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부터 정체된 세계 곡물 생산량
지속 가능한 식량시스템 구축이 절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남부 40여km에 있는 광활한 평야에서 파종된 밀이 자라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비옥한 토지를 이용해 밀과 옥수수를 생산하는 세계 5대 곡창지대다. 사진=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남부 40여km에 있는 광활한 평야에서 파종된 밀이 자라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비옥한 토지를 이용해 밀과 옥수수를 생산하는 세계 5대 곡창지대다. 사진=연합뉴스

세계인구의 지속적 증가와 함께 식량자원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유엔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인구는 2050년까지 약 97억명, 2100년에는 110억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인구증가는 식량부족 사태를 유발 시킨다. 이에 따라 급격한 인구증가와 함께 환경을 해치지 않고 인류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방법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 농업혁명이 가져온 풍요로운 삶

인류는 1960년대 농업혁명 이후 가장 풍요로운 시대를 살아왔다. 1천년 전 지구 인구는 3~4억명 정도에 불과했다. 16세기 신대륙발견으로 인한 새로운 작물이 도입되고, 1913년 BASF사(社)의 화학자 <카를보슈>에 의해 산업적 암모니아 생산이 성공하면서 작물생산의 제한 인자였던 질소 기근이 해소됐다.

농기계가 개발되면서 경작 면적이 늘어났고, 1940~60년대 미국 농학자 <노만 블라그>에 의해 ‘키작은 밀 품종육종(왜성품종)’ 등으로 인해 녹색혁명이 시작되면서 전세계 인구가 늘어났다.

현재 80억이 넘는 인구도 농업생산성과 생산량 증대로 인해 식량 위기 없이 살 수 있었다.  1960~70년대에는 ‘맬서스의 저주’(영국의 경제학자 맬세스가 제시한 인구론에서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나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므로 인구와 식량 사이의 불균형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여기에서 기근, 빈곤, 악덕이 발생한다고 전했다)가 큰 관심을 받았으나 2000년대 들어서서는 이 저주에서도 벗어났다. 인간이 자연을 완벽히 통제했다는 확신이 팽배해지면서 한층 더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게 됐다.

풍요로운 인류의 삶은 먹는 양을 비교해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 100년 전 가장 선진국이었던 영국 사람들의 1일 섭취량은 1800kcal이었다. 오늘날 선진국국가들이 1일 3600kcal를 먹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1960년대 2140kcal를 먹었는데 2011년에는 1일 섭취량이 3329kcal를 먹었다. 중요한 것은 곡물 섭취량은 절반 가량 줄어 들었고, 육류 섭취량이 6배 늘어났다는 점이다. 또 식물성기름과 유제품 등의 섭취도 늘었다. 예전에는 곡류만 먹었으나 최근에는 육류나 유제품 등의 소비가 늘어났다. 육류 소비는 앞으로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계 인구가 80억명에서 100억명으로 늘어나면 곡류와 육류 등의 생산량은 더 늘어나야 한다.

◆ 농업의 제한적 특성에 의해 한계에 도달한 곡물시장

현재 세계 곡물 시장은 한계에 도달했다. 단위면적당 생산량은 증가하고 있으나 세계 곡물 생산량은 10여 년 전부터 정체 상태다. 이는 기후의 영향이 가장 크다. 농사를 지을 수 없는 가뭄과 홍수가 매년 세계 전역에 발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남미지역의 기후 조건이 좋아 생산량이 2배 증가하더라도 미국과 유럽 등에서 가뭄 및 홍수가 발생해 전년보다 생산량이 감소하면 전체적인 생산량은 정체 상태 혹은 감소하게 된다. 곡물 생산량 증대를 위한 여러 방안이 제시되었고 연구 및 실험 단계에 있으나 검증되지 않은 섣부른 시도는 더 큰 문제를 일으킬수 있다.

새카맣게 변한 아마존 밀림. 브라질 아마조나스주 마나카푸루 인근 땅이 까맣게 불타있다. 이는 불을 질러 농경지를 확보하는 화전 흔적이다. 무리한 경작지 확대는 심각한 환경문제를 야기시킬 가능성이 높다. 사진=연합뉴스

우선 미개발지역 개발을 통한 식량 생산량 증가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농업생산은 공짜가 아니다.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은 이미 경작되고 있으며, 나머지 땅은 도시, 사막 등 경작을 할 수 없는 곳이다. 남은 곳은 아마존과 동남아 밀림인데 나무를 베어내고 경작을 해서 식량 생산량을 늘릴 수 있으나 환경 문제를 야기 시킨다. 따라서 이 지역에서 경작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일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다.

농업을 물리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나 더 큰 문제를 유발 시킬 수 있다. 농업이 전 세계 물 사용량의 70~80%를 사용하고 있다. 농업이 확대되면 물 사용량이 더 늘어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하늘의 비, 저수지 물 등을 끌어 쓸 수 있을 것이라 생각 할 수 있으나 농업에 들어가는 물 사용량은 엄청나다.

농업은 혼자 짓는 게 아니라 주위상황과 연관이 있다. 생물의 다양성과 관련성이 크다. 예를 들면 꿀벌은 과일 수분에 70~80% 관여를 한다. 꿀벌이 없으면 과일 생산량이 줄어들어 엄청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밸런스를 무너뜨리면 자연과 농업 모두 망치는 것이다.

또 기온 상승이 농업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기온 상승은 이익을 주는 작물도 있겠지만 반대인 작물도 당연히 생긴다. 밀은 대부분 지역에서 경작되는 작물이지만 벼는 아시아 몬순지대에서만 경작된다. 기온이 바뀌면 밀은 재배지역이 늘어나면서 생산량이 늘어나게 되지만 반건조 지역에서 생산되는 옥수수는 기후변화로 생산량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전반적으로 지구 평균기온이 1도씨 증가하면 곡물 생산량은 3~7%까지 감소하게 된다. 곡물 생산량은 온도 증가 폭이 클수록 커진다. 우리나라 전 국민들의 년간 곡물 소비량은 전 세계의 0.8%를 차지한다. 곡물 생산량이 3% 생산량이 줄면 우리나라 크기의 나라 4개가 사라지는 것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들은 식량을 수입하고 있다. 수출시장에서 3~5%가 사라지면 곡물 시장이 붕괴 되는 수준이 되는 것이다.

해수면 상승도 위험 요소 중 하나다. 전 세계 많은 인구가 해발 10~20m 높이에 밀집해 살고 있다. 해수면 상승은 바닷물의 지하 수위를 상승시켜 해안가 인구 밀집 지역의 농경지에 염분 피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지하수에 염분이 섞일 가능성도 높다.

◆반드시 해결해야 할 식량문제

인류는 현재까지 농업문제를 잘 대처해 왔으나 거시적으로 바라볼 때 미래가 밝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풀어야 할 과제는 명확하나 해결방안이 마땅치 않다.

특히 우리나라는 글로벌농업에 대한 관심도가 많이 낮으며, 이에 대한 보고서도 제한적이다. 우리나라는 식량 수입을 많이 하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인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향후 불확실성이 커질 것에 대비 많은 전략이 필요하지만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그 체계가 마련되지 못했다. 기후 영향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이 농업이며, 가장 많이 변화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그 변화에 둔감하다. 산업적, 국가 전략적 측면에서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향후 2050년까지 지구 온도는 1.5도씨 상승하고 인구는 96억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 식량 생산량이 현재의 35%가량 늘어나야 안정적인 상태가 유지된다. 이를 위해서는 기상재해 증가, 해수면 상승, 수자원 이용의 제약, 생물 다양성 감소 등 수많은 생산성 감소요인을 극복해야 한다. 또 변화된 기상에 맞는 품종을 개발하고, 병해충 및 잡초 방제, 스마트농업기술, 음식 폐기물 감소, 생물 다양성 증가, 수직농장 등 여러 분야에서 변화가 있어야 한다.

식량 생산량을 35% 늘려야 한다는 것은 미국과 같은 땅이 하나 더 있어야 한다. 안정적인 식량자원 공급을 위해서는 생산성을 증대하고 농업기술 혁신 및 생태계 복원사업이 식물성 단백질 소비를 늘려야 한다.

또 현 식량 소비 체제로는 35%의 갭을 따라잡기 어렵다. 식량자원이 버려지는 것을 줄여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음식물이 버려지나 개도국에서는 유통과정에서 버려지는 농작물이 많다. 개도국 인프라 투자를 통해 버려지는 농작물을 줄여야 할 것이다. 지속 가능한 식량 시스템을 위한 과제를 처음부터 한 번에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기술개발부터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식단을 조금씩 바꾸는 등 한단계씩 해결해 나간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못할 것은 아니다. 인류는 그동안 명확한 문제점을 알고 있던 것 가운데 해결하지 못한 것이 없다. 제대로 알지 못했던 문제점은 해결하지 못한 적은 있으나 이것은 식량문제다.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농업 분야에 엄청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농업은 미래성장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야다. 새로운 가능성과 비전이 가장 높다. 쉽지 않겠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영권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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