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투데이=진보라 기자] 올해 들어 법원 경매시장에서 아파트를 낙찰받았다가 포기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아파트 경매입찰이 과열 현상을 보이면서 고가 낙찰을 받았던 10명중 1명이 잔금 납부를 포기하고 입찰보증금도 몰수당하고 있는 것이다.

1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6월에 재매각으로 나온 아파트 경매 물건수는 총 166건으로 지난 5월의 134건에 비해 23.9%가 늘었다.

경매 재매각 물건은 낙찰자가 잔금납부 기한(통상 낙찰일로부터 40일) 내에 입찰 보증금을 제외한 경매 잔금을 납부하지 않고 최종 낙찰을 포기해 다시 입찰에 부쳐지는 것을 말한다.

올해 재매각 물건은 1월 94건에서 2월 91건, 3월 93건 등 100건 미만이었으나 4월들어 140건, 5월 134건, 6월 166건으로 석달 연속 100건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

낙찰 포기 물건이 재경매로 나와 입찰에 부쳐지기까지 낙찰일로부터 통상 두 달여 정도가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4∼6월 재매각 건수 증가는 2개월 전인 2∼4월 낙찰자 가운데 스스로 낙찰을 포기한 사람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6월에 재매각으로 나온 166건은 지난 4월 아파트 전체 낙찰건수(1734건)의 9.6%를 차지한다. 4월에 아파트 낙찰받은 10명중 1명은 최종 낙찰을 포기한 셈이다.

이처럼 낙찰 포기자가 늘어나는 것은 고가 낙찰이 가장 큰 원인이다.

잔금을 내지 않고 낙찰을 포기하면 입찰 당시 납부한 입찰보증금(최저 입찰예정가의 10%)을 함께 떼이는데도 낙찰 포기가 낫다고 본 것이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소장은 “연초부터 법원 경매시장이 달아오르면서 낙찰을 받을 욕심으로 주변 시세보다 높은 수준으로 낙찰가격을 써낸 사람들이 많았다”며 “이런 사람들이 시세와 낙찰가를 비교해보고 뒤늦게 후회하며 입찰보증금 몰수를 감수하면서까지 잔금 납부를 포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고가 낙찰 여부의 가늠자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지난 4월 전국 86.4%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지방 아파트 낙찰가율은 지난 2월과 5월에 각각 90%를 넘어서며 과열 양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지방 아파트 재매각 건수는 지난 1월 39건과 2월 36건, 5월 68건 수준이었으나 지난달에는 112건으로 64.7%나 증가했다.

지난 4월 지방 아파트 낙찰 건수가 총 775건인데 이 가운데 무려 14.4%(112건)가 낙찰을 받아놓고도 포기한 것이다. 이는 6월 수도권 아파트 재매각 건수(54건)의 2배가 넘는 수치다.

하유정 하유정 연구원은 “지방의 경우 대구·제주 등 지역에 따라 낙찰가율이 100%가 넘는 곳이 많아 낙찰 포기자들도 많다”며 “수도권은 낙찰가율이 주춤한 상태지만 지방은 여전히 높아 7월 이후에도 재매각 물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매 초보자들이 분위기에 휩쓸려 고가 낙찰을 받는 것은 절대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강은현 소장은 “경매 물건은 최소 주변 시세의 80% 이하로 낙찰을 받아야 의미가 있는데 입찰 경쟁분위기에 편승해 시세의 90% 이상으로 고가 낙찰을 한다면 일반 급매물을 사는 것만도 못하다”고 말했다.

강 소장은 또 “2·26대책 이후 수도권 집값이 약세로 돌아서면서 현재 경매로 나오는 물건의 감정가 자체가 시세와 비슷하거나 높은 경우도 적지 않다”며 “반드시 주변 시세와 철저히 비교한 뒤 보수적으로 낙찰받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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