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하 한은)이 6~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내려왔다가 8월 다시 상승해 연말에는 3% 내외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최창호 한은 조사국장은 19일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 간담회에서 “최근 석유류 가격 상승률이 전년동기대비로 5월에 18% 떨어졌고, 6월에는 20% 중반 정도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런 요인들이 크게 작용해 6월과 7월에는 전년동기대비 상승률이 2%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5월 전망 때 하반기에는 중국 리오프닝의 영향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측면이 국제유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한다고 봤다”면서 “그것이 지난해와 반대 방향으로 나타나는 기저효과와 맞물려 8월 이후 물가 상승률을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중반 이후 다시 높아져 등락하다가 연말게 3% 내외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빠르게 떨어지는 것과 달리 근원물가 상승률 하락 속도가 더딘 것은 ▲유가 ▲서비스 물가 ▲공공요금 등 비용인상 압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 국장은 “작년 상반기에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석유류 가격이 오른 기저효과가 있고, 올해 7월에서 8월로 갈 때 석유류 가격이 크게 하락해 반대로 기저효과가 나타나면서 상승요인으로 작용하는 부분이 있다”며 “국제유가나 국내 경기상황 불확실성이 상당히 커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서비스 물가의 경직적 흐름은 서비스 소비와 고용이 예상보다 양호한 흐름을 보이기 때문”이라면서 “민간 소비의 경우 팬데믹 직후에는 방역 조치 등의 영향으로 서비스 소비가 제약됐고, 재화 소비 중심으로 늘었지만, 리오프닝되면서 서비스 소비가 빠르게 반등했다”고 분석했다.

관련해서 캐나다와 호주가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했다가 최근 재개한 것도 서비스 물가 상승 모멘텀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캐나다는 작년 중순 이후 모멘텀이 떨어졌다가 최근 2개월 연속 상승했고, 호주는 작년 하반기 이후 상승 모멘텀이 뚜렷하게 확대되는 모습이다.

최 국장은 “캐나다와 호주, 미국은 근원물가 오름세가 주택시장 상황, 민간소비, 노동시장 상황과 밀접하게 연관돼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주택가격은 팬데믹 이후 급등했다가 떨어지지 않고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고, 민간소비는 크게 위축됐다가 리오프닝 이후 빠르게 반등했다. 노동시장은 구인 수요는 많은데 일할 사람은 적어 굉장히 타이트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주택가격이 조정됐고, 노동시장의 타이트한 정도도 낮다”면서 한국은 호주, 캐나다와 상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다만, “서비스 소비와 고용이 여전히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고, 비용상승 압력의 근원물가에 대한 파급영향이 지속돼 근원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경직적인 모습을 보일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국장은 또 “공급 측면에서도 그간 누적된 비용인상 압력이 근원물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비용상승 압력의 근원물가에 대한 상승률을 추정한 결과 8분기 정도 영향이 유의하게 나타났다. 가장 최대 효과는 1년(4분기) 정도 뒤에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결국 비용인상 압력의 근원물가에 대한 영향이 상당히 지속적이라는 의미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일정 수준을 넘어 물가 관심도가 높아지면, 기대 인플레이션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물가 안정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하에 대해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미국은 내년 정도면 (금리가) 떨어지는 것으로 점도표에서 보여주는데, 1년 뒤의 금리 수준에 대해 금융통화위원들과 심도 있게 상의한 것이 없다”며 “위원 전체적으로 연말이 돼서 2% 목표에 충분히 수렴하는 증거가 있으면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3% 가는 것도 확인을 해야 하니까 금리 인하를 논의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최근 가계부채가 다시 증가한 것과 관련해서는 “은행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담보 대출이 늘었고, 비은행권은 줄었기 때문에 가계대출이 확 늘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살아난다고 진단하는 것은 성급하다”면서 “장기적으로 고쳐야 할 가계부채 문제 등에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유심해 봐야 할 때다. 갑자기 바뀌어서 가계부채가 금방 늘어난다거나 부동산 가격이 확 오르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라면 가격 인하를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물가가 빠르게 상승할 때 어느 국가나 생필품이나 저소득층 관련 물가를 관리한다”며 “이번 물가 상승 국면에서 기업의 마진률이 많이 올랐다. (추 부총리의 말은) 기업도 원자재 가격이 떨어졌으니 그에 맞춰 고통을 분담하라는 정치적인 메시지로 해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일 통화스와프 추진과 관련해서는 “경제적인 것보다는 일본과의 국제관계 정상화, 경제 교류, 기업의 투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경제 관계 다시 회복됐다는 상징적인 의미에서 중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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