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도 있다?”

[파이낸셜투데이=김진아 기자]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의 세 자녀들이 계열사의 경영권을 놓고 소리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최근 신 총괄회장의 차남 신동빈 부회장이 롯데그룹의 회장직에 오르며 유력한 후계자로 주목받는 가운데 장녀인 롯데쇼핑 신영자 사장은 독자노선을 구축하며 재산분배의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방안을 물색 중이다.

이에 지지 않고 몇 해 전 등장한 차녀 호텔롯데 신유미 고문도 그룹 계열사의 지분을 늘려가며 롯데그룹 내의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삼각구도로 나뉜 롯데가 자제들의 분가 시나리오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영자 사장 영역 넓히기...화장품 사업, 가족경영 착수

롯데가의 새로운 변수 신유미 고문 경영참여도 ‘관심’

국내 재계 5위인 롯데그룹의 후계자가 지난달 10일 결정됐다.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90)은 총괄회장을 맡고, 신동빈 부회장(57)은 그룹 회장으로 승진했다.

신 회장의 승진을 계기로 롯데그룹은 본격적인 2세 경영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그동안 기업 M&A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신 회장이 바이더웨이, GS백화점·마트를 연이어 인수하며 신격호 회장에게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의 후계자 지위 굳히기

신 회장이 롯데그룹 부회장으로 있던 당시 자신의 측근들을 대거 배치해 경영체제를 구축했다.

신 회장은 2002년 외식업체인 TGI프라이데이와 미도파백화점(현 롯데미도파), 동양카드(현 롯데카드) 등 굵직한 M&A를 성사시키며 두각을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2004년 해태제과 인수 실패, 2005년 진로 인수 실패, 2006년 까르푸 인수 실패 등 주요 M&A마다 실패를 거듭했고 그나마 인수한 롯데홈쇼핑은 실적이 저조해 이를 두고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급기야 롯데쇼핑은 실적부진으로 인해 신세계에 유통업 왕좌를 내주게 되어 보다 못한 신 총괄회장은 신 사장을 다시금 롯데쇼핑으로 불러들이기까지 했다.

그렇기에 신 회장에게 앞으로의 행보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번 대한통운 인수전에서 지금까지의 실패를 설욕하고 회장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 사장의 새 텃밭 가꾸기

롯데쇼핑 신영자 사장(70)은 1979년 롯데쇼핑의 창립 멤버로, 30여년간 롯데쇼핑이 한국유통의 대표로 설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했다.

백화점, 할인점, 슈퍼마켓 등의 사업을 본 궤도에 올려놓으며 롯데그룹 내에서 ‘최고 실세’라 불리웠다.

신 사장은 2006년 3월에 열린 롯데쇼핑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 명단에서 제외돼 경영에서 물러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지만 2008년 다시 복귀하여 2009년에는 롯데쇼핑 사장으로 취임했다.

신 총괄회장은 아들 신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주는 동시에 딸에게는 롯데면세점을 맡겨 분가 작업에 돌입했다.

신 사장은 인천공항 AK면세점을 인수하며 건재함을 과시하는가 싶었으나 여기에도 걸림돌은 존재했다.

인천공항 루이비통 유치를 둘러싼 호텔신라와의 공방전에서 패배해 신라면세점에게 자리를 내어줬기 때문이다. 이번 김포공항 면세점 쟁탈전에서는 신라면세점과 맞붙어 반반씩 자리를 나누어 갖는 형태로 무승부로 마무리 됐다.

한편 신 사장은 면세점 운영과 동시에 독자적인 사업으로도 영역을 넓혔다.

신 사장은 작년 8월 ‘에스앤에스인터내셔날’이라는 화장품 도소매 업체를 신설하여 화장품 브랜드 SK-Ⅱ를 로드샵을 통해 판매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신 사장의 홀로서기라는 말도 있었지만 ‘에스앤에스인터내셔날’이 롯데 계열사로 편입되고 대주주가 신 사장의 세 딸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오히려 롯데그룹 내의 입지를 넓히려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홍보실 이강훈 차장은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신 사장의 화장품 사업은 개인 사업으로 롯데그룹 내부의 일과는 관계가 없다”고 답했다.

또한 신 사장의 자녀들까지 롯데그룹 내의 영향력을 키우려는 움직임도 엿볼 수 있다.

신 사장의 차녀 장선윤씨는 롯데그룹의 계열사인 식품업체 ‘블리스’를 설립했으며 장남 장재영씨가 운영하고 있는 의류업체 ‘비엔에프통상’은 롯데면세점과 롯데백화점에 명품의류를 독점 납품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시네마 지방체인의 매점 위탁운영을 하고 있는 ‘시네마통상’은 신 사장과 그의 딸 세 명의 지분을 합하면 47.3%에 달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신 사장이 자녀들에게 ‘살림 차려주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의견을 보이고 있다.

롯데의 별당마님 등장

2009년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29)의 등장으로 재계는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신 고문은 미스 롯데 출신인 서미경씨(53)와 신 총괄회장 사이에 태어난 딸로, 호텔롯데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일본에 머무르며 호텔롯데 도쿄사무소에 근무 중이며 현지 롯데계열 비즈니스호텔인 롯데시티호텔 경영에도 관여하고 있다.

이 서미경-신유미 모녀가 주목받는 이유는 비상장이어서 꼭꼭 숨어있는 알짜 계열사들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원실업은 롯데시네마 서울, 경기도 지역 극장에서 독점으로 매점 운영 수입을 담당하고 있다. 이 회사는 모녀 지분이 100%이며 방배동에 있는 유원실업 사옥 또한 서씨의 개인소유다.

또한 전국 롯데백화점 매장에 음식점을 내고 있는 유기개발이라는 회사는 서씨의 오빠가 대표이사로 있으며 신 고문이 지분의 대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편의점에 삼각김밥과 샌드위치 등을 납품하는 롯데후레쉬델리카의 최대 주주는 신 사장과 신 고문이다. 롯데 계열사 매출 의존도가 90%이상으로 지속적인 수익이 담보된다.

신 고문이 후레쉬델리카의 지분율 9.31%를 확보할 당시 신 사장도 경쟁하듯 지분을 추가로 취득해 똑같이 9.31%를 달성했다.

두 모녀가 지분을 넓혀나가는 것이 차후 경영권승계나 재산분배와 이어지지 않을까 신 사장이 내심 염려하고 있을 것이란 추측이다.

신 고문의 후계구도에 대해 이강훈 차장은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신 고문은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아직 나이가 어리니까 배우는 차원일 뿐”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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