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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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연고점을 경신한 가운데 원화 가치 약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우려뿐만 아니라 국내에도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일 ‘하이 Today’s Chart’ 자료를 통해 “이날 장중 원‧달러 환율이 전일 연고점을 또다시 경신하면서 1320원대 후반에서 등락 중”이라며 “이달 19일 종가 기준 원화 가치는 올해 5.2% 하락해 주요국 통화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기록 중”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무엇보다 주목되는 현상은 달러화 차별화 현상으로, 연초 이후 달러화 가치는 1.5% 하락했다. 즉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가 불거진 지난달 초 이후로 (달러화가) 2.4% 하락했음에도 원화 가치는 하락한 상황”이라며 “원화와 달러 간 차별화, 즉 비동조화 현상이 심화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박 연구원은 미국 연준의 긴축 우려만으로 원화 약세를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원화 약세 원인으로 주로 지목되는 것은 연준의 추가 긴축 우려지만, 타 통화 가치는 같은 리스크에서도 상승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연준 통화정책 기조만으로 원화 약세 현상을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최근 원화 가치는 국내 요인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 연구원은 국내 경기 하방 압력 확대와 한미 정책금리 역전 폭 확대 등을 원화 가치 약세 촉발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원화 약세를 유발하는 국내 요인으로 무역수지 적자 기조를 들 수 있다”며 “무역수지 적자 폭이 예상보다 확대되면서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전환한 것이 원화 약세 압력을 높이고 있다. 동절기가 지나면서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대(對)중국 및 반도체 수출 회복이 지연돼 무역수지 적자 탈출 시점이 예상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또 다른 국내 리스크는 쌍둥이 적자 리스크”라며 “경상수지 적자와 함께 재정수지 적자 폭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은 원화 가치에 부담을 준다. 아울러, 국내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되면서 하반기 국내 정책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음은 이미 역전된 한미 정책금리 역전 폭 확대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연구원은 이외에도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국내 경기 개선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 ▲배당금 역송금 수요에 따른 수급 요인(단기성 악재) ▲미‧중 갈등에 따른 공급망 리스크와 우크라이나 지원 관련 불확실성 등을 원화 약세 요인으로 판단했다.

마지막으로 박 연구원은 원화 가치 안정을 위해 대내 리스크 완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국내 경제 펀더멘탈(기초체력) 리스크 완화 시그널은 우선 중국 경기의 정상화와 이에 따른 위안화 가치의 추가 강세에서 확인될 가능성이 크다”며 “예상보다 약한 중국 경기 회복세와 함께 각종 지정학적 리스크가 증폭된다면 원화 가치 추가 약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원‧달러 환율은 이날 낮 12시 15분 현재 132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양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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