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사고 발생한 인천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연합뉴스
붕괴 사고 발생한 인천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연합뉴스

▲철근의 위치와 간격, 피복두께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철근 탐사기 ▲콘크리트 강도 측정에 사용되는 반발 경도 측정기와 초음파 측정기 ▲철근의 부식도를 측정하는 철근 부식 측정기 ▲콘크리트 내부의 균열이나 공동부위를 확인하는 내시경 ▲콘크리트의 부식도를 측정하는 콘크리트 중성화시험 ▲강재 용접부를 조사하는 강재용 초음파 측정기와 염색침윤 시험.

해체나 파괴 없이 건물의 현재 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안전진단에 쓰이는 장비와 시험이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진단은 가능하지만 고칠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처음부터 다시 짓는 방법뿐입니다. ‘안전진단’이라는 용어가 부셔야만 하는 재건축·재개발에서 주로 등장하는 이유입니다.

공사가 모두 완료된 후에 행정관청으로부터 사용승인을 받는 지금의 구조에서는 건축물의 부실을 사전에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아래부터 올려 나가는 건축의 특성상 각층을 올릴 때마다 안전을 확인하면 됩니다. 공사 기간은 늘어나고, 이에 따라 비용도 증가하겠지만 붕괴는 막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안전’이 아닌 ‘돈’을 향합니다.

역사에 기록된 대형참사 모두 ‘돈’ 때문에 발생했습니다.

33명이 사망하고 39명이 중경상을 입은 1970년 와우아파트 붕괴 사고는 건설사의 부실 공사, 붕괴위험을 사전에 알았음에도 대응하지 않은 구청 등이 빚어낸 사고였습니다.

32명이 사망하고 17명이 중경상을 입은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 역시 시공사의 부실 공사와 시의 점검 소홀이 불러온 인재였으며, 사망자 502명, 부상자 937명, 실종자 6명이 발생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도 부실시공과 안전불감증, 공무원 비리 등이 얽히고설킨 인재였습니다.

10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다친 2014년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사고는 비리의 총집합체였습니다. 강도가 떨어지는 자재가 사용됐고, 설계 도면이 임의로 변경됐으며, 다중 이용시설임에도 허가 이후 안전점검은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사진=파이낸셜투데이 DB
사진=파이낸셜투데이 DB

지난 4월 무너진 검단 지하주차장은 자잿값을 아끼려고 철근을 누락시켰고, 지난 1월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는 공사 기간을 줄여 비용을 아끼려다 무너졌습니다. 입주민 수백 명이 살고 있는 남양주의 한 공공분양아파트 역시 비용을 아끼기 위해 주차장 기둥 보강 철근을 누락시켰습니다. 아끼려는 마당에 돈과 시간을 써야 하는 ‘안전진단’은 딴 나라 이야기겠지요.

직접 들어가 살아야 하는 입주민 입장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입니다. 건설사는 대충 짓고, 감리사는 대충 감독하고, 지자체는 대충 준공검사하는 ‘안전’보다는 ‘돈’이 우선인 작금의 상황을 해결하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합니다.

아파트 부실시공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등장하는 ‘후분양’도 고려해야 하겠지만, 처음부터 안전하게 짓을 수밖에 없는 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제26조제3항에 따르면 최초로 실시하는 정밀안전진단은 준공 후 10년이 경과한 날부터 1년 이내에 실시하고, 그 이후에는 정밀안전진단이 완료된 날부터 5년 이내에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실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준공 전에 안전진단을 실시해야 한다는 내용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검단 지하주차장이나 화정 아이파크처럼 중대한 결함이 확인되어야만 안전진단을 한다는 얘기입니다.

재건축을 위한 정밀안전진단이 아닌 준공을 위한 정밀안전진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단순히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하게 하는 제도는 의미가 없습니다. 인간의 욕심을 차단할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민간업체가 아닌 건설사와 정부, 민간위원 등으로 구성된 일종의 위원회에서 안전진단을 주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땜질 처방’으로는 재발을 막을 수 없습니다. 사고가 날 때마다 “철저히 조사해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실체 없는 주장을 반복할 게 아니라, 무너진 외양간을 마저 부수고 처음부터 다시 지을 때입니다.

파이낸셜투데이 한종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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