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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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부동산 투자 리스크가 하반기 금융권을 뒤흔들 이슈로 부상한 가운데 일부 금융회사가 대응에 나섰다. KB금융은 선제적 전수 점검을 진행해 해외 대체투자 부문에서 부실이 없음을 확인했고, 이지스자산운용은 자사 펀드를 통해 투자한 독일 건물의 매각 절차를 밟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해외 부동산 펀드 만기 중 상당수가 올해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만큼 당분간 안심할 수 없다며 경계를 낮추지 않고 있다. 이에 하반기에도 꾸준한 모니터링이 필요할 전망이다.

27일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5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해외 부동산 펀드 규모는 약 29조9000억원이다. 연간 만기 금액은 ▲2023년 9조5000억원 ▲2024년 11조6000억원 ▲2025년 8조8000억원 등이다.

해외 부동산 투자 리스크의 핵심은 ‘임차 수요 감소’와 ‘부동산 가치 하락’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6월까지 제로 금리 수준이던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꾸준히 올려 지금은 4%가 됐고, 리파이낸싱(차환용 채권 발행)을 앞둔 곳은 부담이 커졌다”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택근무 비중이 커지면서 공실 문제도 심각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럽중앙은행은 지난해 7월부터 기준금리를 8회 연속 인상했다. 높은 물가 상승률로 인해 피할 수 없는 결정이었다.

◆ KB금융지주, 계열사 전수 점검…대응 한창

해외 부동산 투자 문제가 불거지면서 몇몇 금융회사는 점검에 나섰다. KB금융그룹은 해외 상업용 부동산 손실 영향이 제한적이라며 전체적으로 안정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최철수 KB금융 최고리스크책임자(CRO)는 지난 25일 컨퍼런스콜에서 “(KB금융그룹 전체)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 규모는 약 5조9000억원이며, 미국과 유럽에 집중돼 있다. 투자의 3분의 2는 은행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며 “은행은 투자 시 보수적으로 나서므로 해외 부동산 투자 중 98%는 선순위 부동산을 담보로 한다. 전체적으로 안정적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KB금융에 따르면 KB자산운용에서 조성해 판매한 해외 대체투자 펀드 가운데 부실이 발생한 사례는 없었다. KB금융그룹은 충분한 리뷰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자사 펀드를 통해 투자했던 독일 ‘트리아논’ 오피스 건물 매각 절차를 밟기로 했다. 지난 17일 이지스자산운용은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파생형)의 주요 리스크 현황을 공지한 바 있다. 트리아논 빌딩의 주요 임차인이 임대차계약 연장 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공실 문제가 제기됐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이날(27일) 오전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 리스크심의위원회 회의를 열고, 펀드의 투자 자산인 트리아논 건물 매각 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주요 임차인이었던 ‘데카방크’가 임대차계약 연장 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한 것이 문제였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신규 임차인 유치와 함께 리파이낸싱(차환)을 추진했지만, 대주단이 차환 조건으로 내건 700억원 규모 추가 출자 금액을 채우지 못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향후 잠재 매수 후보자들을 접촉할 계획이다.

◆ 신용평가사 “2금융권 사업성 저하 모니터링 필요”

해외 부동산 투자를 진행했던 금융회사들이 대책 마련에 분주한 가운데 신용평가사들은 해외대체투자 자산가치 하락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해외대체투자 자산가치 하락 위험은 하반기 신용도 방향성은 변수 중 하나”라며 ▲글로벌 긴축 기조 ▲가격 고평가 인식으로 미국‧유럽 상업용 부동산의 자산가치 하락 등을 거론했다.

특히 한국신용평가는 ▲생명보험 ▲손해보험 ▲증권 등 주로 2금융권의 해외 대체투자 사업성 저하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한편, 해외 대체투자 부문에서 일부 손해가 불가피한 금융회사들은 손해 최소화를 목표로 할 방침이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고금리와 공실 등에 다른 부동산 투자 리스크는 전 세계 주요 금융회사가 공통으로 직면한 문제”라며 “투자 손실을 최소화할 방법을 여러모로 모색하고 있다. 시장의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양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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