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연합뉴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가 기준금리를 0.25%p 인상했다. 물가상승률이 둔화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고용시장과 임금 상승세가 인플레이션에 부담을 중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다음 달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번 인상으로 우리나라와의 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인 1.75%p까지 벌어짐에 따라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3일(현지시간) FOMC 정례회의 후 성명을 통해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는 4.75~5.00%에서 5.00~5.25%로 올랐다. 이는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번 결정은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연준은 성명에서 “경제활동은 1분기에 완만한 속도로 확장됐다”며 “최근 몇 달 동안 일자리 증가는 견고했고, 실업률은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인플레이션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가계와 기업의 엄격한 신용 조건은 경제활동, 고용 및 인플레이션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높고, 그 영향의 정도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면서 “연준은 인플레이션 위험에 매우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일련의 은행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시장 불안에 대해서는 “미국의 은행 시스템은 건전하고 탄력적”이라고 강조했다.

연준의 이번 금리 인상은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와 최근 금융시장 불안에도 불구하고, 물가 잡기가 최우선이라는 연준의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5%로 낮아졌고, 연준이 주목하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역시 같은 기간 4.2% 상승에 그치는 등 물가 오름세가 둔화하기는 했지만, 연준의 목표인 2%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는 1년 전보다 4.6% 증가하는 등 물가상승 압력이 지속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 함께 1분기 고용비용지수(ECI)는 전분기보다 1.2% 상승했고, 3월 말 기준 임금 상승폭도 전년동월대비 5.0%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결국 인플레이션에 부담을 줄 요인들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기 위해 추가적인 정책 강화가 적절한지에 대해 결정할 때 통화정책의 누적 긴축·통화정책이 경제활동 및 인플레이션, 경제적·재정적 상황의 전개에 영향을 미치는 시차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금리 동결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제롬 파월 의장은 “이번 회의에서 동결에 관한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며 이것이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으로 확대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갖고 있다”면서 “그러한 관측이 대체로 맞다면 금리 인하는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연준의 이번 결정으로 한미 금리 격차는 상단 기준 역대 최대인 1.75%p로 벌어졌다.

미국의 금리가 우리나라보다 높으면 외국인 자금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국내에서 빠져나가고, 달러 수요 증가로 인한 원·달러 환율 및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국내 물가 상승으로 전이될 수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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