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솔로몬] A는 2008년 甲운송회사와 A소유 차량에 대해 지입계약을 체결하고 개인사업자등록을 했다. 당시 甲운송회사는 乙회사로부터 물품운송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용역계약을 체결해 A는 실질적으로 乙회사의 지휘를 받으며 종속적인 관계에서 운송 업무를 수행 해 왔다. 그 후 2014년 5월 31일 乙회사는 아무 이유 없이 甲운송회사와의 용역계약을 해지했고 그로인해 A는 2014년 6월 1일부터 운송업무가 없어 일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 사안에서 A가 법적으로 乙회사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아 乙회사에 소속된 근로자라는 주장을 할 수 있을까?

 

▲ 박성우 법무법인 천지인 변호사

이 사안의 경우 乙회사가 甲운송회사와의 용역계약을 해지는 실제적으로 乙회사의 지휘를 받으며 종속적인 관계에서 운송 업무를 수행하던 근로자 A를 해고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근로기준법상 해고를 매우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어 인적구조조정이 쉽지 않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기간제 근로자나 파견근로자, 용역, 도급, 위탁 등 다양한 간접고용을 통해 고용조정을 용이하게 하고 있다.

A가 甲운송회사와 지입계약을 체결한 후 甲운송회사와 乙회사 사이에 체결한 용역계약에 따라 운송업무를 수행한 것은 외형상 A와 乙회사는 아무런 법률적 관계가 없고 단순히 운송업무를 수행한 ‘개인사업자’의 지위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A는 乙회사의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는 외관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에 따라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2004다29736 판결 등)판례가 있다.

이 판례에 따라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A가 乙회사에 소속된 직원들과 같은 시간에 출근해 배송업무가 종료되더라도 사무실에 다시 복귀해 퇴근시간까지 대기한 후 퇴근해야 되는 등 근무시간과 근무 장소를 乙회사가 지정해야 한다.

또 乙회사가 A의 배송업무에 관해 문자메시지, 차량 네비게이션 메시지 등을 이용해 작업원칙, 지시사항 등을 전달하는 등의 방법으로 업무에 관해 지휘·감독하는 반면 甲운송회사는 A에게 배송 업무에 별다른 관여를 하지 않았어야 한다.

끝으로 매월 乙회사가 고정적인 용역비나 주유대, 통행료 등의 실비, 차량 감가상각비, 초과운송비 등을 계산해 전체 금액을 산정해 甲운송회사에 지급하고 甲운송회사가 위·수탁관리수수료를 제외한 나머지 금원을 A에게 지급하는 등의 관계라면 A는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乙회사에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봐야한다.

그렇다면, 乙회사가 甲운송회사에게 2014. 5. 31.경 용역계약을 해지한 것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A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乙회사에 근로를 제공한 乙회사의 근로자라고 한다면 乙회사의 용역계약 해지는 실질적으로 乙회사가 A에 대한 근로 계약을 해지하는 의사표시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해고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이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행해져야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

乙회사가 아무런 이유 없이 2014년 5월 31일 甲운송회사와 체결한 용역계약을 해지한 것은 정당한 이유 없이 A와의 근로계약을 해지한 것이고 이는 부당해고에 해당돼 A는 여전히 乙회사에 소속된 근로자로 봐야 할 것이다.

결국 A는 ‘근로자지위확인의 소’를 통해 실제 임금을 목적으로 乙회사와 종속적인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한 사실을 입증하고 乙회사가 근로계약을 해지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돼 무효라는 주장이 인정돼야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적자치의 원칙이라는 사법상 법률관계의 대원칙 아래 기업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근로자의 노무를 제공받아 경제적 이익을 취하는 반면 그에따른 법적책임은 근로자 내지는 근로자가 소속된 영세업체에 전가하는 식의 간접 고용의 형태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노동기본권은 한 인간의 인격적 발현이자 우리나라의 건전한 사회 질서와 경제 질서를 형성하는 거대한 축이라고 할 것이다.

근로사건을 단편·일률적인 잣대를 적용해 무감각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현대사회 전반에 자리매김한 사회적 가치와 조화를 이루는 균형적이고도 합리적인 해석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