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라더니 결국…

▲ 담철곤 오리온 회장
[파이낸셜투데이=이한듬 기자]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목이 잔뜩 움츠러들었다. 담 회장이 계열사 매각과 관련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저가에 발행한 뒤 이를 되팔아 거액의 시세차익을 남기는 등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담 회장을 둘러싼 이 같은 의혹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때 마다 오리온 측은 항간에 떠도는 의혹은 근거 없는 루머에 불과하다고 일축해 왔으나 결국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며 의혹이 점차 사실로 드러나는 양상이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이중희)는 지난 3월 22일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계열사 지분 헐값 취득 및 비자금 조성 의혹 등과 관련해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오리온그룹 본사와 계열사 9곳을 압수수색해 회계장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각종 전산자료를 확보했다.

검찰과 국세청에 따르면 담 회장은 2000년 6월 그룹 계열사인 온미디어가 발행한 BW를 구입한 후 온미디어 지분을 취득하고 다시 이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BW를 일부러 낮게 책정해 거액의 시세 차익을 거둔 의혹을 받고 있다. BW는 발행회사의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를 말한다.

이후 담 회장은 2005년 온미디어 주식 16만여주에 대해 주당 2만5000원의 BW를 행사했고, 1년 뒤에 온미디어를 상장하면서 액면가 기준 5만2000원에 결정, 두 배가 넘는 수익을 거뒀다.

또 온미디어를 매각하는 과정에서도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얹어 CJ그룹 계열사인 CJ오쇼핑에 4345억원에 팔아 막대한 이익을 거뒀는데, 지난해 6월 온미디어를 CJ에 주당 7만9200원으로 넘겨 결과적으로 87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셈이다.

검찰은 또 오리온그룹이 최고급빌라인 ‘청담동 마크힐스’를 신축하는 과정에서도 소유 부지를 헐값에 매각한 후 시공을 다시 계열사가 맡는 방식으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오리온그룹 홍보실 조규철 팀장은 관계자는 “검찰이 압수수색 당시 ‘국세청 수사의뢰’라고만 알려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수사진행 과정을 살피고 있다”며 “항간에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수사가 향후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살펴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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