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이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p 인상했다. 이로써 미국의 기준금리는 22년 만에 가장 높아졌고, 한국과의 금리차 역시 ‘사상 최대’인 2.0%p로 벌어졌다.

연준은 또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일축하며 9월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에 따라 지난 2월부터 네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해 온 한국은행(이하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그동안 현재 3.5%인 기준금리를 3.75%까지 올릴 가능성은 열려있다면서 그 배경으로 미국의 금리 불확실성을 꼽았다.

◆연준, 기준금리 0.25%p 추가 인상…9월, 추가 인상·동결 가능성 모두 열어

연준은 25~26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5.00~5.25%에서 5.25~5.50%로 0.25%p 인상하기로 했다. 지난해 3월 시작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지난 6월 한 차례의 동결 결정을 제외하고 총 11번 이루졌다. 특히, 6월 동결 전 기준금리는 10차례 연속으로 올랐다. 그 사이 ‘네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75%p 인상)’이 결정됐을 정도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공격적이었다.

연준은 성명에서 “최근 지표들은 경제활동이 완만한(moderate)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최근 몇 달 동안 일자리 증가는 탄탄했고, 실업률은 낮은 수준을 유지했으며,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상승 중”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위원회는 인플레이션 위험에 매우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면서 “추가 정보와 통화정책에 대한 영향을 계속 평가할 것이고,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릴 수 있는 추가적인 통화정책의 범위를 결정할 때 누적된 통화긴축 영향과 통화정책이 경제활동 및 인플레이션을 얼마나 지연시켰는지, 경제 및 금융발전을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9월 추가 금리 인상 여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데이터에 따라 9월 회의에서 금리를 올릴 가능성과 동결할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다”며 “긴축의 완전한 효과는 아직 느껴지지 않았다. 신중하게 회의별로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FOMC 회의는 9월 19~20일(현지시간) 열린다. 다음 회의 전까지 일자리와 물가 등에 대한 두 달치 데이터가 나오게 된다.

파월 의장은 “성장이 강해질수록 인플레이션을 더 높일 수 있다”면서 “추가 긴축의 필요성도 있다”고 밝혔다.

또한 “올해 금리 인하는 없다”며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일축했고, “현재의 금리 수준은 충분히 제약적이지 않다”면서 “2025년까지 물가가 2%대로 내려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사상 최대’ 벌어진 한미 금리차…8월 한은의 선택은?

연준의 이번 결정으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사상 최대’인 2.0%p로 더 벌어졌다. ‘사상 최대’로 벌어진 금리차가 환율, 물가 등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인 만큼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대한 한은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지난 2월부터 이달까지 기준금리를 3.75%까지 올릴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현재 3.50% 수준을 네 차례 연속 동결했다. 경기 부진과 함께 소비자물가 상승폭이 줄어드는 모습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7%로, 21개월 만에 2%대에 진입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감소하던 가계부채가 다시 늘기 시작하면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 결정에 부담을 더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전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 연속 증가했다.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대출금리를 올려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는 방법이 있지만, 금융권 전반의 연체율 상승으로 건전성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금리가 더 오르게 되면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

관련해서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옅어지고, 단·장기 금리 역전 지속에 따른 한은의 통화안정채권 발행, 유동성 확보를 위한 은행들의 은행채 발행량 증가에 따라 은행채 금리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채 1년물(무보증, AAA) 금리는 지난 4월 14일 3.521%까지 내렸다가 지난 10일 3.970%까지 오르기도 했다. 5년물의 경우 4월 10일 3.810%에서 7월 10일 4.405%를 기록한 바 있다.

이같은 흐름이 지속되면서 지난해 11월 4.34%를 정점으로 하락세를 이어오던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 자금조달비용지수)는 지난 4월 3.44%를 끝으로 5월 3.56%, 6월 3.70% 등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3%대 중후반까지 떨어졌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또한 9월 말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 종료가 예정돼 있어 기준금리 인상 결정이 더욱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다만, 한은은 그동안 환율이나 금리차 등에 기계적으로 따라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무시한다는 것이 아니라 환율은 이자율 격차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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