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은행 가계대출, 17개월 만에 1400조원 증가…부동산 회복·금리 인하 등
가계부채, 2분기 연속 감소하다 대출 증가…韓銀 “금융불균형 등 해소 안 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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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된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현 수준의 기준금리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 언제 인하될 것인지’에 쏠린다.

연내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되면서 지난해 말부터 시장금리가 꾸준히 하락하고 있는데, 가계부채 규모가 여전히 큰 상황에서 가계대출이 17개월 만에 증가 전환했고, 2024년에 이르러서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에 도달할 것이라는 한국은행의 전망이 있었던 만큼 기준금리 인하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잔액, 증가 전환…2021년 12월 이후 17개월 만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5월 가계대출 잔액은 677조6122억원으로, 4월 677조4691억원보다 1431억원 증가했다. 가계대출 잔액이 증가한 것은 2021년 12월 3649억원 증가 이후 17개월 만이다.

전체 가계대출 증가는 주담대가 견인했다. 5월 주담대 잔액은 509조6762억원으로, 4월 508조9827억원보다 6935억원 늘었다. 주담대 잔액이 증가한 것은 4개월 만으로, ▲올해 2월 –7520억원 ▲3월 1조5537억원 ▲4월 –2조2493억원 등 전월 대비 감소폭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다가 5월 상당폭 증가했다.

은행권 전체적으로도 가계대출 잔액은 증가 전환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대비 4조2000억원, 작년 5월보다는 4000억원 증가했다. 4월 증가 전환 이후 두 달 연속 상승세로, 2021년 10월(5조2000억원) 이후 가장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 역시 주담대 증가 때문이다. 5월 주담대 잔액은 4월 2조8000억원보다 1조5000억원 많은 4조3000억원 늘었다. 이같은 증가폭 또한 2021년 10월(4조7000억원) 이후 가장 큰 것이다.

반면, 개인신용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감소세를 이어갔다. 5월 이들 은행의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109조6731억원으로, 4월 109조9314억원보다 2583억원 줄었다. 금리 부담이 커짐에 따라 상환이 크게 늘어면서 꾸준하게 감소하는 모습이다.

전세자금대출 잔액도 같은 기간 124조8792억원에서 123조9570억원으로 9222억원 감소하면서 8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시장금리 하락 따른 대출금리 인하 및 상생금융 확대…주택거래량도 증가

줄어들던 가계대출 잔액이 다시 늘기 시작한 것은 일단 대출금리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전날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형 상품 최저 금리는 3.94%였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5%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금리가 빠르게 떨어진 것이다. 변동형 상품 최저 금리도 4% 초반대까지 내려왔다.

이는 연내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로 은행채 금리가 하락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해 초 4.761%였던 은행채 5년물(무보증, AAA) 금리는 4월 10일 3.810%까지 떨어졌다가 소폭 상승해 지난 12일 4.132%를 기록했다. 연초와 비교하면 0.629%p 하락한 셈이다. 1년물 금리도 연초 4.330%에서 4월 14일 3.521%까지 내렸다가 전날 3.835%를 기록, 연초 대비 0.495%p 떨어졌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은행권을 향한 ‘상생금융’ 확대 요구는 대출금리 하락폭을 더 키웠다. 지난해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인한 이자이익 증가로 은행들이 역대 최대 수익을 올리자, 금융당국은 금융소비자들의 이자부담 완화를 위해 은행권에 대출금리 인하 등 ‘상생금융’ 확대를 요구했다. 은행채 금리 하락폭보다 대출금리 하락폭이 더 큰 것은 이 때문이다.

이와 함께 부동산 시장 회복 기대감으로 주택거래량이 늘어나기도 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일 기준 수도권 매매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01% 상승했다. 이는 2021년 1월 17일(0.01% 상승) 이후 약 17개월 만이다. 서울의 매매가격지수는 전주(0.04%↑)와 같은 0.04% 상승하면서 3주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인천은 전주 보합에 이어 0.04% 상승했고, 경기도는 하락세를 이어갔지만, 전주(-0.04%)보다 줄어든 0.01% 하락을 나타냈다.

또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4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185건으로, 1월 1417건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5월은 2729건, 6월은 276건을 기록 중이다. 계약일 기준 30일 이내 신고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거래량은 더 늘 수 있다.

◆韓銀 “금융불균형 등 리스크 해소 안 돼”…기준금리 인하, 멀어지나?

문제는 이같은 시장 상황이 기준금리 인하를 더욱 어렵게 한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물가 안정과 함께 금융불균형 해소 등 금융안정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물가는 다소 안정되는 모습이지만, 한국은행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3.5%, 2024년 2.4%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고, 금융불균형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고 진단한 만큼 높은 수준의 기준금리는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1853조9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3조7000억원(0.7%)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 3조6000억 감소에 이른 2분기 연속 감소로, 2002년 4분기 가계신용 통계 편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전년동기대비로는 9조원(05%) 감소했다. 그러나 4월 들어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4월 2조3000억원 늘어난 데 이어 5월 4조 2000억원 증가하는 등 가계부채 규모는 디레버리징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가계신용은 일반 가계가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거나 외상으로 물품을 구입한 대금(판매신용) 등을 합한 금액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행한 ‘6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가계부채 비율도 완만히 하락했으나, 누증된 금융불균형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주택가격은 여전히 소득 수준과 괴리돼 고평가돼 있으며, 특히 가계부채 비율은 최근 하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도 디레버리징이 중장기에 걸쳐 꾸준히 지속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금융협회의 ‘세계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한국의 가계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02.2%로, 전분기에 이어 3.3%p 낮아져 2분기 연속 줄기는 했지만, 보고서에 실린 34개국 중 유일하게 GDP보다 가계부채가 많았다.

한국은행은 또 “이번 금리 인상 과정에서 마주한 여러 리스크 요인들 가운데, 상당 부분은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 채 잠재 리스크로 남아있다”면서 “금리 수준이 높아진 가운데, 비은행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부동산 금융 관련 신용리스크가 여타 부문 및 시장불안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고,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부동산 산업 대출 비중이 높은 비은행 금융기관의 기업대출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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