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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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감소세를 지속하던 가계대출이 최근 몇 개월 사이 증가세로 돌아서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내림세를 보였던 시장금리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가계대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때와 비교했을 때 최근 증가세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이지만, 지속되는 경기 부진과 금융권 전반의 연체율 상승은 불안 요소다.

◆6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석 달 연속↑…‘3%대’ 주담대 사라져

18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6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전월 대비 0.14%p 오른 3.70%를 기록했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은행이 해당 월에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가 인상 또는 인하될 때 이를 반영해 오르거나 내린다.

이중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변동형 상품 금리와 전세자금대출 상품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지난해 11월 4.34%를 정점으로 하락세를 지속하다가 올해 4월 3.44%를 기록한 후 석 달 연속 상승했다. 또 다른 코픽스인 잔액 기준 코픽스와 신 잔액 기준 코픽스도 6월 각각 3.80%, 3.18%를 기록, 전월 대비 0.04%p씩 올랐다.

은행들은 이날부터 신규 대출금리에 코픽스 인상분을 반영한다. 잔액 기준 코픽스과 신 잔액 기준 코픽스는 일반적으로 시장금리 변동이 서서히 반영되지만,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해당 월 중 신규로 조달한 자금을 대상으로 산출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시장금리 변동이 신속하게 반영되는 특징이 있다.

이에 따라 5월과 6월 3%대 중후반까지 떨어졌던 주담대 금리 하단은 다시 4%대로 올라섰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이날 기준 주담대 변동형 상품 금리는 4.35~6.14%, 혼합형(5년 고정) 상품 금리는 3.98~5.87%였다. 약 한 달 전인 6월 16일과 비교할 때 주담대 변동형 상품 금리 하단은 0.32%p, 상단은 0.03%p 올랐고, 혼합형 상품 금리는 각각 0.04%p, 0.07%p 상승했다.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3.82~5.52%, 신용대출 금리는 4.40~6.40%를 기록했다. 이 역시 같은 기간 전세자금대출은 하단과 상단이 각각 0.01%p, 0.02%p, 신용대출 금리는 0.04%p씩 오른 것이다. 코픽스와 시장금리가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차주들이 대출금리 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시장 상황이 변하면서 이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새마을금고 사태 등 시장금리 요동…금리 불확실성 ‘여전’

하락하던 코픽스와 시장금리가 오름세를 보이는 것은 새마을금고 사태로 인한 대규모 채권 매각으로 은행채 금리가 상승했고, 유동성 확보를 위해 은행들이 수신금리를 올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새마을금고의 연체율 상승으로 인한 불안 심리가 고조되면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우려가 높아지자, 새마을금고가 이에 대비해 채권을 대량으로 매도하면서 은행채 금리가 올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채(무보증, AAA) 1년물 금리는 연초 4.330%에서 4월 14일 3.521%까지 떨어졌다가 지난달 30일 3.908%까지 올랐다. 5년물 금리도 연초 4.761%에서 4월 10일 3.810%까지 낮아졌다가 6월 30일 4.256%까지 상승했다.

이와 함께 유동성 확보를 위해 은행채 발행을 늘렸던 은행들이 채권금리가 상승하자 수신금리를 올린 영향도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기준 주요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3.768%로, 전월 취급 평균 금리 3.582%보다 0.186%p 높았다.

이같은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7일 기준 은행채 1년물과 5년물 금리는 각각 3.863%, 4.204%로 지난달 30일보다 소폭 하락했지만, 은행채 금리는 등락을 반복하면서 완만한 상승 곡선을 그려왔다. 관련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이 연내 두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했고, 오는 25~26일 열리는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25%p 인상이 유력시되는 점 등은 시장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가계대출 3개월째 증가·높아지는 연체율…가계부채, 경제 ‘시한폭탄’ 우려↑

이런 와중에 가계대출 등 가계부채는 늘어나고 있다. 특히, 경기 부진 속 고금리로 인해 매달 내야 하는 원리금을 감당하지 못해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계부채의 증가는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5월 대비 5조9000억원 증가한 1062조3000억원을 기록, 잔액 기준 사상 최대 규모를 나타냈다. 올해 3월까지 감소세를 이어오던 가계대출 잔액은 4월부터 증가폭을 키우면서 석 달 연속 늘었다. 6월 증가폭은 2021년 9월(6조4000억원) 이후 21개월 만에 가장 큰 것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6월 중 가계대출 동향(잠정)’에 따르면 금융권 전체적으로도 지난달 가계대출은 3조5000억원 증가하면서 3개월 연속 늘었다.

가계대출 증가에 대해 금융당국은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3일 한화생명의 ‘포용적 금융·따뜻한 동행을 위한 상생친구 협약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2020년과 2021년 가계대출이 한 달에 10조원 넘는 금액 내지는 평균을 내더라도 10조원 가까운 금액이 매월 증가했었던 점에 비춰보면 6월 증가 금액이나 폭은 그렇게 걱정할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저희가 판단하기에는 어느 정도 관리 가능한 범위고, 이 추세가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화당국의 입장은 이와 다소 차이가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같은 날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대출 등 최근 증가세를 보이는 가계부채를 “우리 경제의 불안요소”로 꼽았다.

실제로 매달 내야 하는 원리금을 감당하지 못해 연체율이 오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37%로, 전월 말(0.33%) 대비 0.04%p 상승했다. 1년 전과 비교해서는 0.14%p 오른 수치다. 4월 중 신규연체율은 0.08%로 3월과 같았지만, 신규 연체 발생액은 같은 기간 1000억원 늘었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0.34%로 3월 말(0.31%)보다 0.03%p, 전년 동월 말(0.18%) 대비로는 0.16%p 올랐다. 주담대 연체율은 한 달 전보다 0.01%p, 1년 전(0.11%)보다는 0.10%p 상승한 0.21%였고, 신용대출 등 주담대를 제외한 가계대출은 0.67%로 같은 기간 각각 0.08%p, 0.32%p 높아졌다.

또한 5대 시중은행의 5월 신규 연체율 평균은 0.09%로, 지난해 5월 0.04%를 배 이상 웃돌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한 신규 연체율은 4월과 5월 각각 0.08%, 0.09%를 기록하며 두 달 연속 상승했다.

5월 말 이들 은행의 전체 연체율 평균도 4월 0.31%보다 0.02%p 상승한 0.33%를 나타냈다. 1년 전보다 0.13%p 높은 것이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0.29%, 기업대출 연체율은 0.37%로, 한 달 사이 각각 0.02%p, 0.04%p, 전년 동월 대비로는 각각 0.13%p, 0.15%p 상승했다.

부채 부담과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점도 문제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13.6%로, 세계 주요 17개국 중 호주(14.7%) 다음으로 높았다. DSR은 총소득에서 모든 금융부채의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높을수록 소득을 빚 갚는 데 많이 쓴다는 말이다.

증가 속도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의 DSR은 2021년(12.8%)과 비교해 0.8%p 상승했는데, 이 역시 호주(1.2%p)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것이다. 본격적인 집값 상승기인 2017년부터 본다면 한국의 DSR은 5년간 1.9%p 상승해 세계에서 빚이 가장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는 상황이 더 심각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연체율은 대출 만기연장·원금 및 이자 상환유예 등 코로나19 금융지원에 따라 잠재된 부실이 숨어있을 가능성이 높고,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한국 경제는 잠재성장률 2%를 밑도는 1.4% 성장이 예상된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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