 한국 수출은 -9%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수출 회복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김찬희 연구원은 “수출이 재차 두 자릿수로 감소 폭을 키우며 수출 반등 기대가 약해졌다”며 “중국 수요 회복이 여전히 미진한 가운데 미국을 시작으로 선진국 수요 둔화 조짐이 확인돼 추세 회복은 점진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최근 발표된 7월 유로존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2.7까지 후퇴해 6개월 연속 위축됐고, 중국 국가통계국 PMI는 여전히 기준치(50)를 밑돈다”며 “미국 7월 ISM 제조업지수도 이미 발표된 지역 연준은행 설문조사를 고려하면 회복까지 시차가 있다. 대외 수요가 미진한 가운데 한국 하계휴가 기간이 겹쳐 수출은 3분기 중 두 자릿수 감소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양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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