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진보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주거복지 공약사업으로 시작한 하우스푸어 구제 정책이 시행 2년만에 중단된다.

최근 주택 가격이 오르고 거래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하우스푸어가 감소한데다 무주택자들과의 형평성 논란, 주택 매입 과정에서 발생한 잡음 등을 고려한 조치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국민주택기금 등을 통해 하우스푸어의 주택을 매입, 임대주택으로 운용하는 '희망임대주택리츠' 사업을 현재 진행중인 3차 사업을 끝으로 중단할 것이라고 15일 밝혔다.

'집 가진 가난한 자'를 뜻하는 하우스푸어(House Poor)는 집은 갖고 있지만 과도한 대출금 상환 부담 때문에 빈곤하게 사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박근혜 정부는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주택가격 하락과 거래 침체, 대출금 부담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늘어나자 하우스푸어 지원 정책을 공약 사업으로 내걸었다.

국토부는 이에 따라 정부가 국민주택기금을 주축으로 민관합동 임대주택 리츠를 설립해 하우스푸어의 주택을 매입해주기로 하고 1500억원 규모의 '희망임대주택리츠 1호'를 만들어 지난해 6월 처음 선보였다.

첫 사업에서 전용면적 85㎡ 이하 509가구를 매입한 희망임대주택리츠는 작년 11월에 2차분으로 398가구를 추가 매입했으며, 올해 3차 사업으로 지난 7월부터 1000가구 매입을 추진중이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택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집을 팔지 못해 고통받고 있는 하우스푸어가 줄어들자 제도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됐다.

일반 거래시장을 통해 정상 가격으로 주택을 사고 파는 게 가능해지면서 정부 지원의 필요성과 정당성이 무색해진 것이다.

실제 지난해 1차 사업 때는 총 500가구 매입에 1100여가구가 신청해 최종 509가구를 매입했으나 주택거래가 늘기 시작한 2차에서는 신청자가 800여명으로 감소하면서 목표물량(500가구)보다 적은 398가구를 매입하는데 그쳤다.

1, 2차 주택 매입으로 투입된 돈은 총 2553억원으로 이 가운데 70% 정도가 국민주택기금에서 지원됐다.

올해 추진하는 3차 사업은 주택 매입 대상을 전용 85㎡ 초과 중대형으로 확대해 전용 85㎡ 이하 700가구, 85㎡ 초과 300가구 등 총 1000가구를 매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지난달까지 신청접수 결과 전용 85㎡ 초과는 목표 가구보다 220여가구 많은 521가구가 신청한 반면 전용 85㎡ 이하는 689가구만 신청해 미달이 발생했다.

국토부와 LH는 이들 신청 가구에 대한 서류 심사와 감정평가 후 최종 매입가가 결정되면 자격 미달 또는 매각 포기자들이 대거 발생해 최종 매입가구는 목표치인 1000가구에 훨씬 못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우스푸어 주택 매입 과정상에서도 적지 않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상희 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 따르면 희망임대주택리츠 1, 2차 사업으로 매입한 주택의 29%는 담보대출 비율이 50% 이하이고, 45가구는 대출이 한 푼도 없는 등 하우스푸어 주택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또 주택 매입 방식도 시세보다 싼 매입가를 써낸 주택부터 우선적으로 사들이는 '역경매' 취지와 맞지 않게 매입 주택의 절반이 넘는 65%를 주변 실거래가 수준으로 비싸게 사들여 논란이 됐다.

공약 발표 초기부터 따라다닌 '집 부자'에 대한 정부 지원의 정당성과 도덕적 해이 문제, 무주택자들과의 형평성 논란도 여전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하우스푸어 주택에 대한 명확한 개념이나 정의가 없다보니 담보대출 비율, 매입가격 등이 특별한 제한없이 운영된 게 사실"이라며 "제도 도입 때와 달리 주택경기 회복으로 하우스푸어 지원 필요성이 줄어든 만큼 올해 3차 사업을 끝으로 추가 사업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현행 하우스푸어 지원 방식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공적기금을 활용하는 하우스푸어 지원 정책은 시장이 경색됐을 때 일시적으로 쓸 수 있는 것이지 주택시장 여건에 개선되면 무리하게 끌고 갈 필요는 없다"며 "시장이 악화되면 다시 재도입 하더라도 지금은 중단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안명숙 부동산팀장은 "하우스푸어 구제정책은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의 '투자실패'까지 정부가 책임져준다는 점에서 도입초기부터 포퓰리즘 논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운영 과정에서도 문제점이 노출된 만큼 지원을 중단해야 하고, 추후 시장상황이 악화되더라도 하우스푸어에 대한 정의와 지원 대상을 명확히 한 뒤 충분한 논의를 거쳐 재도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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