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 지난해 3월 이후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에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고, 7월 다시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시장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둘러싼 우려가 다시금 고개를 들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하 한은)은 그동안 단순히 금리 격차에 따라 환율이 변동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해왔지만,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이미 역대 최대로 벌어진 상황에서 한은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달 13일 개최 예정이다.

◆연준, 작년 3월 이후 15개월 만에 만 기준금리 동결…추가 인상 가능성 시사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준은 1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00~5.25%로 동결하기로 했다.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은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으로, 연준은 같은 해 6월과 7월, 9월 11월 4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75%p 인상)을 포함, ‘10차례 연속 인상’이라는 공격적인 금리 인상 조치를 단행해왔다.

이에 금리 인상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상승률이 40년 만에 최고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점차 둔화돼,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4.0%까지 내려왔다. 또한 과열됐던 고용시장도 안정되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연준이 이번에는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연준은 성명에서 “금리 목표 범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위원회는 추가 정보와 통화정책에 대한 영향을 평가할 수 있다”며 “위원회는 통화정책의 누적 긴축, 경제 활동 및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지연 효과, 경제 및 금융발전 등을 고려해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는 데 적절한 정책 범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위원회는 통화정책을 평가함에 있어 경제 전망에 대한 들어오는 정보의 영향을 계속 모니터링할 것”이라면서 “목표 달성을 방해할 수 있는 위험이 발생하면 통화정책을 적절히 조정할 준비가 돼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따.

즉, 이번 결정이 금리 인상 종료가 아닌 ‘숨 고르기’라는 의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 높은 상태”라면서 “거의 모든 위원들이 올해 중 추가 금리 인상이 적절할 것 같다는 견해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점도표에서도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점도표에서 연준 위원 18명 중 9명은 올해 연말 금리 수준을 기존 5.25~5.50%보다 0.25%p 높은 5.50~5.75%로 전망했다. 지금보다 두 번 더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2명은 5.75~6.00%까지 오를 것으로 봤고, 1명은 6.00~6.25%까지도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 우려 다시 고개들라…고민 깊어지는 韓銀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함에 따라 한국과의 금리 격차는 1.75%p로 유지됐지만, 앞으로 연준이 추가 인상에 나설 경우 그 이상으로 벌어질 수 있어 이를 둘러싼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해서 한은은 금리 차이만으로 환율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며 이를 둘러싼 우려에 대해 선을 그어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환율을 결정하는 것은 금리 격차라는 프레임워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물론 하나의 위험요인으로는 보지만, 꼭 금리 격차를 기계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고, 주변의 다른 요인들을 봐야 한다”며 “환율 결정 이론도 여러 가지가 있다. 금리 차만 보는 것은 경험으로도 이론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그렇지만 현재 한미 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인 상황에서 연준이 점도표대로 두 차례 더 금리를 올리면 양국간 금리 차이는 2%p 이상으로 벌어지게 된다. 또한 시장에서는 연준이 7월에는 금리를 한 번 더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되면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외국인 자금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국내를 떠날 수 있다. 또한 수입 물가를 높여 국내 물가 상승을 압박하는 요인이 된다.

이 때문에 한은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그동안 3.75%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2021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300bp(1bp=0.01%p) 인상한 금리의 효과를 판단하기 위해 올해 2월과 4월, 5월까지 세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와 함께 한은이 현재 통화정책 운영에 있어 가장 우선시하는 것이 ‘물가 잡기’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3.3%로 1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둔화 흐름을 지속했다. 또한 올해 하반기나 내년 초 반도체 업황이 회복되면서 경기가 부진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따라서 한은은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매파적 기조를 유지한 가운데,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을 지켜볼 가능성이 높다.

한편, 한은은 연준의 이번 결정 중에서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한 부분에 주목하고,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승헌 부총재는 이날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연준은 이번 FOMC 회의에서 시장 예상대로 정책금리를 0.25%p로 동결했으나, 연말 정책금리(기준금리) 전망 점도표 상향,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발언 등을 통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부인한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에서는 추가 금리 인상이 1회에 그칠 수 있다는 기대 등으로 미 국채금리가 하락하고, 미 달러화는 약세로 마감했다. 시장의 반응은 통화정책 스탠스와는 다소 간극이 있는 것”이라면서 “향후 발표되는 주요 경제지표 등에 따라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가 변화하면서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관련 시장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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